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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 Dec 05. 2023

끄라비에도 새삥 리조트가 있다

소피텔, 두짓타니, 바라나 비교

내가 태국에서 여행지를 고르는 조건


태국에서 국내여행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가장 첫 번째로 답해야 하는 질문은 "바다냐, 강이냐, 산이냐?"다. 그중에서 바닷가로 가야겠다고 정해지면, 일단 태국 북부 지역(치앙마이, 치앙라이, 빠이, 우돈타니, 등)은 아웃이다. 그다음은 태국의 수많은 해변 도시들 중 어느 도시로 갈지를 결정할 차례다.


나는 바다에서 액티비티를 즐기는 것보다 리조트 안에서 느긋하게 놀고먹고 쉬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어느 도시로 갈지 결정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리조트 시설다. 도시를 먼저 정하고 그다음에 머물 리조트를 찾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리조트를 먼저 찾으면 저절로 도시가 정해지는 식인 거다.


이런 이유로 끄라비는 지금까지 바닷가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항상 순위에서 밀렸다. 방콕에서 비슷한 거리에 있는 휴양지들 (푸켓, 카오락, 코사무이)에 비해 끄라비는 대부분의 리조트가 낙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멀리까지 가는 데다 비슷한 값을 내는데, 기왕이면 더 좋은 리조트에 묵고 싶어 매번 다른 도시를 택했다.


하지만 이제 내가 태국에서 가보지 않은 주요 해변 휴양지는 끄라비가 유일했다. 이미 가본 도시를 또 가느냐 아니면 끄라비를 가느냐, 두 선택지 앞에서 예외를 만들기로 했다. '리조트가 좀 낙후되어 있으면 어때? 태국에 살면서 끄라비 해변도 한 번은 봐야 하지 않겠어?'라고 마음을 달리 먹었다. (되돌아보니 정말 잘 한 결정이었다. 끄라비는 정말 멋진 곳이었다.) 그렇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끄라비로 행선지를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마음에 드는 리조트를 찾아 나섰다.






끄라비 리조트 최종 후보 셋


가격, 위치, 시설, 리뷰 등을 보고 최종 후보에 남은 리조트는 아래 총 세 곳이었다.


1. 두짓타니 (Dusit Thani Krabi Beach Resort)

2. 소피텔 (Sofitel Krabi Phokeethra Golf & Spa Resort)

3. 바라나 (Varana Hotel)


두짓타니와 소피텔은 둘 다 연식이 오-래됐지만 그만큼 규모도 크고 막연히 5성급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간다는 이유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후보에 두었다. 반면 바라나는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에 오픈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리뷰도 많이 없어 의구심이 드는 옵션이었다. 하지만 새삥 리조트의 씨가 마른 끄라비에서 뭔가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고민 끝에 우리는 최종적으로 소피텔과 바라나에서 각 2박씩 하기로 결정했다. 소피텔이 당연히 훨씬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바라나는 모험적인 결정이지만 그래도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커다란 반전이 있었다. 끄라비에 도착해 두 리조트를 다 경험해보고 나니 우리의 예상을 뒤엎고 모든 면에서 바라나의 완승이었기 때문이다.






끄라비 리조트 리뷰 #1: 바라나 (Varana Hotel)


바라나 장점들


1. 모든 시설이 새삥이다. 2023년 4월 부분적으로 오픈해 아직 공사 중인 동이 몇 개 있지만, 부대시설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 2024년 중에 전체를 오픈할 예정이다.


2. 세심한 서비스. 직원분들이 프로페셔널함을 넘어서서 마치 가족/친구같이 케어해 주는 분위기다. 선을 긋는 딱딱한 친절이 아니라, 따뜻하고 깊은 배려에서 나오는 그런 친절 말이다. 예를 들면 리조트 내에서 마주치면 어디 가는지 픽업이 필요한지 묻고, 불편한 것은 없는지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고, 말 한번 더 걸고 작은 것까지도 설명해주고 싶어 했다. 소피텔 직원분들 역시 굉장히 프로페셔널했다. 하지만  세심함은 분명히 대비되는 부분이었다.

바라나 리조트의 상큼했던 웰컴드링크
깔끔한 기본 룸 구조 & 귀엽고 엄청나게 달았던 웰컴쿠키


3. 부대시설이 전체적으로 미쳤다. 부티크 리조트인데,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은 부대시설들이 있다. 수영장이 총 네 개인데 그중에 하나는 올림픽 사이즈 수영장으로 깊이 3m에 라이프가드도 따로 대기하고 있다. 스파에서는 그냥 마사지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한국처럼 냉탕, 온탕, 사우나, 스팀룸까지 갖추고 있다. 사람도 없어서 오전 내내 프라이빗하게 사용했다.

감탄을 금치 못했던 올림픽 사이즈 수영장
작은 수영장도 놀기에 충분하다.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스파. 오전 내내 냉탕 온탕 온천 사우나를 왔다 갔다 하며 놀았다.


4. 위치 최고. 홍섬 투어 가기에 최적의 위치였다. 롱테일보트 선착장이 걸어서 10분 거리. 근처에 식당은 없지만 간식을 살 수 있는 세븐일레븐도 걸어서 7분 거리에 있다.


5. 프론트 데스크에 문의해서 홍섬투어를 아주 좋은 가격에 예약할 수 있다. 선착장까지 왔다 갔다 하는 택시비까지 포함된 프라이빗 투어가 2인에 3,000밧 (약 11만 2천 원). 여기에 국립공원 입장료(인당 300밧, 약 11,000원)랑 기사님과 선장님께 드릴 팁은 (원한다면) 따로 현금으로 챙겨가면 된다.

심지어 우리는 투어 예약을 미루고 미루다 온라인으로 찾기를 포기하고 늦은 밤에 전화를 했는데도 바로 다음날 투어 예약이 가능했다. Klook이나 에어비앤비로 찾을 수 있는 투어들은 대부분 그룹투어들이고, 가격도 그렇게 저렴하지 않다. 바라나를 통해 예약한 투어는 프라이빗 투어였기 때문에 배에 탄 사람은 선장님과 우리 둘 뿐이었다.

바라나 프론트데스크를 통해 예약한  홍섬  투어를 책임진 뻰 선장님. 브루스리 뺨치는 영화주인공의 자태를 뽐내셨다.
끄라비에 오지 않았으면 이 미친 뷰를 보지 못했겠지?
뻰 선장님 배를 타고 여러 섬을 돌아다녔다. 문자 그대로 절경이었다. 이걸 내 두 눈으로 봤다니!
오후에 수심이 낮아져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만 바라본  이름이 기억 안나는 뭐시기 라군 (Lagoon). 사진 한 장만 건졌다.
한적한 섬 근처에 정박을 하고, 수박을 물에 던지면 이렇게 물고기 떼가 모여든다. 구명조끼를 입고 물속으로 들어가서 물고기들이랑 같이 헤엄치고 놀았다. 정말 무섭고 재밌었다.


6. 조용하고 한적하다. 커플이나 친구들끼리 오는 투숙객이 대부분이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수영장이나 놀이시설이 없어서 가족단위 투숙객이 거의 없다. (반대로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가족들에겐 이게 바라나의 단점이겠다.) 게다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더 조용했다.


7. 조식 퀄리티 최상. 스프레드 자체는 작지만 정말 알짜배기였다. 오히려 가짓수만 많은 다른 리조트 조식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모든 메뉴 하나하나가 고퀄리티였다. 넛츠부터 치즈, 샐러드, 잼, 페이스트리까지 하나하나 정성 들이고 퀄리티에 신경 쓴 것이 느껴진다.

아보카도 토스트를. 이렇게 하나하나 예쁘고 정성스럽게 플레이팅 해서 준다.
지금까지 먹어본 호텔 조식 에그 베네딕트 중 세 손가락 안에 꼽는 퀄리티 (꼬사무이 하얏트 리젠시 & 푸켓 르네상스 와 더불어)
국수가 빠지면 섭섭하다. 호텔 조식 국수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하는 나도 감동하며 먹었다.
태국식 디저트. 종종 호텔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예쁘고 단맛만 나는 디저트가 아니라, 전부 다 맛있었다.
샐러드바는 리조트 내에서 직접 기르는 샐러드 채소들로 채운다고 한다.
아기처럼 소중하게 쌓여있는 (빵순이 눈에는 그렇게 보임) 아름다운 빵들. 사워도우 퀄리티 미쳤다.
일반 호텔 조식에서 기대하는 퍼석하고 기름지기만 한 페이스트리 같은 것이 아니었다. 진짜로 맛이 있었다.
버터랑 잼 컵이 너무너무 귀여웠다. 넛츠 스테이션에 마카다미아 있는 호텔, 귀하다.
야무지게 담아 온 빵, 크루아상, 치즈, 넛츠, 요거트




바라나 단점들

모두들 나는 크게 단점이라고 느끼지 않은 것들이지만, 경우에 따라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들을 적는다.

부분적으로만 먼저 오픈한 상태라 아직 공사 중인 동이 있었다. (2023년 8월 기준). 리조트 가장 안쪽에 있는 동들이 공사로 막혀있는데, 공사 소음이 들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끄라비의 메인 비치인 아오낭비치 & 라일리 비치에서 멀다. 그 부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확실한 단점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단점이 아니었다. 관광/휴양도시 시내는 다 거기서 거기인걸 알면서도 굳이 나가본 끄라비 시내는 역시 실망스러웠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똑같은 가게들로 즐비하고, 맛집도 뭣도 아닌 혼종 식당들 뿐인 데다, 호객행위까지.. 번잡 그 자체였다. 나에겐 오히려 홍섬투어 하기에 최적인 위치라는 점이 바라나의 장점이었다.

만약 거대하고 가짓수가 많은 조식 스프레드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가짓수보다는 퀄리티에 초점을 맞춘 스프레드다.

조식 식당 규모가 작다. 내가 갔을 땐 한가했지만, 만약 가오픈 기간이 끝나고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에 간다면 조식 시간이 전쟁터일 수도 있겠다.

프라이빗 비치가 없다. 리조트 내에서 바로 닿을 수 있는 비치가 없고, 리조트에서 나와 길을 하나 건너야 한다.

리조트 입구는 이렇게 생겼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구석구석 섬세하게 잘 가꾸어 놓아 아름다웠다.
바라나 리조트 건너편에 있는 비치에서 본 석양
해 지는 모습이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바라나 총평

한 줄로 정리하자면 작은 규모에 최상의 퀄리티로 운영되는 리조트. 만약에 고풍스럽고 웅장한 휴양지의 느낌을 원한다면 두짓타니 또는 소피텔을 추천한다. 반면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분위기와 깨끗하고 모던한 시설, 따뜻하고 개인적인 서비스를 선호한다면 아묻따 바라나를 추천한다. (예약링크)


저녁은 리조트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했고, 조식을 배불리 먹었으니 세븐일레븐 간식정도로도 충분했다. 끄라비 시내로 나가는 것보다는 리조트 안에서 수영을 하거나 하루 날을 잡고 섬투어를 나가는 것이 훨씬 낫다.



바라나 근처 맛집들

1. Baan Tha Ley - 완전 맛집. 전화로 픽업요청을 하면 리조트까지 와주신다.

2. Bai Tong - 바라나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중간 맛집.






끄라비 리조트 리뷰 #2: 소피텔 (Sofitel Krabi Phokeethra Golf & Spa Resort)



소피텔 장점들


1. 바라나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고 웅장하다. 처음 들어가는 입구부터 그 규모가 다른 것이 확실히 체감된다.

리조트 로비에서 바라나에선 느낄 수 없던 웅장한 규모가 느껴진다.
리조트가 꽤 넓어 저녁에 산책하기에도 좋았다.


2. 리조트 내 아주 다양한 시설과 하루종일 액티비티가 빽빽하게 준비되어 있다. 거대한 부지 내에 테니스코트와 9홀 골프코스가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참여할 수 있는 액티비티로는 요가, 필라테스, 타이치, 무에타이, 윈드서핑, 태국어 수업, 등이 있다.


3. 아이들을 위한 액티비티와 시설. 이 부분은 타깃층에서 빗나간 나에게는 사실 단점이었지만, 아이들과 여행하는 이들에겐 아주 큰 장점일 것 같아 적는다. 조식에 아이들 키에 맞춘 낮은 테이블에 키즈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로 아이들을 위한 준비가 잘 되어있다. 키즈클럽에서는 낮 시간에 쿠킹 클래스, 그림 그리기, 무에타이, 테니스, 등 여러 액티비티를 진행한다. 수영장에서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시설이 메인 풀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늦은 오후에는 수영장에서 마이크를 든 레크리에이션 강사님이 아이들 혼이 나갈 때까지 놀아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4. 끄라비에서 가장 긴 수영장이 있다. 메인 풀에서부터 구불구불 풀액세스 룸 앞까지 이어진다. 비가 오지 않아 하루종일 수영한 날은 꽤 만족스러웠다.

해가 났을 때 수영장을 바라보는 뷰는 정말 최고였다. 끄라비에서 가장 긴 수영장이라고 한다.


5. 조식 가짓수가 많고 식당 규모가 크다. 이 것도 사실 나에게는 단점이었던 부분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단점 리스트에 적는다.




소피텔 단점들


1. 시설이 오래돼서 낙후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관리는 잘 되어있는 편이지만 작은 불편함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티브이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볼 수 없고, 블루투스로 모바일을 연결할 수도 없다. 침구에 퀴퀴한 냄새가 배어있다. 휴대폰을 충전할 플러그 위치가 불편하다.


2.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다. 위층이나 옆방에서 가구 끄는 소리, 떠드는 소리, 기침하는 소리, 아이들 우는 소리가 그대로 다 들린다.


3. 타깃층이 가족이다. 유럽이나 호주에서 가족단위로 휴양온 투숙객들이 대부분이다. 위에 적었듯, 이 부분은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장점일 수 있겠다. 하지만 고요하고 평화로운 휴양을 원한다면 소피텔은 피하는 게 낫다. 어딜 가도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고 있어 평화를 찾기 어렵다.


4. 바라나와 마찬가지로 리조트에 프라이빗 비치가 없다. 지도에는 비치와 닿아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여기도 리조트 밖에서 좁은 도로를 하나 건너야 비치에 닿을 수 있다.


5. 조식이 최악이었다. 이틀째에는 그냥 커피만 마시고 음식은 스킵했을 정도다. 바라나에 비해서 가짓수는 많으나 퀄리티 면에서 떨어지고, 무엇보다 식당이 너무 붐비기 때문에 뭐 하나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특히 투숙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호텔 측에서 관리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손님들을 받아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음식이 떨어져도 회전이 안되고, 스테이션이 지저분해져도 관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 다 헤집어놓은 음식이 먹음직스러워 보일리 만무하다. 또 에그스테이션 직원들은 너무 바쁘고 몰려드는 사람을 순서대로 받지도 못한다. 끊임없이 양옆에서 새치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믈렛 하나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요상한 스시에 대충 쌓인 펜케이크도 볼 수 있다.


조식에 꿀 종류가 다양한 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게 다였다.
빵도 페이스트리도 무맛이었다.
너무 바빠 재료가 계속 떨어져 있던 누들 스테이션. 국수 자체도 맛이 그냥 그랬다.
디스플레이는 그럴싸해 보였지만 막상 맛있는 빵은 없었다.
먹을 수 있는 도넛이 걸려있는 액자. 내가 아침에 도넛을 먹는 사람이었다면 아주 좋아했을 텐데.
저녁에 리조트 내 인디안/타이 레스토랑에서 시켜 먹은 커리가 다음날 조식에 나오기도 했다.


소피텔 총평

아이들을 위한 액티비티가 많아서 아이들과 함께 또는 대가족 단위로 오는 여행객들에게는 추천해 볼 만한 것 같다. 반면 오붓하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길 원하는 커플이나 친구 여행자들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소피텔에 온다면 평화롭게 바다를 보며 즐기는 휴양지에서의 아침식사 같은 것은 깔끔히 포기해야 한다. 만약 먼 훗날 내가 아이들과 함께 끄라비에서 머무를 숙소를 찾는다면 소피텔을 다시 옵션에 두긴 할 것 같다. (예약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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