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나의 그림 작업에 전보다 더 다양한 색과 기법을 끌어들이게 된 계기 중 상당 부분은 외부의 간섭에 대한 저항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순수미술’, ‘작가주의’ 등의 수식어로 빈틈없이 무장하는 것이 화가로서의 사명이라며 열을 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명예나 돈을 얻기 위해 그림 그리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외부의 간섭을 피해 순수한 나를 지키려는 몸짓에는 연약한 자아의 불안이 느껴진다. 인간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우주에 참여하는 존재라서 ‘순수한’ 무엇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고유성은 지켜야 할 실체가 아니라 나답게 살 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