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식을 갔다. 환풍구가 없어 매캐한 연기로 가득찬 고깃집이었다. 들어가기도 전에 눈에 비친 희뿌연 연기에 나는 코를 막고는 생각했다.
“건강이 나빠지면 어떡하지”
그순간 눈물이 났다.
나는 늘 쉽게 내 생을 버릴 고민을 해왔는데
사실 나는 이렇게 나를 생각하는구나.
생각보다 나는,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구나. 아껴주고 있었구나, 사랑하고 있었구나.
번아웃이 오리라는 건 당연히 알았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미친듯이 무언가를 하지 않기에는 너무 공허했다.
나를 몰아세우지 않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의, 이유를 모르고 너무 텅 비어버려서
불안으로라도, 우울으로라도, 무엇으로라도
채우고 싶었다.
검은 색으로라도 칠하고 싶었다. 색이 없는 것은 끔찍한 느낌이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없는, 모든 것이 나를 뚫고 지나가는 투명한 느낌.
내가 이세상에 존재하는 지도 느끼지 못하는 이인증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이 병을 얻게 된 이유들도 이제는 떠올려도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지만.
너무 지쳐서
덮어버렸다.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아무런 힘이 없지만 굴러가는 일상에 또 몸을 싣고 머리를 굴리지만
잘하고 싶은데, 쏟을 수 없는 힘에 속상하고 미안하고
해내야만 하는 것들이 많은데 놓치는 것들이 많아,
그런데 미안하다고 말 할 힘도 없다.
예전에는 나의 모든 것에 당당했던 것 같은데,
어둠을 밝히는 것도. 내 잘못이 아니니까.
그런데 이제는 왜이리 두려울까,
잘못한게 너무 많은 것 같다. 참 부족해서.
내 낙이었던 글도 더이상
전만큼 어여쁘지 않네.
모든 자기연민도, 나약함도, 업도.
다 환상처럼 접어들텐데
얼마 전
목소리를 매개로 주체로서의 존재와
생명의 총체를 표현한 전시를 보았다.
그땐 참 무언가 모를 위로를 받았는데.
그냥 그 모든 유기가 아름다워서.
언어라는 유한으로 담기에 세상은 너무나 무한하다.
진리는 더더욱.
그래도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사랑으로 가득 채울 수 있도록 해야겠다.
사랑만 하기에도 참 아까운 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