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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미 Jan 12. 2023

첫 원고제안

꾸준함의 힘

처음으로 원고 제안을 받았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8개월 만이다.  출간이 목적이던 나였는데, 출간보다, 원고 제안을 먼저 받게 될 줄이야.  


유독 눈이 안 떠지는 무거운 아침이었다. 엄마의 간절한 외침에도 몸을 일으킬 수 없고, 그저 눈을 감은 채로 베개 밑을 뒤적거리며, 밤 사이 전기밥을 잔뜩 먹은 휴대전화를 찾아 더듬거렸던, 게으르고 느린 아침. 늘 그렇듯, 여러 개의 sns 알림과 몇 개의 카톡들. 그리고  그 사이 낯선 연락 한 통. 낯선 연락 한 통을 확인하던 그 순간, 게으르고 느린 아침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눈을 다시 감기는 글렀다.


- 모잡지 의 000 기자입니다. 저희 잡지 <000> 코너에 글을 한 번 작성해 주시면 어떨까요?

얼굴도 모르는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순간에  내게 은혜를 준 걸까.


숱한 거절들을 받아내던 중이었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하루에 세 통의 메일을 보내고, 이틀에 한 번꼴로, 출간 거절 메일을 통보받던 중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출판사들의 거절에 자신감을 잃고 지쳐가는 중이었다. 쉽지 않은 출간의 길임을 알아도, 매번 거절의 연락을 받는 건 여간 쓰라린 일이 아니다.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울 때쯤, 그럴 때쯤의 내게 원고 제의라니.  


아, 꾸준함의 힘이 이런 것일까. 어느 작가가 말했던 재능 없는 꾸준함의 막강한 힘이 이런 것일까.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이 가진 힘을 믿을 수밖에 없던 순간이었다. 글쓰기를 포기했다면 만날 수 없던 연락이었으니 말이다.  꾸준함을 잃지 않게 만들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은혜를 입었고, 나를 잘 아는 주변 이들은 내가 꾸준해지도록 북돋았다. 넘어지고, 약해지던 꾸준함은 다시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다시 일어설 힘이 있다는 것. 그것은 내가 얼마나 많이 넘어지는지에 달려있는 문제였다. 일단 넘어지고 볼 일이었다. 넘어지고 보니 다시 일어날 수 있었고, 넘어지고 보니, 나를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넘어지는 걸 무서워할 필요도 두려워할 이유도 사라지고 있었다. 꾸준하게  넘어지고 꾸준하게 일어서자. 그렇게 꾸준함의 힘을 믿어가야겠다.

연락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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