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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울 Apr 21. 2024

나의 ‘밝은 밤’은 언제인가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을 읽고

  책을 읽고 이렇게 많이 운 것은 처음이다. 생각할 새 없이 눈물이 나왔고, 책을 넘길 때마다 눈물이 나 계속 읽는 것이 힘들 지경이었다. 너무 많은 양의 비극이 서술되었고, 후반부에는 읽기가 괴로워 이제 제발 이야기가 마무리되기를 바랐다. 특정 사건들은 실제 역사에서 일어난 일들이며, 단순한 사건을 넘어 인물들의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묘사되어 있었기에 그들의 슬픔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또, 지연이에게, 삼천이에게 너무나 몰입되어 마음이 아팠다. 이 마음은 사실 지연이에게 내가 투영되어 나 자신을 아파하는 마음이었다. 지연이와 비슷하게 살아왔던 내가 안 됐고, 가여워서 눈물이 났다. 서로의 감정은 묻어두고 아픈 말들만 내뱉던 나와 가족들, 안 좋았던 일은 없었던 것처럼 덮어두고 지나쳤던 날들을 떠올리면서. 책에 나온 것처럼 그 때의 나를 나는 계속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지연과 할머니를 보면서는 나에겐 그런 이야기를, 멋진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할머니가 없음을 생각하며 슬펐다. 죽을 날만 기다린다는 할머니. 바람피운 남편의 병수발까지 하고 홀로 남은 할머니. 세상을 두려워하는 할머니. 이런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더 쓸쓸하고 슬펐다. 지연이처럼 멀리서, 긴 시간 후에 들었다면 조금은 나았을까. 너무나 가까이에서 보았기 때문에 더 비극적인 걸까.


  하지만 책에서는 서로를 구원해 주는 이들도 나온다. 삼천이에게는 새비가, 지연이에게는 지우가, 엄마에게는 명희 아줌마가.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는 이는 누구일까. 나는 누구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까.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런 이는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이기에, 함께하다 보면 삼천이가 했던 말처럼 아깝고, 슬프고, 가슴이 미어지는 때를 마주하게 된다. 지연이처럼 결국에는 헤어지게 될 결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함께 마주 보며 웃었던 날들은 잊히지 않을 것이고, 서로를 위해 눈물 흘렸던 마음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을 품에 안고 마지막 날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겠지.


  나는, 지연이는 용서할 수 있을까. 엄마를, 아빠를, 전 남편을. 용서하는 것이 나를 구원하는 길일까. 생각해 보면 지연이는 자신을 용서한 것 같다. 비난의 화살을 자신으로 돌리던, 죄책감을 이고 살아가던 자신을 용서한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은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


  엄마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할머니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정답은 없다. 다만 그 길에서 나를 들들 볶으며 나에게 모질게 대하는 일은 그만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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