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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좋아 Jun 24. 2024

혼자도 괜찮은 줄 알았다

아니었다

외로움은 늘 나와 함께였다.

중고등학생 시절 내내 친구가 거의 없었고, 밥도 샌드위치를 챙겨 가서 혼자 텅 빈 교실에서 꺼내 먹었다. 고개는 교과서에 처박고, 마치 공부에 정신이 팔려 있는 듯, 먹는 둥 마는 둥 그렇게 밥을 먹었다. 속으로 을고 또 울었다. 사무치게 외로웠다.

가족들에게는 의지할 수 없었다. 나를 이해할 수도 없고, 각자의 삶의 무게가 버거웠을 것이다.


난 줄곧 혼자였다.


대학생 시절, 미친 듯이 단체 활동에 참여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나도 사람과 어울리고, 친밀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쌓을 수 있다는 걸 반드시 증명해야 했다.


그러다 남자친구가 생겼다. 남자친구는 내 세상이었다. 가족이자, 단짝 친구. 늘 내편이고, 나를 이끼고, 도외주고, 응원하고, 위로해주고, 기쁘게 해주고. 그런 존재였다. 아 물론, 처음에만. 그런 것들은 지속되지 않았다. 다분히 일반적인 관계였고, 나의 그에 대한 의지는 집착돠 불신으로 변했다. 그러면서도 친구보다는 남자친구에만 몰두하며 친구들을 저버렸다.


그러다 남자친구와 헤어지면 잠깐 다시 친구를 찾았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면 친구와 다시 멀어졌다. 연애가 장기화될 수록, 친구들은 더 말어졌다. 그럴 스록 나는 연애를 하지 않으면 삶을 지탱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있다. 남자친구도 없고, 친구들은 이미 너무나 멀어졌다. 사무치게 외롭다.


다시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반기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다지 반기지 않는 친구들도 있다. 나는 다시 적극적으류 노력할 수 밖에 없다. 늦었지만, 그들의 소중함을 알아버렸다. 늦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혼자다. 기를 쓰고 혼자이기를 피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이렇게 남자친구도 없이 지낸지 반년 이상이 지났다. 이 상태가 이제 좀 괜찮아 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문득 찾아온 설레는 기운과 호의에 잔뜩 기대를 하고, 스스로를 그 안에 던져 버렸다. 그곳은 절벽과도 같았다.

 

안 괜찮다. 혼자가 싫다. 두렵다.


하지만 다시,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 본다. 홀로 서기.

스스로 두 발로 지탱하고 서 있을 날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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