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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Nov 10. 2023

지극히 사적인 뉴욕 이야기

05 - 가을의 센트럴파크

    맨해튼이라는 작은 섬에서 쌓는 추억들은 마치 가난한 화가의 덧칠된 유화 캔버스 같다. 표면적인 공간들은 제한되어 있으나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추억은 모두 다양하게 제각각이라 센트럴파크를 가던, 플랫아이언 동네를 가던 동네마다 최소 수십 개의 달고 쓴 추억들이 회상된다. 10여 년 동안 덧칠해 온 두꺼운 캔버스를 보고 있자 하니 새삼스레 참 많은 일들과 사람들을 만났었구나 하며 익숙하지만 낯선 감정을 느낀다.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시간이 지나면 오랜 물감처럼 색이 바래듯 감정들도 흐릿하고 형태만 남지만, 이맘때의 센트럴파크는 항상 나의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항상 이곳을 걸으면서 생각과 마음 정리를 했고, 내게 특별했던 그 사람과 이곳을 걸으면서 서로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던 곳. 역설적이게도 서로의 과거나 미래 그 어느 것도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늦게나마 만난 서로의 현재에 조바심을 느끼며 마치 오랜 연인처럼 과거를 같이 회상하며 같이 하고픈 미래를 꿈꾸어 왔던 것 같다. 실없는 말을 하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웃고 장난치던 우리. 내게 아무것도 재거나 따지지 않은, 순수하고 깊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끼게 해 준 사람. 함께 하진 않지만 지금도 내 디자인과 생각에 깊은 영감을 주는 내 20대의 '행복한 사고'. 10년이 흐른 뒤 나는 또 어떤 형태의 추억들을 회상할까. 나도 타인의 행복한 사고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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