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안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심심한데 같이 앉아서 얘기나 하자는 직원분 말씀으로 그분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20대 후반에 죽으려고 탄광에 갔다가 다시 살게 된 이야기.
판자촌 살다가 지금은 수 채의 집을 가진 나름 자산가로 살고 계신 이야기.
풍수지리를 공부하셨고 풍수지리상 수도가 세종으로 이전이 될 것처럼 보여서 서울에 있다가 세종으로 집을 옮겼고, 인근 시골에 풍수가 좋은 곳에 세컨하우스를 지어 그 곳에서 취미로 작품 활동을 하시게 된 이야기. 올라오는 2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재밌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해주셨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이야기 하나는 본인은 부동산 계약을 할 때 절대 법정 수수료를 주지 않는다는 것. 부동산에서 수수료 같은 건 푼돈이므로 수수료는 2배 3배 줘서 좋은 물건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본인에게 연락 주고 또 본인의 물건을 제 값에 팔아줄 수 있게 하신다고 한다.)
그 분과는 '언제 주말에 내 세컨하우스로 아내와 놀러 한번 와' 라는 얘기와 '꼭 한번 놀러 갈게요.'라는 인사를 마치고 그렇게 헤어졌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7월의 어느 주말. 아내에게 심심한데 '그분 세컨하우스 한번 가볼래?'라고 제안하였고, 아내의 동의에 따라 그분께 연락드렸다. 그분은 지금 잡초 뽑고 있으니 점심때나 오라고 하신다. 가는 길에 수박 한 통을 사서 도착하니 열심히 잡초를 뽑고 계신다. 주말에만 오니 토요일 오전은 항상 잡초만 뽑아야 한다고 한다. 집은 시골 국도변 하천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있었는데 집이 이상하게도 삐딱하게 지어져 있다. 그분 말씀으로는 이곳이 풍수지리상 무엇(?)때문에 매우 좋은 위치이고, 풍수상 무엇(?)을 다 받을 수 있도록 집을 남향이 아니라 북동향으로 지었다고 하신다. 그렇게 우리는 북동쪽으로 놓여 있는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며, 만들어주신 수박화채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집이 너무 좋고 저희도 집 짓고 사는 게 꿈이라고. 그래서 틈만 나면 세종 안 단독주택 지어진 곳을 열심히 탐험하고 다닌다고 얘기하니 본인이 생각하기에 세종 안에서 단독주택 가장 좋은 입지는 ㅁㅁ동에 있는 곳이라며, 아마 공고가 나왔을 거니 관심있으면 가보라고 하신다.
이런 느낌의 풍경이 있는 집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1~2시간 담소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갑작스런 방문에도 흔쾌히 응해주신 그분께 대한 고마움, 방문했던 집에 대한 평가와 같은 이야기를 하다 우리도 ㅁㅁ동 구경이나 가볼까 하며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ㅁㅁ동으로 향했다. ㅁㅁ동에 흑미당이 새로 생겼다고 꼭 가봐야 한다고 하여 차 한잔을 마시며,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일단, ㅁㅁ동 단독주택지는 분양 공고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주자를 대상으로만 LH에서 공고를 낼 계획이라고 한다. 기다렸다 이주자 분들에게 주택지를 사야 하나 잠시 생각도 했지만, 조금 더 찾아보니 입지는 정말 좋지만, 대지 면적이 다소 작아서(60~70평 정도) 우리가 생각했던 생활(베롱나무가 심겨진 넓은 잔디밭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생활)을 하기에는 조금 안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빠르게 ㅁㅁ동은 접고 이왕 '땅을 알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조금 더 알아보자라는 생각에 네이버 부동산을 들어갔다. 그런데 평소 넘사벽이라고 생각했던 OO동의 블록형 단독주택지 한 곳에 매물이 하나 나와 있다. 물론 엄청난 가격이긴 하지만 넘사벽이라고 느꼈던 곳의 가격치곤 생각보다 저렴하단 생각도 들었다. 아내와 그냥 구경이나 가보자고 하여 부동산에 연락을 취하고 가게 되었다. 부동산에서는 위치가 정말 좋지만 그 단지 안에서 그나마 가장 작은 편이고 토지 형상이 정방형이 아니라 이 가격에 나왔다고 한다. 지하주차장이 되는 곳이냐고 하니 단지 마스터플랜상 지하주차장이 가능한 곳이란다. (아내는 만약에 자기가 단독주택으로 이사가게 되면 꼭 지하주차장이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평소에 얘기했었다.) 위치는 저희가 알고 있으니 가다가 직접 보겠다고 설명 잘 들었다고 인사드리고 부동산을 나왔다. 현장을 가 보니 정말 좋긴 좋다. 교통, 상권, 학교, 공원, 조망 뭐하나 빠지는 게 없다. 다만 비쌀 뿐... 우리가 고민할 건 우리 형편에 이 땅을 사서 집을 지어 살 수 있느냐였다.
세종시에 대하여...
내가 세종시에 살게 된 이유는 2011년 세종시 밀마루전망대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반했기 때문이다. 행복도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정부가 주도하여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곳이며, 기재부, 산업부 등 대한민국 주요 행정기관과 공무원들이 내려오는 곳이다. 중심업무시설로부터 도로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는 세계의 모든 도시와 달리 세계 최초로 도시 한가운데를 공원으로 비워두고 도시를 순환하는 대중교통중심도로(BRT도로)를 만들어서 도시 모든 곳이 평등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도너츠 모양으로 계획하였다. 도시 어디를 가더라도 공원과 녹지, 하천이 끊김없이 연결되고 아파트 단지들도 공공보행통로로 서로 이어지게끔 계획되어 있다. 각 생활권마다 걸어서 이용가능한 상권과 복합커뮤니티시설(주민센터, 도서관, 체육시설 등이 한 건물에 복합된 시설)이 위치한다.
사실 이러한 계획적인 측면을 떠나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중앙공무원과 국책연구원들이 사는 도시가 발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이 극단적으로 몰려있는 서울로 많은 인프라가 계속해서 집중될 수 밖에 없겠지만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심장인 세종시는 서울을 제외하고는 인프라 투자가 계속해서 집중될 것이라고 본다.
세종시에서 7년째 살고 있는 시민 입장으로 보자면 좋은 점은 일단 녹지가 널렸다. 걸어서 이곳 저곳을 산책하며 오리와 백로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감동이다. 국공립어린이집, 학교가 많고, 도서관도 너무 잘 되어 있고 유해시설도 없어 얘들키우기 좋다. 보행자도로는 매우 넓고 자전거도로도 너무 잘 깔려 있다. 전국 어디든 여행을 쉽게 간다. 도시가 계속해서 발전하며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지 기대하게 된다. 불편한 점은 아직 인구가 35만밖에 되지 않아 지방 소도시로의 버스편이나 문화행사 등이 부족하다는 점. 먹고, 사고, 즐길 시설이 서울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다는 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