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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mindfulness Apr 26. 2024

그 땐 몰랐던 것들


많은 의사들이 그렇듯이, 이제까지 나는 스승님들이 이끌어주는대로 자리가 나는 곳으로 직장을 옮겨갔다. 

처음으로 내 발로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고 나와야 했을 때 나는 많이 두려웠던 것 같다. 

그 두려움은 실체로 없이 자신을 갉아먹었고 정확히 뭐가 두려운지 그 때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명확해져 갔다. 


첫번째는 내가 부족하여 실패한 것이라는 생각이 괴로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 이게 아니라서, 다른 일이 하고 싶어서 그만두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부족해서 그만두어야만 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은 다 핑계이고, 사실은 내가 못나서 여기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를 자꾸 루저로 규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까봐 그게 두려웠다. 


아마 많은 이들이 이런 괴로움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지 않을까.

다들 마음이 원하는 것을 따르고 싶지만 실패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간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사는게 어른스럽고 현명한 것처럼 훈련을 받은 듯 하다. 

나 역시 그랬고 의심을 해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점점 용기도 잃었다. 


내가 더 원하는 삶을 찾아가기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루저가 아니라 오히려 용기를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길을 가다가 이 길의 끝에 이르기 전에 저쪽 길로 발걸음을 옮겨 계속 걷는 것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다채로운 길을 계속 걸어갈 뿐 넘어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길에서 보고 느낀 것들은 어디 가지 않는다. 



두번째는 앞으로 모든 것이 잘못될 것만 같아 두려웠다.


이제까지 치열하게 살아왔던 나의 삶의 집약체와 내 명함의 'OO대학병원', '부교수'라는 단어를 동일시한 결과, 'OO대학병원', '부교수'라는 타이틀을 잃는 순간 쌓아왔던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착각을 했다. 그렇게 무너지면 나는 물론이고 내 가족들과 같이 무너질 것 같다는 말도 안되는 느낌이 그 때에는 있었다.


지금은 안다. 

타이틀을 뗀 이후에도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과, 오히려 그 이후에 내가 얻은 큰 자유로움을. 신체적인 자유로움과 내 자유로운 생각이 도달하는 영역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얼마나 많은 가능성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생겼는지를. 


마음의 여유가 스스로만이 아닌 가까운 사람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파장을 경험했다. 


예전에는 사회경제적수준이 낮은 나라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조사 결과에 갸우뚱했다. 각자 경험치가 다르니 행복에 대한 기준이 다르겠지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행복은 물질적인 여유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에서 온다. 물질을 많이 가지기 위해 마음의 여유없이 항상 무언가를 바쁘게 쫒는 이들이 행복한 감정을 주고 받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 앞에서 고민하는 분들이 자신을 너무 다그치기보다는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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