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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원이 아빠 Aug 11. 2022

장마와 고양이

선재의 시선 1화

장마와 고양이


 회사 건물 앞에 도착해 우산을 막 접으려 할 때였다. 비명소리에 놀라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SUV 차량 한 대가 지나간 자리에 흰색 새끼 고양이가 쓰러져있다. 로드킬에 놀란 나는 비명을 질렀다. 저만치 거리를 두고 남자친구인 K가 건그레이색 세단 안에 있다. 나를 태워주고 일하러 가려던 참이다. 그를 힐끗 본 뒤 망설임 없이 새끼 고양이에게 달려가 두 손으로 들어 올린다. 아직 살아 꿈틀거린다. 그대로 뒀다간 다른 차에 치일게 분명하다. K는 차 안에서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다. 문을 열고 나올 법도 한데 차문은 열리지 않는다.


 울상이 되어 얼굴이 함몰된 고양이를 들고 발을 동동 굴린다. 많이 일그러지진 않았다. 툭 불거져 나온 왼쪽 안구에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다. 그때 옆 건물 1층의 부동산 중개소 사장님이 나와 혀를 차신다.


"이거 어떻게 해야 돼요? 저기 화단에 놔둬도 될까요?"

"거기에 놔두면 안 되지. 검은 봉투에 싸서 쓰레기봉투에 넣어야지."

"아...네."


 쓰레기봉투라니, 설령 그게 맞다 치더라도 저 어린 고양이를 그리 보내고 싶지 않다. 일단 고양이를 나무와 흙이 있는 화단에 놓고 재빨리 회사 사무실로 향한다. 가방을 자리에 놓고 탕비실에서 몇 가지 물품을 챙긴다. 자그만 박카스 상자, 페이퍼 핸드타월 여러 장, 검은 비닐봉투, 비닐장갑.


화단에 눕혀둔 고양이는 이미 숨져 개미들의 타깃이 되어있다. 처참한 광경에 뒤돌아보니 K도 제 갈 길을 가버린 상태다. 오로지 나와 고양이의 시간이다. 나는 손에 비닐장갑을 끼우고 박카스 상자에 핸드타월 몇 장을 깐 뒤 고양이를 넣었다. 상자가 작아 발을 조금 욱여넣었다. 그런 뒤 사체 위에 다시 핸드타월을 덮었다. 비는 계속 내린다. 박스를 닫고 검은 비닐봉투에 상자를 넣는다.


출처 : Ans Debije 인스타그램, oil paintings


 근처에 작은 공원이 있다. 가끔 회사에서 나와 스트레칭을 하는 곳이다. 비닐봉투를 들고 그곳으로 걸어가 으슥한 곳을 찾는다. 우거진 나무 뒤 사람들 눈에 잘 안 보이는 곳에 비닐봉투를 내려놓는다. 공기가 통하게 비닐봉투는 부러 묶지 않고 비가 들어가지 않게만 조치했다. 경황이 없어 고양이에게 애도의 말을 남기고 뒤돌아선다. 회사로 돌아가는 내내 입안에서 절로 나오는 주기도문. 기독교 신자도 아닌데 왜 주기도문이 나왔을까. 울고 싶은데 자꾸 웃음이 났다.


 K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떻게 했느냐고 묻는다. 있는 그대로 얘길 했더니 한숨을 쉰다.


"그냥 흙에다 놔두지, 그래야 빨리 분해될 텐데."


 말은 쉽다. 입장을 바꿔봐, 그런 말이 나오나, 너는 몰라,라는 말이 맴돌지만 꾹 참는다. 그래도 생명인데, 애도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지금도 출퇴근하며 그 공원을 지난다. 고양이는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리 슬프지는 않다. 다만, 어미 고양이가 모든 상황을 지켜봤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곤 한다. 새끼 고양이를 안치하는 내 모습을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보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거리를 떠도는 길냥이들을 지켜보다 발길을 돌린다.



삶을 기록하다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당신과 나의 이야기, 러프(ROUGH)

2022년 8월 12일 금요일 글입니다.
매주 좋은 글과 시선을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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