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 제작기 <상편>
프리즘이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그 목소리를 정의한 가이드입니다. 프리즘이라는 브랜드가 만약 사람이라면 어떻게 말할 것인지, 자주 쓰는 단어와 그렇지 않은 단어는 무엇인지, 구체적인 상황들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을 담았습니다.
우리는 사람처럼 말하는 브랜드에 더 호감을 느낍니다. 앱을 사용하더라도 무의식 중에 오프라인과 같은 경험, 또는 사람과 사람 사이와 비슷한 관계를 기대하기 때문이죠.
사람과 같이 말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목소리가 있어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말투는 달라져도 목소리가 달라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따라서 유저가 브랜드를 사람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유저와 접하는 모든 접점에서 같은 목소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우리는 모두 제각기 다른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메이커 개개인의 목소리가 섞이지 않아야 하죠. 그래서 ‘프리즘의 목소리는 이것이다’라고 정의하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프리즘은 성장하는 서비스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문구가 추가되고 사라지죠. 이 모든 문구를 UX라이터가 일일이 검수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팀원들의 라이팅을 UX라이터와 동기화하는 것이 더 올바른 목표죠.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는 그 목표를 위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흔히 ‘입 열면 깬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겉모습은 멋지지만 사용하는 언어가 저급한 사람을 상상해보세요. 그 사람이 말을 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멋져 보이지도 않고, 그가 제안하는 제품을 사고 싶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른 브런치 글들을 보면 알 수 있듯, 프리즘은 디자인 감도에 매우 많은 공을 들입니다. 가장 작은 것도 높은 기준으로 디자인하는 프리즘에게 있어 그 감도에 걸맞은 언어는 필수적입니다.
브랜드 보이스를 정의함에 있어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그 사람의 성격과 목표에 따라 중시하는 것도, 말하는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프리즘이라는 브랜드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위 설문을 토대로 프리즘의 시작을 함께한 분들부터 팀에 합류하신지 얼마 안 되신 분들까지, 다양한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했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프리즘의 목표와 존재이유를 듣고 이들 사이의 공통점을 큰 줄기로 비전과 미션을 정의해나갔죠.
결과적으로 단순 커머스 플랫폼을 넘어 Lifestyle Developer로 나아간다는 비전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 비전은 이제 우리가 정의하는 모든 브랜드 보이스의 기초입니다. 앞으로 정의되는 모든 라이팅 규칙은 이 비전을 유저에게 암묵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죠.
비전과 미션을 정의한 후에는 그 목표를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디테일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바로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것이죠.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가이드를 참고하는 팀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말이죠. 이 사람의 나이와 직업, 경제수준과 취미,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등 다양한 사항을 고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팀원들의 의견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사람’으로서의 프리즘을 최대한 자세하게 상상해주셨죠. 어떤 분은 스스로를 투영하기도 하고, 다른 분은 자신의 이상형을 투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공통분모들을 추려나가 한 명의 사람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많은 UX라이터의 목표는 브랜드의 모든 글을 직접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팀의 전반적인 라이팅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프리즘의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도 그 수단의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원들이 스스로의 글을 점검할 수 있는 일종의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브랜드가 쉽고 명확하게 말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가 ‘쉽고 명확하게 말한다’고만 방향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거야말로 팀원들에게 있어서는 쉽고 명확하지 않은 가이드일 것이기 때문이죠. 어느 정도로 명확하게 말해야 우리가 추구하는 ‘명확함’에 어울리는지,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우리가 원하는 ‘믿을 만한’ 언어가 되는지 등등 구체적인 지침을 담았습니다.
내용은 상세한 규칙 설명과 실제 사례에 기반한 예시들로 구성했습니다. 쉬운 학습에 초점을 맞추었죠. 팀원 분들이 문구를 쓸 때마다 UX라이터에게 문의하지 않아도 같은 목소리로 같은 수준의 문구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는 접근성이 높아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부담없이 들여다볼 수 있어야 더 자주 보고 더 빠른 학습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접근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PDF 파일, 노션, 그리고 책 세 가지 형태로 배포했습니다.
특히 책의 경우 프리즘 디자인실의 멋지면서도 효과적으로 내용을 담아내는 디자인이 더해져, 프리즘의 많은 팀원들에게 프리즘의 브랜드 보이스가 어떤 것인지 충실히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https://brunch.co.kr/@prizmdesign/14
브랜드의 목소리를 정했지만 앱 내 모든 지면에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여러 시스템 언어의 경우, 우리가 정의한 보이스를 모든 경우에 다 적용하기는 이를 실제로 작성하시는 팀원 분들께 꽤나 어려운 과제이죠.
그래서 시스템 언어에 집중한 UX라이팅 가이드를 추가로 제작했습니다. 특히 프로덕트 디자이너 분들이 쉽게 참고하실 수 있도록, 컴포넌트 단위로 자세한 설명을 담았죠. 이를 통해 프리즘은 놓치기 쉬운 마이크로카피의 톤앤매너도 서비스 전체적으로 일정하게 가져가고자 합니다.
프리즘 UX라이팅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가이드와 UX라이터가 있지만 문구를 쓸 때마다 매번 가이드를 참고할 수도, UX라이터에게 문의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구 작성 시점에서 작성하는 팀원 스스로 문구를 쉽게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죠. 따라서 모든 팀원의 라이팅 평준화를 위해 가이드를 녹여낸, 문구의 감도를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입니다. 문구를 작성하면서 실시간으로 문구를 점검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문구 감도 검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것이 프리즘 디자인실의 목표입니다.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줄이고 제품을 만들어나가는 팀원 모두가 스스로 좋은 문구를 작성할 수 있도록 말이죠. 당장은 자세한 사항을 말씀드릴 수 없지만, 시스템이 완성되면 또다른 포스팅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프리즘은 높은 디자인 감도에 걸맞은 언어를 추구합니다. 그리고 이를 팀원 개개인의 책임으로 두지 않고, 모두가 같이 잘 쓸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실에서 마련하는 여러 수단이 프리즘에 새로 들어온 팀원과 원래 있던 팀원 모두에게 라이팅 측면에서 꾸준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Written by Ian(Byunghoon Choi) | UX Writer
Photo by Peter (Sungwoo Kwon), Darlene (Doori Hong) |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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