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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ipick Feb 14. 2024

#8. 감정의 사인(sine) 곡선

삼각함수 그래프를 기억하시나요

어떤 날은 축제였다. 가만히 있어도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고 든지 잘만 진행되는 느낌. 난 뭘 해도 잘 되네! 신은 내 편인가 봐! 샴페인을 터뜨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들.

그런데 신기하게 아무 이유 없이도 어떤 날은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작아진 날이 온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대단해 보이고, 성과를 내는 것이 눈에 보인다. 나는 왜 하지 못할까, 자책하는 마음이 든다.

특별히 어떤 사건이 터진 것도 아닌데도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가 기분이 바닥 끝, 아니 지하 100층까지 내려가는 사람이 되었다가를 반복한다. 최근 들어서야 이런 나의 기분의 변화를 깨달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의식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런 왔다 갔다 변동하는 감정을 가졌던 것 같다.



사인(sine) 곡선 그래프가 떠올랐다.


상승했다가 최고점을 찍고는 계속 내려간다. 그리고 올라간 만큼 한번 더 내려가 최저점을 찍고 다시 상승하는, 그것이 끝없이 반복되는 그래프.


출처: NAVER 지식백과


이거 완전 내 기분과 일치하잖아!

나는 이걸 혼자서 '감정의 사인곡선'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감정의 변화가 생길 때면 사인곡선 그래프를 떠올리며 '아, 그래프가 내려가는 중이구나.', 또는 '지금 최고점을 찍고 있네.'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그래프를 도구로 나의 기분을 의식적으로 파악해 보며 '그래. 지금은 최악의 기분이지만, 이 그래프가 다시 상승할 거라는 거 알지? 조금만 기다려보자. 곧 나아질 거야.'라고 생각하고 며칠 지나고 보면, 아니 몇 시간이라도 지나고 보면 감정이 추스러져 일상의 나로 되돌아와있는 걸 느낀다.


나의 감정이 사인곡선을 따른다는 것을 인식한 후로 불안했던 감정이 컨트롤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고맙기도 했다.


이 글을 쓰며 '감정의 사인곡선'이라고 검색해 보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나와 비슷하게 생각한 내용의 글들이 몇몇 보인다. 사람의 감정은 시간에 따라 사인곡선을 그린다는.. 검색해 보면 뭐든지 다 나온다. 항상 나와 비슷한 생각한 사람이 꼭 있다는 게 신기하다.

검색을 거듭하다 보니 <위키백과>에 '바이오 리듬'에 대한 설명을 찾게 되었다.



바이오리듬(영어: biorhythm)은 인체에 신체, 감성, 지성의 세 가지 주기가 있으며 이 세 가지 주기가 생년월일의 입력에 따라 어떤 패턴으로 나타나고 이 패턴의 조합에 따라 능력이나 활동 효율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출처 : 위키백과


19세기 빌헬름 플리스라는 의사는 연구를 통해 우리의 신체, 감성의 리듬은 각각 23, 28일을 주기로 사인곡선을 따른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감성의 리듬이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여성의 생리주기와 비슷함에 놀랐다. 여기에 추가로 알프레드 텔쳐가 연구하여 지성의 주기가 33일이라는 것을 주장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입증하는 자료의 미흡성으로 과학적 이론으로 보진 않는다고 한다.(출처 : 위키백과) 한참 오래전 어렴풋 바이오리듬이니 이런 말들을 들어보긴 했었다.

나는 나의 '감정 변화'를 느끼며 사인곡선을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글을 살펴보니 '인생'을 사인곡선에 빗대는 사람들도 꽤 보였다. 사인곡선의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인생, 감정, 신체, 지성을 연결 지었다. 물론 다양한 자연 현상과 경제적인 흐름까지도.



얼마 전 읽었던 반은섭 선생님의 <인생도 미분이 될까요> 책의 한 부분(p144)이 생각난다.



우리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대부분의 현상은 연속적이고 매끄럽게 이어진 곡선으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부드럽게 연결된 곡선이 인생입니다.


수많은 인생의 조각들이 아주 복잡한 곡선을 그릴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 그래프는 오르락내리락하는 곡선이고, 살펴보면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비슷하게 있다고 하셨다. 성공만큼 실패도 경험한다는 것. 내가 지금 실패를 경험했다고 해도 슬퍼하지 말자. 한 번의 실패는 또 다른 한 번의 성공을 불러올 것이다.



감정의 사인곡선에서 인생 그래프 이야기까지 흘러왔다. 인간은 다양한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우리의 인생까지도 수학의 그래프를 가지고 설명한다. 수학적인 특성을 이용한 예측을 통해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일까.

오늘도 나의 기분과 인생은 곡선의 어느 부분인지 생각해 본다. 그래프의 곡선이 끝없이 내려갈 일은 없을 거라고 마음속 주문을 외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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