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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관일 Dec 03. 2022

SNS가 맺어주는 인연의 고리,
이래도 악플을 달까?

결국은 인간관계(9)

9. SNS가 맺어주는 인연의 고리     


인맥에는 대면관리와 비대면관리가 있다. 직접 만나면서 관리하는 인맥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인맥이라면 인간관계 중에서도 대면관리의 매우 긴밀한 관계, 끈끈한 관계를 떠올린다. 우선 그 선입견부터 깨자. 인맥이란 말 그대로 사회적으로 형성된 사람과의 유대 관계다. 특별한 인간관계로 좁혀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는 강한 유대(Strong Ties)가 있고 약한 유대(Weak Ties)가 있다. 강한 유대란 가정이나 직장 또는 어떤 모임을 통해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다. 친구나 선후배 또는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약한 유대란 강한 유대이외의 유대로 보면 된다. 술자리에서 우연히 함께 어울리게 된 사람이라든가 여행이나 산행 중에 만난 사람 등이 해당된다. 특히 소셜네트워크(SNS)상에서 사귀게 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대표적인 약한 유대요 느슨한 연결고리다. 

그런데 이 약한 유대, 느슨한 연결고리가 강한 유대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약한 유대’를 설명할 때 동원되는 스토리가 있다. 


미국의 보스턴으로 출장을 온 회계사가 택시를 타고 가면서 택시기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출장 때문에요. 이런 멋진 도시에서 일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군요.” “손님은 무슨 일을 하십니까?” “회계사입니다.” “아, 그래요. 조금 전에 탔던 손님이 00회계 법인의 대표라던데, 사람이 모자라서 걱정이라고 하더군요.”


이쯤 되면 찬스다. 그리하여 그 회계사는 손쉽게 일자리 정보를 얻어 취업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때 회계사의 입장에서 보면 택시기사는 평소에 관리하던 인맥이 아니다. 우연히 만난, 매우 약한 유대의 관계인 셈이다. 

실제로 미국의 보스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구한 경로를 조사해 보니, ‘강한 유대’보다는 ‘약한 유대’를 통해 일자리를 얻은 비율이 3배가량(19%대 56%) 높았다고 한다(<이코노미 조선> 15호 2006년 1월 1일. 고종원기자의 풀어쓴 경영이야기, ‘강한 유대’보다 ‘약한 유대’를 늘리자). 


이게 벌써 16~7년 전의 이야기다. 그러니 오늘날에는 약한 유대의 양과 질이 엄청나게 발전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어디 미국이나 보스턴만의 일이겠는가. 요즘은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이다. 이런 시대에 친구나 인척, 선후배 등만으로 인맥을 형성한다면 현대판 원시인, 크로마뇽인에 다름 아니다.


약한 유대관계가 매우 유익하고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는 것을 잘 설명하는 더 오래된 유명한 연구가 있다. 1973년 미국의 사회학 교수 마크 그라노베터가 ‘약한 연결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가까운 친구들(강한 연결)보다도 먼 지인들(약한 연결)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즉 이직한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운 직장을 알게 되었는지에 관한 실증 연구에서 27.8%가 약한 연결을 통해 직장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강한 연결을 통해 직장을 얻은 것(16.7%)과 비교할 때 훨씬 높은 수치이다(<아트인사이트>, 2022. 4.16, 코로나 시대에 느슨하게 연결되는 우리).     


● 이래도 악플을 달 수 있을까?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느슨한 인맥을 쌓는 네트워킹이 사회생활의 성공적 요인으로 각인되면서 사람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개인적 친분을 쌓으면 무엇보다도 그들의 인맥을 공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필요한 사람을 소개받으면 새로 찾거나 검증하는데 들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는 것이다(중앙일보, 2021. 8. 5, 인맥 만능 사회의 함정, 강혜련 교수).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느슨한 유대관계의 영향력을 통해 생산성을 높힐 수 있을까? 2011년부터 페이스북은 수학자 및 사회학자들과 연합하여 서비스 이용자들 간의 분리 단계를 추적해 왔다. 그 결과 2011년에 7억 2,100만 명이 페이스북 계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용자들 간 사슬의 길이는 3.74명이었다. 그러나 2016년의 조사에서는 사용자 수가 15억 9,000만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사슬의 길이는 3.57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약 당신이 페이스북 계정을 가지고 있다면 10억 명 이상의 인적 네트워크에서 세 사람 내지 네 사람의 소개를 거치면 누구와도 아는 사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데이비드 버커스, <친구의 친구>, 장진원 역, 한국경제신문, 2019).


이쯤 되면 SNS를 사용하는 것이 괜한 심심풀이거나 외로움을 달래는 방편 정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심지어 SNS에 악플을 달거나 시비조의 댓글을 다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오히려 그것을 잘 활용함으로써 인맥을 폭발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고 자신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약한 유대관계로 만들어진 인맥이 신분 상승을 비롯한 사회적 이동 기회의 통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역량으로는 얻을 수 없던 정보를 얻는 인맥의 통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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