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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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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 May 26. 2024

<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

그건 손가락 앞에서 살고자 버둥거리고 있었어. 조금 전까지도 살아있는 살점을 씹어 먹은 주제에, 그래도 자기는 더 살고 싶었나 봐.


다들 못 본 척이나 하고. 나만 신기한가? 버둥거리는 게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직 알지도 못하는데. (구워 먹으면 맛있을지, 아님 확 타서 새까만 잿더미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그런데 맛있을 것 같아. 내 살점 맛이 나거나, 아니면 저번에 자살한 애 껍질 맛이 나겠지. 윽.


네가 보이지 않으려던 흉터를 기억해. 붉게 갈라진 흉터는 요동쳤고, 너는 그걸 필사적으로 가렸어. 그럴 때마다 입을 다물게 되더라. 네 몸에는 흉터가 부족해 보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너를 상처 입힌 사람은 몇 년 전에 죽었다고 들었어. 키우던 개한테 물렸다던데. 뭐야, 걔는 살려고 물었다던데?


아무튼,


관찰일기를 쓰고 싶어졌어. 대단한 관심이 없어도 그건 정말 지독하게 살아있었거든. 나에게 무기는 없지만, 꽉 쥐면 어떻게든 잡아둘 수 있지 않을까? 안되면 챙겨서 집에 갈 거야. 그럼 그건 내일 저녁 식사가 되거나, 벽에 걸린 액자가 되거나, 너에게 보낼 메시지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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