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을 만드는 별것도 아닌 일
알람이 울리면 눈을 덜 뜬 채로 일어나 앉아, 머리맡에 놓아둔 물 한 잔을 마신다. 간밤 사이 몸부림의 흔적을 갠다. 마음이 내킬 때면 명상을 하고 몸 구석구석을 접었다 늘려가며, 밤 사이 안녕했는지 인사를 보낸다. 베란다 근처에 놓여 있는 움직이지만 달리진 않는 자전거를, 밖을 보며 안에서 탄다. 살짝 데워진 몸을, 물로 씻어 내리고 나면 간밤 사이의 몰골은 사라지고 조금은 단정해진 내가 책상 앞에 앉는다. 카톡에 도착한 신문을 떠듬떠듬 읽고 어떤 날은 꼭꼭 씹고 내키진 않는 날은 꿀꺽 삼킨다. 신문을 먹었으니, 음식도 먹는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먹은 흔적들을 씻어내고 그제야 으뜸이에게 눈길을 돌린다. 윤기가 나는 까만 나의 산책 친구와 함께 동네 코스를 돌고 집으로 돌아온다.
가파도서 읽었던 책에서였다. 유명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이불 정리라고, 매일 일어나서 이불을 갠다고, 그것이 하나의 일과라고 융 작가님의 <독립은 여행>에서 보았던 그 문장이, 시작이었다.
이불 정리라니. 별것도 아닌 일. 퍽 우습기도 했지만 해볼까 싶기도 했다. 일과는 거창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게는, 별것도 아닌 일이 누군가에겐 하루의 중요한 시작이라는 사실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속는 셈 치고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갰다. 단정해진 침대를 보니 조금은 단정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뿐이었다. 이불 정리를 한 번 했다고 해서 하루가 대단하게 변하진 않았다. 허나, 간단했다. 이불은 세 번 접으면 개어지는 것이었고, 간단하게 침대는 단정해졌다. 간단한 것은 지속하기가 쉬웠다. 별것도 아닌 일이니깐, 오히려 꾸준한 일이 되었다. 거창하지 않았고 대단하진 않았지만 간단했다.
하나씩 간단한 일들이 더해진다. 간단한 일들이 꾸준해진다. 그런 별것도 아닌 일들이 단단한 시간의 묶음을 만든다. 때론 느슨해지기도 하겠지만 이제는 이 시간의 묶음이 끊어지지 않을 것임을 안다. 끊어지지 않는다는 안정감은 결국 건강한 나를 만든다. 건강한 삶은 별것도 아닌 일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