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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긋 Oct 27. 2024

수도꼭지가 지겹도록 샌다

설거지, 갈색, 없는 것들, 태국, 복

시간을 흘린 자리는

미끈거린다


못난 얼룩은 꼭 갈변하니까

출처도 모른 채로 찐득하게

엉겨 붙어서 견딜 수 없이 가려울 때

물을 데우기조차 지겨워

오늘도 찬물에 손을 담그고

지겹다고, 지겹다고 되뇌면서


어떻게든 헹궈내면 그제야

여기 없던 날숨과 이제 없는

온기를 수챗구멍에 흘려보내고

미움도 미련도 버릴 마음도

없이 원래의 자리를 찾은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새하얀

오해가 반짝거린다

 

한동안은 움직이지 않고 버티더라도 흘리고 묻는 건 내 힘 밖이라 헐거운 수도꼭지가 밤새 어도 내버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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