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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둥가든 Sep 01. 2022

5. 단독주택 설계 1

우리가 여태껏 그렸던 그림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설계사무소 소장님께서 설계 평면 스케치를 보내주셨다. 우리가 생각했던 부분들을 많이 반영해주셨고 이렇게만 지어져도 정말 멋진 집이 될 거 같았다. 역시 우리가 그전에 그렸던 그림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림들이었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 그러나, 또 한 가지씩 뜯어보니 생각이 다른 부분들이 많은 거 같다.


우선 우리는 예산 절감과 단열을 위하여 목조주택을 말씀드렸는데 소장님은 철근콘크리트 집을 추천하셨다.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지만 소장님은 집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 비·바람에 잘 견디고, 화재로부터 안전하고, 오래 살아도 구조적 변화가 적은 철근콘크리트 주택이 가장 좋다고 하시며, 소장님 집을 포함하여 1차 착공하시는 분들 모두 철근콘크리트 주택으로 짓는다고 하셨다. 단열은 외단열로 집을 통째로 단열재로 감쌀 수 있으므로 크게 문제가 안된다고 하셨다. 듣고 보니 그렇다.

< 집짓기 구조별 장단점  >

                                                       

https://blog.naver.com/ekgus1999/221025001598

                                                    < 내단열과 외단열의 차이점 >


그다음 문제는 예산이다. 안 그래도 목조주택보다 철근콘크리트 주택이 단가가 더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집보다 크게 그려졌다. 물론 크게 그려져 있으니 집이 엄청 좋아 보인다. 다만, 우리가 이 집을 지을 수가 없을 거 같다. 차가 2대뿐인데 3대씩 공간을 파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지하에 창고 공간이 저렇게 넓으면 건축비만 엄청 늘어날 거 같았다. 소장님은 행복도시 내 다른 택지들과 달리 지하를 팔 수 있는 택지이므로 지하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확보해서 공간 활용을 높이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지만, 일단 집 완공을 못 시킬 거 같았다. “최소화해주세요”라고 부탁드리는 수 밖에... 

< 1차 스케치 - 지하층, 1층, 2층 >

그 다음은 건물 배치가 너무 외관과 디자인 측면을 많이 고려하여 배치된 느낌이었다. 이대로 지으면 밖에서 봤을 때와 단지 전체적으로는 이쁠 거 같았지만, 내부는 복도가 너무 많이 생겨 공간 활용성이 떨어질 거 같았다. 또한, 4.5m 건물이 길쭉하게 지어지는데 철근콘크리트로 짓게 되면 내부는 폭이 4m 밖에 안 나올 거 같았다. 지금 사는 집 거실 폭이 5m인데 왠지 더 안 좋아지는 느낌이다. 주방도 다른 곳을 줄이더라도 연예인들 집처럼 커다란 주방을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주방을 더 크게 만들어주세요”

< 2차 스케치 - 지하층, 1층, 2층 >

그리고 구상도를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공간을 이동하고 생활해보면서 불편함과 의문점들을 계속해서 제기했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계단에 문이 없어 현관으로 이어지면 단열에 문제가 생길 거 같다. 분리수거통을 놓을 만한 공간도 나오지 않을 거 같다. 안 그래도 크지 않은 땅인데 마당을 앞·뒷마당 나누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거 같다. 계단실이 너무 큰 거 같다, 1층 화장실은 샤워공간이 나오지 않을 거 같다. 복도 폭이 커도 너무 큰 거 같다. 프리스탠딩 욕조를 가지고 싶다. 등등 설계 스케치가 나올 때마다 시뮬레이션해가며 의문점들과 요구사항들을 정리해가며 수차례 미팅을 했다.(설계 2에서 계속...)

< 설계사에 수정 요청한 스케치 - 지하층, 1층, 2층 >
< "그럼 우리 집은 어떻게 생긴거야?" 라는 아내의 질문에 직접 그린 조감도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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