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리더십'이 답이다(13)
대학시절, 가정교사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다. 학습대상자는 고등학생 예닐곱 명이었는데,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대표급 필드하키 선수들이었다. 지금처럼 운동선수가 인기직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던 시절이 아니다. 멋진 유니폼에 ‘아이돌’ 같은 얼짱의 친구들도 아니다. 실내 훈련장이 없기에 뙤약볕 내려쬐는 맨땅의 운동장에서 땀범벅이 되며 격한 훈련을 해야 했다. 그래서 언제나 온몸이 햇볕에 검게 그을려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훈련 중, 감독이나 코치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체벌이 가해졌다. 때로는 하키 스틱으로 궁둥이에 피멍이 들도록 얻어맞기도 했다(요즘 같으면 학부모의 항의로 난리가 나고 법적문제로 비화될 것이다).
고된 훈련을 마친 녀석들이 방과 후에 공부를 하겠다고 모였으니 오죽하겠는가. 그들을 가르치기 위해 방에 들어서면 땀 냄새가 코를 찔렀고, 몇몇 학생은 얻어맞은 궁둥이 때문에 똑바로 앉지를 못했다. 또한 낮 동안의 훈련으로 피곤한 터라 수업 중에 앉은 자세로 코를 골며 잠드는 녀석도 있었다.
어느 날, 그 한심스런 장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 참 이해가 안 된다. 그렇게 맞아가면서 그 힘든 운동을 왜하냐? 그보다는 공부를 하는 게 훨씬 쉽지 않느냐? 공부는 이렇게 책상 앞에서 편안하게 하고, 부상을 입을 이유도 없고 얻어맞을 까닭도 없다. 맞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모님이 칭찬하면서 맛있는 걸 사줄 거다.”
내가 열변을 토하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들은,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듯이 퉁명스럽게 대꾸를 했다.
“선생님, 차라리 맞으면서 운동을 하는 게 낫지, 공부만은 정말이지 못하겠어요!”
그랬다. 그 장면이 지금도 내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그때 나는 깊이 깨달았다. 사람마다 성격, 기질, 체질이 다르다는 것을. 그것을 다른 성격, 다른 기질, 다른 체질의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을. 자신의 시선으로 함부로 남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직장인도 그렇고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기질이 다르며 체질이 다르다. 처칠과 메르켈의 성격이 다르고, 이순신과 넬슨의 기질이 같을 리 없다. 겉으로는 공통된 리더십 스타일을 발휘했을지라도 말이다. 역사적인 인물이든 당신네 회사의 리더들이든 개인적 기질과 성격, 인성이 같은 사람은 거의 없다.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업적과 성과로 이름을 날렸다는 것뿐이다.
이렇게 사람마다 타고난 성격이나 품성, 체질과 기질이 다른데 리더십의 일반적인 조건들을 나열해놓고 실천하라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각자 자기의 성격과 기질, 체질과 품성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옳다.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 리드해야 한다.
당신은 당신의 스타일대로 당신의 방식으로 리드해야한다. 그것을 무시하고 교과서에 나온 방식 - 일반론을 고집하니까 그토록 많은 리더십 교육을 받고도 크게 나아지지를 않는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들을 땐 그럴듯한데 책을 덮고 강의장을 나서면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자신의 스타일을 무시한 채, 성과를 올린 리더들의 방식을 따라하라니 잘 될 턱이 없다. 리더십 책을 읽고 교육을 받을 때는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금세 자기 스타일로 회귀하게 된다.
어차피 똑 같은 스타일의 리더는 없다. 과묵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쉼 없이 말을 하는 다변 스타일이 있고, 활달한 활동형이 있는가 하면 전혀 반대로 남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는 은둔 스타일도 있다. 깐깐하고 세밀한 스타일이 있는 반면에 통 크고 담대한 스타일이 있고, 작은 일에도 심장이 벌렁대는 소심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장 두둑한 배짱형도 있을 것이다.
버럭 버럭 화를 잘 내며 감정조절이 힘든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도무지 화를 내지 않고 끈질기게 잘 참는 사람도 있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차갑고 거친 사람이 있고, 건방지고 교만한 스타일이 있는가하면 언제나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는 스타일이 있다. 남성이냐 여성이냐를 떠나 여성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성형의 스타일도 있다. 외향형이 있는 반면에 내향형이 있고, 유아독존 형이 있는가 하면 협력형의 사람도 있다.
이렇듯 여러 스타일이 양극에 존재한다면 극과 극사이의 연장선상에서도 수많은 스타일이 혼재될 것이다. 그러니 스타일이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똑 같은 스타일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스타일을 바탕으로 자기 특유의 리더십 스타일을 만들어내야 한다. 스타일 리더십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