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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좋아 May 31. 2024

남들의 인정에 목이 말랐다.

갈증은 멈추지 않았다.

무시와 억압으로 상처 가득한 학창시절을 보내며, 속으로 늘 다짐했다.

언젠가 반드시 보여주자고. 더는 지금처럼 무시 못할 빛나는 모습으로 저들 앞에 당당히 나타나리라고.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내가 매달린 것은 공부였다. 좋은 학교에 가서 부러움을 사고 싶었다. 공부를 열심히 한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긴 하지만, 그때 내가 삶을 버틴 단 하나의 동기는 그거였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커리어 측면에서 잘 나가면 그때는 무시가 아니라 부러움의 눈빛을 받게될 거라고. 그때까지만 참자고.


어쩌면, 죽을만큼 힘들었던 날들은 버티게 해준 유일한 희망이었다. 지금 받지 못하는 존중과 인정을, 미래에는 받을 거라는 믿음. 그리고 그 희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스스로 죽을만큼 노력해야 한다고 믿었다. 모든 다른 삶의 즐거움을 다 포기하고서라도, 오로지 공부만을 위해, 공부만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실패했고, 그렇게나 바라던 서울대는 가지 못했다. 나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 나의 대학생활 동안, 나에게는 두가지의 마음이 공존했다. 죽을만큼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좌절감과 패배감, 그리고 열등감. 또, 죽을만큼 노력해서 그나마 얻은 이 학벌의 명예에 대한 우월감.


행동으로 옮긴 건 아니지만, 받았던 만큼 그 무시를 학벌을 기준으로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서울대를 간 아이들은 늘 부러웠다.


그럼에도 그때도 희망이 있었다. 인정 받는 직업을 가지는 것.


어떤 일을 할 때 흥미를 느끼는지도 중요했고, 인정 받고, 돈 많이 받는 것도 중요했다.


하지만 그 직업도 얻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희망도 없다. 무기력하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다.


너무 무기력하고, 공허해서 뭐라도 하고 싶은데, 그 무엇도 할 게 없다.


고민 끝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게 인정 받고자 하는 그 처절한 마음이 나를 아직도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나를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한다.


그걸 깨달으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남들의 인정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남들의 인정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고, 있어도 불행할 수 있다고. 더 이상 나는 학창시절의 그 아이가 아니라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뭘까 조금 늦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하지만, 쉽지 않다. 못 찾을 것 같아서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하나쯤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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