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울 May 15. 2024

헬스장에서의 이별

  얼마 전, 나는 헬스장에서 이별했다. 흐르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러닝머신 위를 걸었다. 이 이별은 갑작스럽게 찾아와, 나는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때는 여느 때처럼 개인 PT를 마치고, 다음 주 스케줄을 잡을 때였다. 나의 PT 선생님께서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시며 귓속말하셨다.

“다음 주에 제가….”  

’아 다음 주에 일정이 안 되시나?‘ 라고, 가볍게 생각하던 찰나,

“다음 주에 제가 그만두게 됐어요.”

나는 뒷걸음질 치며 놀란 목소리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네? 정말요? “


  그렇다. 나는 나의 PT 선생님과 예정에 없던 이별을 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무려 1년 반 동안 PT를 받아오고 있는 나름의 PT 고인물. 그동안 선생님과의 이별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항상 내가 그만두거나, 이사를 하게 되어 어쩔 수 없게 그만두는 상황을 생각했었는데 선생님의 퇴사는 나의 예상에 없었다. 왜 내가 단순한 운동 선생님과의 이별을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지 의문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비유하자면, 나에게 PT 선생님은 알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만난 어미 새와도 같았다. 이 분은 내가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하며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함께한 선생님이며, 헬스라는 세계에 지금까지 몸 담그고 있을 수 있게 만들어준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의 폭탄 발언을 듣고 처음 든 감정은 놀람과 당황스러움. 애써 침착하며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러닝머신에 올라타 ’다음 주에 헬스장에 오면, 선생님은 안 계시네? ‘라는 생각이 든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평소 눈물이 정말 없는 편이기에 당황스러웠다. 간신히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선생님과의 관계가 내게 꽤 큰 의미를 지녔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분 좋은 날, 우울한 날, 피곤한 날 등 컨디션을 가리지 않고 정기적으로 만나는 상대였고, 나의 몸을 살펴봐 주는 이였다.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몸을 맞대는 많지 않은 이 중의 하나였다.


  상대가 누구이든 간에 이별은 낯설고 힘들다. 익숙한 이별이란 없는 것 같다. 예측했든지 간에, 불쑥 찾아왔든지 간에 이별은 변화다. 나에게 익숙한 상황, 익숙한 상대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이별 아닐까.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나는 나에게 주어진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 변화가 나에게 도움이 될지, 아닐지도 두고 봐야 알겠지. 나는 어차피 일어난 일은 후에 돌아보았을 때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번의 이별 또한 어떠한 의미가 있겠지.

작가의 이전글 나의 ‘밝은 밤’은 언제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