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에세이 - 7월] 뿌듯했던 7월을 닫고 기대되는 8월을 열며.
독특한 어려움은 극복해내면 나만의 독특한 서사가 된다.
서사가 되었다, 하고 당당히 말할 수 있길.
.
.
.
감사하게도 귀인들께서 많이 도움을 주신다.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음을 상기하고 과분한 인연들과 도움 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글을 써본다.
7월은 어려움의 절정, 각성, 변화의 달이었다.
초에는 내가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어려움의 폭발과 함께 절망에 압도당하며 삶을 포기할 뻔 했고,
그렇게 마주하고 나니 오히려 초연함과 함께 각성도 하게 되었던.
그에 따라 다양함을 경험하고, 나를 비로소 책임지게 된.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울증 6년차, 계속되는 일어남에도 어김 없이 쓰러지고마는,
나아지지 않음에, 계속 떠오르는 상처와 신체에 각인된 트라우마
지겹도록 반복되는 레파토리, 이해받지 못함. 나약하게 느껴지는 나 자신.
수 천개의 손이 발목을 잡고 나를 끌어내리는 듯한 늪과 같은 절망에서 몸부림치다, 울다,
바꾸기로 했다.
그냥 그런 단순한 선택, 단조로운 읊조림.
생각 이전에 해보는 작은 행동.
머리를 비우고 일단 단순하게 나아져보기로 했다. 살아보기로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공부를 하고, 친구를 만나고, 맡은 일을 열심히 해보았다.
사랑을 하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기회도 만났다.
피정도, 여행도 가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공부의 본질을 포함해 적어도 책 세 권 분량 이상의 가르침을 준 놀라운 창업가, 성공의 가르침을 주신 회장님, 인연을 터주시는 사무총장님,
늘 집약하여 표현하기 어려운 훌륭한 태도로 삶을 잘 살아내며 책보다 많은 가르침을 주는 내 친구,
글로 나누는 대화, 책들의 작가들. 예쁜 마음씨를 심어준 친구, 대표의 책임, 젊음의 열정, 성장의 에너지를 알려준 선배님들.
처음 해보는 기획들, 몸담은 조직, 그 속의 참 배울 점 많은 사람들. 항상 존경스러운 우리 아빠와, 즐거운 엄마와의 대화.
그리고 사랑을 알려주는, 항상 고마운 나의 사랑.
중간에 몇 번 삐끗하긴 해도, 확실한 건 놀랍도록 나아지고 있다는 점.
여행이 말해준 것과 내 주위 멋진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들.
함께 먹은 맛있는 것들과 눈동자에 각인된 풍경들.
향기롭게 들어온 사랑들
피정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과, 그 이유를 말해볼까요?"하는 수녀님의 말씀에
"저는 행복이 감정이 아니라 상태라고 생각해요. 제가 행복한 데에는 이유가 없어요.
그냥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슬퍼도 행복하고 기뻐도 행복하고 그래요." 라고
덤덤하고 쿨하게 대답한 나와 같은 스무 살.
"지금 자신에게 있는 것 중 버리고 싶은 것을 이야기 해볼까요?"하는 수녀님의 물음에
모두가 버려야할 것을 골똘히 생각하고 각자의 것을 내놓았다.
불안, 걱정, 나태함, 조급함...등.
나는 조급함과 혼란을 말했다.
이윽고 그 분의 차례가 오자 그는 마이크를 잡고,
생그러운 웃음과 함께 평온한 목소리로
"불안함은 원동력이 되고, 나태함은 저를 쉬게 해줘요. 저는 버리고 싶은 게 없어요." 하고 답했다.
자연스럽게 그녀가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진정으로 자신을 위해 자신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한지 배웠다.
정성을 다한 음식을 끊임없이 주시고, 조금이라도 마음을 더 쉬게 해주기 위한 노력들이 느껴질 때,
큰 사랑을 주시는 수녀님들과 신부님의 모습이 너무도 감사하고 신기했다. 그러한 마음의 원천이 궁금했다.
수녀님들의 한 치의 얼룩도 없이 깨끗하고 순수한, 정결한 웃음을 볼 때
그 웃음을 보는 것만으로 평안을 배우고, 행복을 배우고, 세상을 배울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 중 해주신 말씀에서 나 한 사람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나라는 것을 배웠고,
피정을 가서 나의 행복에 책임지는 법을 배웠으며,
책을 읽으며 사회 속에서 마주하는 책임을 배울 수 있었다.
도움 주시는 만큼 이를 갚기 위한 책임도 깊이 느꼈다.
회피하고 탓하게 된다면 영원히 당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답을 찾아가고 있다.
"어쩔 수 없었어. 내 잘못이 아닌데, ~ 때문이야"하고 원망하던 때에 느끼던 것은
무력감. 억울함. 절망감.
중요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 상황에서, 잘못을 따진다면, 내가 '잘못'한 것은 없었다.
아팠을 뿐이고, 피해자였을 뿐이고, 어렸을 뿐이었으며 어쩔 수 없었고, 몸이 얼고 입이 얼었고 ... 등등.
논하자면 끝도 없다.
나는 이제 내 피해의식을 끊어낸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내가 나를 위해 행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을 고민하고, 인정하고, 나아가기 위해 차분히 실천한다면
적어도 희망은 있을 것이다.
차분히 감정을 살피고 이성적으로 관조한다는 것은
평안을 주고 이는 무언가, 희열감을 준다.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말은 곧 내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더 많은 책임은 더 많은 힘을 준다.
받아들이고 해낼 용기를 가져보기 시작했다.
어떠한 판단 없이 매순간 '나아짐'을 고민한다면,
하루하루를 잘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 하루들은 뿌듯한 어제가 되고, 즐거운 오늘이 되고, 기대되는 내일이 될 것이다.
그런 단단하고 소소한 희망으로 8월도 잘 살아내길.
8월 끝자락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상상치도 못할 놀랍고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주길.
기대하며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