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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색채

by 힐링서재

우울의 색채를 글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침잠의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었다. 결국 난 흘려보내지 못했고, 기어코 붙잡았다.

종종 생을 이어나가는 것이 버겁다. 누구보다 살고 싶지만, 살아내고 싶지만, 잘 살고 싶지만, 어떨 때는 그게 버겁고 두렵다.

생의 기로에 놓였던 순간부터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꼈다. 안돼. 넌 그러면 안 돼. 웃어야지. 행복해야지. 네 우울을 들키지 마. 그건 나약한 거야. 그건 배신이야.

곱절의 시간이 흘렀지만, 돌고 돌아 삶은 언제나 제자리다. 그런 기분을 느낄 때마다 진절 머리가 난다. 언제까지고 버티는 삶이어야 하나.

무언가를 쫓다가 정작 내 것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을 자주 느낀다. 시니컬한 유머를 좇고, 확신에 찬 기세를 좇고, 누군가의 다정함을 좇고.

그런데 있잖아. 난 아무래도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쏟아지는 햇살이 뜨겁다. 손을 뻗어 커튼을 당기는 게 성가시다. 온몸으로 햇살을 받아내고 나면 나는 다시 내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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