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0년 동안 뉴욕에서 지내면서 처음 이곳으로 여행을 왔을 때의 낯설고 설레는 감정들은 이제 느껴지지 않지만, 오래 보면 볼수록 잔잔하게 정이 든 나의 눈에 비친 뉴욕에 대해 글을 써 보려 한다.
미국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의 뉴욕에 관한 노래 중 가사 일부분 ‘이곳 (뉴욕)에서 해낼 수 있다면, 어디서든 해낼 수 있다.’를 들을 때마다 이 처럼 간결하고 명확하게 뉴욕에 대해 표현한 문장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말하기 피곤할 정도로 뉴욕은 정말로 치열하고, 바쁘고, 빠르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곳이다. 디자인, 패션, 금융, 사업 등등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은 뉴욕 맨해튼에 지사를 둘 정도로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고 그만큼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준과 요구 사항은 높다. 마치 빠르게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가는 연어들처럼 끈기 있고 힘차게 밀어 부쳐야 떠내려가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남은 연어들을 유유히 자신의 목적지로 가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마무리한다.
짧게 보면 이런 고집 센 끈기는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혹자는 왜 굳이 소소하게 다른 곳에서 잘 살 수 있는데 굳이 한국을 떠나 먼 곳에서 사서 고생하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뉴욕은, 특히 맨해튼은 나의 삶에 대한 갈증을 채워 줄 수 있는 내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이 작고 독특한 섬 (맨해튼)은 문화적으로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살기 때문에 어느 비주류 취미나 예술이나 문화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토론하거나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나에게 뉴욕은 편견 없이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는 곳이고,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못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과정이 행복한 것 등을 천천히 알아가게 해 준 곳이다.
연어의 회귀본능처럼, 나는 잠깐 다른 곳에 있다가도 다시 맨해튼으로 돌아온다. 이 섬에서 나는 나 자신을 알아가고, 내 자아의 단단한 주춧돌을 짓고 있다. 이 과정은 후에 어느 센 물살이 흘러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전히 나 자신이라는 집을 세울 수 있게 한다.
나에게 뉴욕은 내 집을 짓기 위한 단단한 주춧돌은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준 곳이다.
그러니 이곳에서 해낼 수 있다면, 어디서든 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