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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 Nov 21. 2023

두께 6cm 에그타르트 맛집

쿠알라룸푸르 최애 맛집

쿠알라룸푸르에는 어딜 가도 태국음식점들 천지다. 반대로 내가 살고 있는 방콕에서는 말레이시안 식당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안타깝지만,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태국음식을 짝사랑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글에서 소개할 식당은 부디, 꼭, 지금, 당장 방콕에 지점을 내서 방콕의 오랜 말레이시안 음식 가뭄을 끝내주었으면 하고 내가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말레이시아 출신의 멋진 체인 음식점, 오리엔탈 코피 (Oriental Kopi)다.




역사와 전통 있는 식당이냐고? 놉. 2021년 오픈한 새삥입니다.


오리엔탈 코피는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대형 쇼핑몰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눈에 띄는 체인 음식점이다. 평일이건 주말이건 그 어느 애매한 시간대에도 모든 지점이 항상 손님들로 붐비는 것은 물론, 식사 시간대에는 무조건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하는 정도니 "저긴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싶어 저절로 눈길이 가기 때문이다.

두께 6cm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두꺼운 에그타르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오리엔탈 코피의 에그타르트 / 사진출처: Lemon8

길게 늘어진 줄 외에 또 쩝쩝박사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진귀한 장면이 있는데, 바로 매장 입구에 진열돼 극강의 고소한 버터와 계란향을 풍기는 에그타르트다.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는 말레이시아 현지 코피티암 (Kopitiam: 커피, 차, 토스트, 계란 등 아침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을 통틀어 칭하는 말) 음식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메뉴다. 비교적 최근인 2021년, 등장과 동시에 말레이시아 현지 요식업계를 뒤흔든 오리엔탈 코피는 바로 이 로컬 스테디 메뉴인 에그타르트를 한 층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으로 승부를 봤다. 기록적인 6cm 두께와 파삭한 128겹 크러스트의 에그타르트를 내세워 본점 오픈과 동시에 줄 서서 먹는 식당에 등극한 것이다.


파빌리온 쇼핑몰 부킷빈탕 지점에 있는 오리엔탈 코피 매장
그 어느 지점을 가도, 그 어느 시간에도 항상 배고픈 사람들로 붐빈다.

에그타르트의 두께와 향기에 홀리듯 이끌려 매장으로 들어간 뒤에는 게임 오버다. 웬만한 로컬 음식들을 전부 다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기본적이고 탄탄한 메뉴,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현지식 커피 및 밀크티 음료 메뉴, 화룡점정인 에그타르트, 빠릿빠릿한 주문과 서빙, 귀국 선물용으로 딱 좋게 포장된 간식들까지. 한국인 취향에 이보다 더 완벽한 식당이 있을 수 있나? 싶은, 원스탑 로컬 식당 끝판왕이다.




오리엔탈 코피 식사 메뉴 추천


Oriental Signature Nasi Lemak 가장 먼저 말레이시아의 대표 음식인 나시레막. 코코넛밀크에 지은 향긋한 쌀밥에 오이, 볶은 땅콩, 멸치 그리고 육류 한 가지가 한 접시에 담겨 나오는 요리다. 육류는 보통 커리나 닭튀김 중에 고를 수 있다. 튀김옷 안에 커리가 있는 것을 보아 닭튀김도 커리에 재워뒀다 튀기는 모양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요리인만큼 엄청나게 특별할 것은 없어도, 기본에 충실한 맛이니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접시 왼쪽 귀퉁이에 한 숟갈 얹어진 빨간 삼발소스는 말레이시아의 국민 양념인데, 우리 고추장보다 조금 거 달고, 거기에 새우가루의 감칠맛이 폭발하는 맛이다.

Oriental Signature Nasi Lemak. 18.90 링깃 (약 5,400원)


Oriental Curry Laksa Mee 말레이시아의 커리 락사는 태국의 카오소이와 그 탄생 배경도 맛도 비슷하다. (중국식 면과 동남아의 커리를 합친 국물 요리). 카오소이는 언제든지 방콕에서 먹을 수 있는 요리지만, 그래도 말레이시아에 와서 락사를 안 먹으면 섭섭하다. 코코넛밀크가 들어간 진하고 부드러운 커리 국물이 뱃속을 뜨끈하게 데워준다.

Oriental Curry Laksa Mee. 가격은 16.90 링깃 (약 4,800원)


아래 두 면요리는 둘 다 닭육수 베이스에 시원한 새우맛이 더해진 진하고 중독성 강한 새우탕면 맛이다. 하나는 매콤한 버전, 하나는 플레인 버전. 개인적으로는 락사보다 더 내 입맛에 맞았다. 단전에서부터 "아~~ 시원~~ 하다!" 소리가 절로 올라오는 그런 얼큰함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Penang Prawn Mee 매콤하고 기름진 새우탕면맛. 중독성 강하다. 16.90 링깃 (약 4,800원)
Oriental Chicken Hor Fun 닭고기 육수에 새우탕면맛. 부드러운 쌀국수. 15.90 링깃 (약 4,500원)


Oriental Signature Mee Siam 마지막은 페낭식 쌀국수 요리인 미 시암 (Mee Siam)의 볶음요리 버전이다. 매콤 짭조름하면서, 볶은 면에서 새우의 감칠맛이 느껴진다. 여기에도 빠질 수 없는 말레이시아의 국민 양념 삼발소스, 수란, 그리고 커다란 닭다리 튀김과 함께 서빙된다. 국물 없는 면요리가 당길 때 딱이다.

Oriental Signature Mee Siam. 가격은 19.90 링깃 (약 5,600원)




오리엔탈 코피 사이드 메뉴 추천


Penang Fruit Rojak 페낭식 과일 샐러드. 파인애플, 오이, 그린망고, 바삭하게 튀긴 밀가루 반죽 등을 한입 크기로 댕강댕강 썰어서 매콤 달콤 짭조름한 소스에 무치고 그 위에 땅콩가루를 들이붓는다. 과일에 짠맛이 더해진 요리라 한국인 입맛에 오묘하게 다가올 수 있는데, 만약 태국에서 그린망고에 새우향이 나는 달달한 칠리소스를 곁들여 먹어본 적이 있다면 크게 낯설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땅콩은 신의 한 수였다. 고소함이 폭발한다. 호불호가 갈릴 요리인 것 같은데, 불호인 사람도 경험이라 치고 한 번은 먹어볼 만하다.

수북히 올라간 땅콩의 자태가 아름다웠던 로작 샐러드. 15.90 링깃 (약 4,500원)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쌀가루 반죽에 절인 야채와 달큰한 간장을 뿌린 음식


다음은 이 집의 시그니처, 뚠뚠한 6cm 두께의 에그타르트. 쿠알라룸푸르의 여타 베이커리나 카페에서 먹어본 모든 에그타르트들과 비교해도 여기가 제일 맛있었다. 쇼핑몰에 들어와 있는 체인음식점이라고 해서 얕은 편견을 가지고 보면 이런 멋진 에그타르트를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 마는 거다. 잘 돼서 지점을 여러 개 낸 집은 이유가 있다. 이 에그타르트를 먹으면 알 수 있다.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 자그마치 두께 6cm. 두 개에 9.80 링깃 (약 2,800원)
뚠뚠하고, 크리미하고, 겉은 파사삭, 속은 촉촉. 모든 것 플러스 알파를 갖춘 에그타르트.


Oriental Polo Bun (뽈로번/파인애플 번) 홍콩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에게 익숙할 이 빵은 우리나라의 곰보빵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붕어 없는 붕어빵처럼 파인애플이 들어있지 않은 파인애플 번은 전통적으로 크러스트에 격자로 내는 크랙이 파인애플 무늬를 닮아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 오리엔탈 코피의 파인애플 번은 겉 크러스트가 거의 쿠키처럼 도톰하고 바삭한 것이 특징이다. 빵을 가로로 슬라이스 한 뒤 함께 나오는 도톰한 버터를 샌드해 연유까지 뿌려 먹으면 그대로 천국의 맛(이라 쓰고 아마 혈당 스파이크라 읽는)을 느낄 수 있다.


Iced Cham C Kosong (참 씨 코송) 홍콩에서 차찬텡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윤영(Yuenyeung)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할 음료. 커피와 차를 섞은 홍콩식 밀크티다. 이름에서 Cham(참)은 커피와 차를 섞은 음료를, C는 우유, Kosong은 무설탕을 뜻한다. 만약 우유도 설탕도 없이 블랙으로 마시고 싶다면 Cham O Kosong을, 우유와 시럽 모두 넣고 달달하게 마시고 싶다면 Cham C를 주문하면 된다. 차갑게 주문해 에그타르트나 파인애플번과 함께 먹으면 그것이 바로 극락이다.

파인애플 번은 7.90 링깃 (약 2,200원) & Cham C Kosong은 9.30 링깃 (약 2,600원)





오리엔탈 코피: 말레이시아 여행 귀국 선물 및 간식 추천


식사 메뉴에서 끝이 아니다. 내가 오리엔탈 코피를 "원스톱 로컬 식당 끝판왕"이라고 칭하는 데에는 바로 이 간식 기념품들의 비중이 컸다. 여행을 다녀보면 의외로 지인들이나 동료에게 가져다줄만한 선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제일 만만한 건 간식인데 그마저도 적당한 가격에,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포장도 현지스럽게 특색 있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맛까지 좋은 그런 간식을 찾기가 은근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간식들을 오리엔탈 코피에서 판매하고 있다. 믹스커피, 파인애플 타르트 (여기에는 파인애플이 들어간다), 카야잼, 누들 등이 있는데, 포장부터 맛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나는 막바지에 오리엔탈 커피를 한 번 터는 것으로 모든 선물 및 간식 쇼핑을 마쳤다.

진열되어있는 믹스커피
클래식 파인애플타르트와 치즈맛 파인애플 타르트 두가지를 판매한다. 10팩 20조각 한상자. 각 36링깃 (약 원) 46링깃 (약 원)
피넛버터, 판단카야, 오리지널카야 세 가지 스프레드를 판매한다. 한 병에 7.90링깃 (약 원)
청 네가지 맛의 인스턴트 누들도 판매하고 있다.
방콕에 돌아와 지인들에게 선물할 목적으로 구매한 치즈 파인애플 타르트 한상자, 클래식 파인애플 타르트 5상자, 그리고 카야잼 두 병.
패키징 퀄리티가 상당하다. 현지 느낌도 나면서 예쁘고 튼튼해 선물로 제격이다. 완전 추천한다.
홍콩이나 대만식 파인애플 타르트와 확연히 다르다. 작고 동글한 모양에 쿠키 부분이 더 두꺼우면서 파삭하고 고소하다. 커피랑 먹으면 꿀맛.





오리엔탈 코피 본점


오리엔탈 코피는 현재 쿠알라룸푸르에만 6개 지점을 두고 있고, 말레이시아 전역에는 총 9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다음 오픈 지점은 부디 방콕이기를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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