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새로운 결심
내 숨 쉴 구멍 좀 찾고자 돌이 갓 지난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다행이 둘째는 어린이집에 즐겁게 잘 적응하였다. 둘째 어린이집 등원을 시킨 후 나는 책 한권을 들고 카페에 들어갔다.
‘와...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이라니, 그것도 카페에서!’
너무도 신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그런 기쁨의 시간도 잠시, 둘째는 너무 어린 탓이었는지 감기에 매일 걸리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봄부터 나는 그렇게 소아과에 매일 출근하듯 다니기 시작했다. 정말 출근하듯 소아과를 다니니 의사선생님과 약사선생님 얼굴보기가 혼자 괜히 민망하였다.
‘저 집은 애가 왜 저렇게 매일 아파? 엄마가 어떻게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지...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죄책감을 가졌다. 주변에 이런 걱정을 이야기하면 ‘그맘땐 다 그래~’라고 공감과 위로를 해주긴 했지만, 어린 아가가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모습을 보는 건 참 엄마로서 괴로운 순간들이었다. 봄이 좀 더 지난 5월에는 결국 폐렴까지 걸려 입원을 하기도 하였다. 육아 고통 절정의 순간이었다. 울며 발버둥치는 어린 아가 팔에 주사바늘을 정말 힘겹게 꼽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 애미맘이란...
‘휴... 나 좀 살자고 어린이집 보낸 결과가 우리 아가를 이렇게 아프게 하다니...’
그렇게 나는 또 죄인이 되어 마음의 고통을 느끼며 감기, 중이염, 폐렴, 구내염, 독감, 각종 바이러스를 모두 경험하는 둘째를 옆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지금 이시기는 어쩔 수 없다고, 좀 더 크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씀해주시며 나를 다독여 주시고 나는 그 시기가 얼른 지나가길 마음으로 간절히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은 여름의 한가운데로 흘렀다. 둘째는 어느 정도 어린이집 적응도 익숙해지며 소아과에 발길도 뜸해지는 시기가 왔다. 문득 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좀 시간을 의미 있게 써보고 싶은데?’
첫 번째 육아휴직 때에는 첫째가 어린이집 등원하고 잠깐의 틈을 이용하여 포장수업 클래스에 참여해보았다. 빛깔이 좋은 보자기와, 단아한 포장지, 리본 등을 사용하여 아름답게 선물포장을 하는 것이었는데, 취미생활의 즐거움을 잠깐 맛보게 되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이번 휴직에도 나를 위한 어떤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다.
가장 먼저 독서시간을 가져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안 읽은 책도 많고, 집 바로 옆에 도서관도 있으니 큰돈 들이지 않고 우아하게 할 수 있는 취미이다. 다만, 예전부터도 독서는 항상 나의 신년 계획에 있었으나 일 년에 고작 2~3권정도 겨우 읽을까말까, 실천을 잘 하지 못했던 이력이 있어 생각만으로 그칠까봐 걱정이었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한 봄의 어느 날, 온라인 교사카페에서 모집하는 수학교사의 책읽기 모임 모집 글을 보았다. 수학교사의 모임인 만큼 읽을 책의 주제도 ‘수학’이었다. 수학교사로서 수학에 대한 책을 생각보다 많이 읽어보지 못했던 나는 굉장히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러나 상당히 내향적인 나는 온라인의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하는 독서모임이라는 것에 부담감도 느꼈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과연 수학 관련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고 용기를 내어 신청해 마지막 멤버로 참여하게 되었다.
독서모임에 참여하니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또,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어야 하니 조금 더 신경 써서 읽게 되었다. 나 혼자의 의지만으로 실천하기 힘들었던 것이 ‘모임’에 참여하니 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화면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것에 느꼈던 부담감은 몇 회 진행하니 사라졌다.
이렇게 ‘독서모임’ 활동을 통해 내가 하고 싶었던 독서를 잘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한 권 한 권 완독을 하고 나만의 SNS에 기록을 해나가니 읽었던 책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도 있고 뿌듯한 마음과 성취감이 느껴졌다. 굉장히 지적인 사람이 된 기분이랄까? ‘나도 이제 취미라고 할 만한 것이 생겼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모든 삶은 흐른다』라는 책을 읽고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