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책방 해방 클럽 | 두 번째 밤
안녕하세요. ROUGH 발행인이자 책방 '해방 클럽' 주인장 춘프카입니다. 지난 8월 19일 두 번째, 밤을 진행했습니다. 지난달에 비해 신청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나서 더 고대하고 긴장하며 준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전날부터 당일까지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불가피하게 참석이 어려워진 분들이 다수 발생했고요. 실제 참석 인원은 10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에 이어 참석해 주신 분도 계셨고, 새롭게 참여해 짧고도 진하게 시간을 보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실제 이름을 거론하긴 조심스러워서 알파벳 형태로 소개해볼게요.
1. A님은 지난달에 이어 참여해 주신 분입니다. 장소와 가까운 거주지에 살고 계시고요. 평소에도 책을 좋아하고 등산도 자주 가는 분이었어요. 상당한 동안(?)을 자랑하셨는데, 자녀 분들이 2명이나 계셨고요. 흥미로웠던 부분은 매주 월요일이면 아침 7시부터 가까운 스타벅스에 들려 출근 전 책을 읽곤 하신데요. 온전히 나를 위한 휴식처럼 여겨진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에 마음속으로 "이건, 밑줄이야!"를 외쳤습니다. 심야 낭독회 종료 후, 자연스럽게 같이 맥주와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고요. 앞으로도 더 발전하는 심야 책방이 되길 응원해 주시며 다양한 조언도 해주셨어요.
2. B님도 역시 두 번째 방문이셨어요. 수줍음이 많은 분이라 느꼈고요. 중간에 뜬금없이 모기가 출몰해 여러 방을 물리셨어요. 잡아드리고 싶었는데, 제 눈에는 띄지 않아서 개운하게 해결하지 못한... 어쨌든 챙겨오셨던 책을 밤 12시까지 마저 읽고 함께 대화를 나눴고요. 오랜 시간 해오던 직업에서 새로운 분야로 이직을 고민하고 계셨어요. "어디를 가든,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전 행복해요."라고 말씀하시는데 진심이 느껴지더군요. 매일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기 일쑤였던 생활에서 스스로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해 이미 2년 전부터 아침반 학원을 끊고, 디자인 관련 자격증도 8개 이상 취득하셨더라고요. 직접 앞에서 말씀은 안 드렸지만, 뭘 해도 결국 해내시겠다고 혼자 중얼거렸답니다. 무엇보다 글쓰기도 시작하셨는데요. 하루에 A4 용지 한 장 분량을 꾸준히 쓰고 계신다네요. 그렇게 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 삶에 대한 이야기지만 쓰고 또 쓰다 보니 마음이 개운해지고, 삶에 대해서 다시금 해석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하셨어요. 언젠가 그렇게 쓴 글을 묶어 출판도 고려하고 계시고요. 근사하지 않나요? 전 빠져들었습니다.
3. C님은 첫 모임 때부터 "저는 PD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하셨는데요. 분주한 일상 속에 책 한 권을 집중해 읽기는 쉽지 않았다고 고백하셨고요. 하지만 지난달부터 함께하고 있는 해방 클럽 덕분에 완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기회가 닿는다면 책방 풍경도 영상으로 담고 싶다고 하셨는데, 9월을 기대해 볼게요. 제가 이해한 그는 무척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다른 분들도 함께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4. D님은 C님의 절친이고요. 무려 목포에서 오신 분이에요. 직접 매장을 운영하다 보니, 좀처럼 여유도 없고 피곤함이 익숙했는데 첫 모임 이후, 소설 쓰기도 시작하셨고요. - 원래 글쓰기를 좋아하셨던 분 - 딱 뵙기만 해도 좋은 사람이라는 게 느껴지는 사람입니다. 아마 직접 보시면 알 거예요. 느껴지잖아요. 그 결이. 우리 심야 책방에서 저와 C님을 포함해 남성으로 분류되는 분입니다.
5. E님은 제가 작년부터 속해 있는 '팀라이트'라는 브런치 작가 레이블에서 함께하는 작가님이세요. 늘 온라인상에서만 뵙다가 실제 오프라인에 처음 만났는데요. 일단, 순천에서 오셨어요. (감격) 서로 연예인 만난 것처럼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요. 제 산문집 <유일한 일상>을 챙겨오셔서 떨리는 마음으로 사인과 짧은 메시지를 남겨드렸답니다. 심야 낭독회까지 보고 가려 하셨지만, 아무래도 거리도 있고 야간 운전이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밤 10시 이후 가셨어요.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고요. 인스타그램 후기로 "5성 호텔급 책방"이라고 후기를 남겨주셔서 부끄러웠어요. - 그 정도의 가치로 앞으로도 준비할게요. -
6. F님은 7, 8월 모두 커피도 맥주도 다른 다과도 안 드시고 물 한 병만 놔두고 열심히 책에 빠진 분인데요. 그날도 마찬가지였어요. 열심히 읽고 밤 10시가 넘어서 퇴장하셨어요. 조금 더 알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긴 했지만 다음에도 또 뵐 수 있을 거라 믿으며!
7. G님은 오후 6시에 퇴근 후, 주변에서 기다리셨다가 제일 일찍 오셨어요. 지난달에도 참석하고 싶었는데 아쉽게 일정이 맞지 않았다고 말씀하셨고요. 진짜 열심히 읽고 낭독회를 시작하기 전에 퇴장하셨어요. F님처럼 더 알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요. 다음번에 오시면 더 친근하게 다가가겠습니다!
8. H님은 퇴근이 늦어져서 밤 10시가 넘어오셨어요. 화순에서 오신 걸로 알고 있고요. 낭독회도 함께 하며 읽고 계신 책과 문장도 소개해 주셨어요. 그리고 곧 다시 퇴장을... 아마 돌아가는 시간을 고려하셨던 것 같아요. 괜히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 분주한 나날 속에 계속 성장하고 계신 분이라 감히 짐작할 수 있었고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9. 그 외에도 몇몇 분이 계셨고, 신청자 중에서도 뜨겁게 고민을 남겨주시기도 했어요. 글쓰기와 삶에 대한 고민이 대다수였고요. 다음 모임 때는 커피 한잔 나누면서 진하게 소통하고 싶어요.
10. 다음 모임은 9월 16일 금요일로 일정은 픽스했어요. 다만, 장소가 변동될 수 있습니다. 기존에 하던 곳이 여러 부분에서 불편하거나 해소되지 않는 측면이 있어서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현재 두 군데를 후보에 두고 실제 방문하면서 조사하고 있는데요. 잘 판단해서 공지드릴게요.
11. 시작은 미비할지 모르겠지만, 계속 성장하는 해방 클럽이 되겠습니다. 책도 읽고 사람도 읽는 공간이자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심야 낭독회도 시간을 밤 10시에서 9시로 변경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고요. 서로의 개별적인 삶도 함께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당장은 아니지만, 심야 강연회도 열 계획이고요. 참여하셨던 분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남겨주시면 좋겠어요. 댓글로도 좋고, 이메일로도 좋습니다. 적극 반영할게요.
12. 늘 목표는 크고 대담하게, 라고 저희 아버지가 말씀해 주셨는데요. 앞으로 3년 뒤, 실제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싶어요. 아늑하고, 계속 찾을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요. 그날 첫 연사로 김영하 작가님을 모시고자 혼자 찜해두고 있습니다. 꿈은 크게 잡겠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성장할게요.
앞으로도 러프(ROUGH) 뉴스레터와 책방을 사랑해주세요.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갈게요.
그럼, 곧 현장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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