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에 치였다. 공사가 다망하여 업무에 도통 집중이 안됐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모든 일의 최대 난제는 공사 분리다. 일상을 일로 가져오지 말고, 일을 일상으로 가져가지 말 것. 그런데 매장직은 일상이 일인걸. 기분이 좋건 나쁘건 나는 매장이다. 그게 프로다. 이번에 나는 새로운 지침을 세웠다. 삶의 프로가 되자. 삶의 일류가 되자. 삶의 숙련자가 되자. 공사분리가 안되더라도 나는 프로니까, 프로답게 행동한다. 프로는 맡은 바 임무를 철저하게,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을 말한다. 책임을 인지하고 흔쾌히 감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때로 괴로워도, 이를 내 밖으로 개입시키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후에 온전히 홀로 있을 때, 미뤄뒀던 괴로움마저도 품을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오늘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한 '풀무질 입고신청'에는 한 분만 들어오셨다. 책 얘기보다는 사는 얘기를 더 많이 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전화하는 기분이었다. 가사노동의 퇴근없음에 대해 이야기 했다. 매장이 열려 있는 동안에는 여기에 매여있을 수밖에 없다. 요즘은 정보통신-SNS가 발달해서 고객의 문의도 때를 가리지 않는다. 스위치 ON/OFF가 어려운 내 성향탓도 크리라. 하지만 전업 가사노동자에 비할 바 못된다. 눈 뜨면 출근, 눈 감을 때 퇴근..일까? 눈을 감아도 때로는 퇴근하지 못하는 삶. 스트레스 관리법을 여쭈니, 누구도 절대 자신을 건드리지 않는 시간을 만드신다고 한다. 그래봤자 그 시간이 24시간 중에 얼마나 차지하겠는가. 차마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는 무거움을 느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 하루를 또 살아내야 한다는 결론이 묵직하게 가슴을 치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