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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둥가든 Nov 29. 2022

7. 단독주택 공사 견적과 계약

이렇게 비쌀 줄이야... 집을 지을 수 있을까?(창호와 마감재에 대하여)


그렇게 설계를 마치고 인허가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설계사와 같은 그룹의  OO건설과 견적을 진행하였다.  


설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에게 처음 안내된 저렴하게 계약된 설계비에는 건축 심의와 인허가받는 설계까지만 반영이 되어 있다고 한다. 집안 내외부 인테리어  설계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며, OO건설에 인테리어 공사까지 함께 계약을 하면 추가 설계비는 별도로 받지 않고 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는 OO건설과 견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때 큰 틀에서 결정을 해야 되는 것이 창호 종류와 외벽 마감재, 지붕 마감재, 단열방법 등 공사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항들이다. 단열방법에 대해서는 설계 과정에서 외단열로 가기로 결정되었다. 나머지 창호와 외벽 마감재, 지붕 마감재에 대해서는 일단 먼저 착공한 다른 집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견적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견적이 진행되는 동안 국토정보공사에서 경계복원측량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또 예상하지 못하게  70만원 정도가 소요가 됐다. 그런데 이런 측량비처럼 공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소소한 비용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감리비 수백, 수도 인입비 67만원 및 한전 인입비 23만원, 도시가스 인입비 수십에서 수백, 착공신고시 채권 및 면허세 12만원, 방범방충망으로 교체, 취등록세 등 설계비-공사비만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공사 과정에서 공사비도 예상치 못하게 계속 증액이 되는데 공사비 외에도 자꾸 뭐가 튀어나온다. 집 지을 때는 정말 여유자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 건축공사시 부대비용 (출처 - 행복:한 채) >


주말에 드디어 견적서가 왔다. 인테리어 공사는 제외한 금액이라고 한다. 걱정이 앞선다. 과연 얼마일까...

뜨어어어억................말도 안돼!!!! 이렇게 비싸다고!!!!

바로 전화해서 대화를 나눴다. "아니~처음에 설계 요청드렸던 게 모든 비용 포함해서 4억 정도에 지을 수 있게 부탁을 드리지 않았나요? 인테리어 공사도 포함이 안됐는데 이 금액이면 집을 어떻게 짓나요?ㅠㅠ"

시공사에서는 사실 4억에는 이 정도 집은 지을 수 없는 게 맞고 현재 견적 들어가 있는 창호와 외장 마감재가 전부 최고급으로 들어가 있는데 다음 주에 같이 하나씩 논의를 해보자고 하신다.

이때부터 창호와 마감재에 대한 공부를 들어갔다.


□ 먼저 창호.

처음에 견적 제출된 창호는 가장 유명하고 비싼 국내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이다. 대안으로 제시해주신 창호는 그 계열사의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이다. 당연히 최고급 브랜드 제품을 하고 싶지만 형편상 그럴 수는 없다. 브랜드는 포기하고 실속을 챙기자. 어떤 창호를 선택해야 하는가?

 이중창과 시스템창 구조 차이 - 출처 - 레하우 시스템창 공식 블로그  

1. 시스템 창호 - 아파트와 같은 슬라이딩 이중창 : 이건 집 지을 때부터 얇고 예쁘면서도 기밀성이 훨씬 우수한 시스템 창호로 마음을 굳혔었다.


2. PVC 시스템 창호 -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 : 열심히 창호에 대하여 공부했을 때에는 단열 성능이 독일식 PVC가 훨씬 우수하고 가격도 더 저렴하기 때문에 당연히 PVC 창호를 창호를 선택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고 그래서 시공사 이사님께 독일식 PVC 창호를 하겠다고 얘기했다. 시공사 이사님은 당연히 그렇게 지을 수는 있는데 미관상 알루미늄 창호가 훨씬 더 얇고 색상도 고급져서 이 동네 분들은 다 알루미늄 창호를 쓰신다고 한다. 하아...그래? 질 수 없지. 그럼 우리도 알루미늄 창호다.


3. 브랜드 창호 - 브랜드 계열사 창호 : 1번 2번에서 이미 양보를 못한다고 한다면 여기서는 정말 효율성만 따지고 고민을 해봐야 한다. 우선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이라는 게 있다. 거기에 중부지방에 대해서 정해놓은 단열 기준들이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건축공사를 할 때에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단열기준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 별표1 지역별 열관류율표 >


또 에너지 효율등급을 따질 때 열관류율 외에 기밀성을 따진다. 열관류율이란 열전도율을 두께로 나눈 것으로 낮을수록 좋다. 기밀성은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성능을 측정하는 것으로 이 역시 낮을수록 좋다. (단열과 관련된 자료는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홈페이지(http://www.phiko.kr/)에 가면 어마어마하게 많이 있다.)

< 창호 등급제에 따른 에너지 효율등급 부여기준 >


다른 요소들까지 다 감안할 수는 없고 창호 각 브랜드별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제품별 열관류율과 기밀성만을 정리해보고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1. 시스템 창호의 기밀성은 거의 대부분 1등급이다. 물론 그 안에서 세부 수치는 차이가 발생한다.

2. LS제품(Lift sliding하는 가장 많이 쓰는 큰 창) 기준 알루미늄 창호에서 열관류율 1이하 제품은 정말 드물다.  

3. 열관류율과 기밀성을 따지면 굳이 브랜드 제품을 사야 될 이유는 없다. (브랜드 제품을 하더라도 제품에 따라 열관류율과 기밀성은 천차만별이므로 브랜드만 믿고 창호를 선택해선 안된다. 반드시 제품성능표는 확인해야 한다.)

4. 확실히 단열만 생각한다면 독일식 PVC 시스템 창호로 가는 게 맞다.

5. 하지만 알루미늄 창호의 고급스러움도 포기할 수도 없다.

<  PVC 시스템창(왼쪽), 알루미늄 시스템창(오른쪽) - 출처 - 레하우 공식 블로그, 이건창호 공식 블로그 >


□ 다음으로 외벽 마감재와 지붕 마감재

외벽 마감재는 종류가 굉장히 많다.

목재 사이딩, 시멘트사이딩, 세라믹 사이딩, 벽돌, 파벽돌, 징크판넬, 스타코, 스타코 플렉스 등등

사이딩은 종류별로 판자 같은 걸 벽에 붙이는 방식이고, 벽돌은 벽돌, 징크판넬은 금속으로된 판넬이다.

스타코는 점토분, 대리석 가루, 석회질을 섞어 만든 분을 뿜칠하는 형태의 시공방식이고, 스타코 플렉스는 스타코에 탄성을 준 제품이다.

우리 집은 마스터플랜상 하얀색 벽으로 해야 하므로 세라믹 사이딩이나 스타코, 스타코 플렉스 종류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시공사에서는 뜻밖에도 들어보지 못한 모노쿠쉬와 모노비트라는 프랑스산 라임스톤 계열의 외벽 마감재를 추천했다. 아주 개략적으로 단가를 조사하기로는 m2당 스타코가 4만원, 스타코플렉스가 6만원, 세라믹 사이딩이 6~8만원 정도로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추천해준 마감재들은 이보다 훨씬 비싸다.

< 외벽 마감재 시멘트 사이딩(좌측) - 세라믹 사이딩(우측) >
< 외벽 마감재 스타코(좌측) - 모노쿠쉬(우측) >

지붕 마감재는 아스팔트 슁글과 기와, 징크판넬(징크판넬도 등급이 다양하다) 정도로 알고 있었고 가격은 언급한 순서대로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또 시공사에서는 뜻밖에도 들어보지 못한 산화스텐레스 재질의 지붕재를 추천했다. 이 또한 앞의 재질들보다 훨씬 비싸다.

< 지붕재 아스팔트 슁글(좌측) - 스패니쉬 기와(우측) >


< 지붕재 징크판넬(좌측) - 산화스텐레스(우측) >


OO건축과 OO건설의 소장님, 대표님, 이사님은 이 단지의 고급화를 추구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주택에서 많이 쓰는 마감재료들이 아니라 차별화된 마감재를 추천했다. 앞서 언급했던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도 동일한 맥락이다. 설계 때부터 만나온 그분들의 안목은 나의 몇 번되지 않는 호캉스 체험과 모델하우스 방문으로 쌓아온 안목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주 짧은 시간 내가 책과 인터넷에서 보고 배운 지식으로 남들 짓는 것처럼 똑같이 짓기 보다는 그분들의 안목과 실력을 믿고 그분들이 추구하는 고급화 정책을 따라가 보는 건 어떨까?

무엇보다 나 혼자 이 동네의 대세를 거스르고 스타코를 할 수는 없을 거 같다. 하아...


그럼 가격을 어떻게 줄이지? 시공사와의 미팅 결과, 일단 창호는 브랜드 계열사 제품으로 가기로 했고 조경공사도 내가 직접 하기로 했다. 기타 자질구레한 공사들은 다 삭제하고 별동처럼 되어 있는 건물의 높이를 당초 7.5m로 과하게 높게 설계되어 있었는데 조그마한 건물 크기를 감안해서 6m로 줄이기로 했다.  창호도 많으면 많을수록 비싸므로 일부 조정을 했다.  슬라이딩 창도 조금 줄여서 틸팅 창이나 픽스 창으로 변경하였다. 그렇게 많이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당초에 생각했던 예산을 훨씬 많이 넘겼다. 인테리어 공사는 반영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저렴하게 짓고 싶지도 않다. 시공사 이사님의 악마의 속삭임이 다시 또 내 귓가를 맴돈다. "건물이나 창호 마감은 한번 해놓으면 건드리기 힘들다. 인테리어는 아파트 수준으로 하고 나중에 돈 모아서 다시 해도 된다. 혹시라도 집을 팔더라도 이 정도 집을 사는 사람은 인테리어 공사는 다 다시 하므로 팔 때에도 인테리어는 크게 문제가 안된다. 조경공사도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완벽하게 하는 게 아니고 해마다 조금씩 해나가는거다. 하지만 건물 마감은 바꾸기 힘들다. 지을 때 좋게 지어야 한다." 설계할 때 건물구조는 못 바꾸므로 지하를 더 크게 파라는 얘기와 비슷한 맥락에서 또 나를 흔들어 놓았다.


다시 또 대출을 알아보고 계산기를 두드리니 또 어찌어찌 지을 수는 있을 거 같기도 하다. 그래. 인테리어는 지난번 살았던 아파트처럼만 하면 되지. 정 안되면 인테리어를 엣지있게 노출 콘크리트로 하지 뭐. 어떻게든 되긴 될 거야.


그렇게 우리는 OO건설과 공사계약을 맺었다.  




평당 공사비와 시공사 선정에 대하여...

1. 평당 공사비

땅을 사기 전부터 가장 궁금한 사항이 평당 공사비가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였다. 그래야 내가 집 짓고 살 수 있는지가 가늠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서도 평당 공사비가 어느 정도 들어간다고 책이나 인터넷에 나와있지도 않고 속 시원하게 얘기를 해주는 사람도 없다. 집을 지어보니 알 거 같다. 평당 공사비는 4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도 가능한거 같다. 당장 외부 마감재에서도 평당 공사비에 커다란 차이가 보이는데 인테리어의 세계로 들어가면 더더욱 끝이 없다.

바닥 마감 하나만 살펴보자. 장판으로 할 건지 마루로 할 건지, 마루로 한다면 강마루로 할 건지 원목마루로 할 건지, 원목마루로 한다면 나무는 오크로 할 건지 티크로 할 건지, 폭은 일반으로 할 건지 광폭으로 할 건지, 패턴은 일반 패턴으로 할 건지 헤링본으로 할 건지, 어떤 브랜드로 할 건지...

여기서만 평당 단가는 10배가 넘는 금액이 차이가 난다.

그러면 "그거는 알겠고 그래서 일반적인 집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들어가느냐"라고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일반적인 집이라는 게 모든 사람이 기준이 다르다. 그래서 업계에 계신 분들도 고객이 어떤 형편이신지를 모르기 때문에 속 시원하게 대답을 못해준다는 게 내 생각이다. 평당 단가가 얼마냐고 묻고 싶다면 이렇게 물어야 할거 같다.

"구조는 경량 목구조, 지하층은 없고, 단열재는 수성연질 폼, 외벽 마감 스타코, 지붕은 징크, 창호는 PVC 시스템 창호, 가구-인테리어는 일반 33평 신축 아파트 수준 정도로 지으려면 평당 단가가 어느 정도 될까요?"


2. 시공사 선정

나 같은 경우는 여러 군데 견적을 받지 않았다. 딱 한 군데 견적받아 그대로 공사 진행한 경우다. 그렇게 진행한 가장 큰 이유는 같은 동네에 사시는 분이 설계하고 시공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택 시공의 영세한 업계 구조 때문에 집짓기 전 늘 듣던 얘기가 하자보수에 대한 문제나 기성금 먹튀에 대한 얘기들이었기에 적어도 먹튀는 당하지 않지 않겠나 라는 생각. 일단 안정감을 줬던 이 부분이 가장 컸고, 그다음으로 앞서 언급 한 바와 같이 OO건축과 OO건설이 설계 때부터 보여준 안목과 실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예쁘게 잘 찍은 사진 보여주면서 이렇게 해드릴까요? 저렇게 해드릴까요? 보다는 건축주의 잘못된 생각?들을 바로 잡아주며 적극적으로 조언해주시는 모습에서 믿음이 생겼달까? 결과론적으로는 너무 좋은 분들을 잘 만나 예쁘게 설계되고 꼼꼼하게 시공된 집에서 적극적인 AS를 받으며 살 수 있게 되었다.   

다음번에 다시 또 집을 짓게 되어 시공사를 선택한다면 나는 여전히 가장 1순위로 안정감(영세하지 않고 AS 문제에 대해서 평판이 좋은 기업)을 선택할 거 같다. 갑작스러운 자금 경색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이어야 하고 하자 없는 집은 없으므로 발생한 하자를 얼만큼 잘 처리해주느냐가 중요한 포인트 같다. 그리고 그 시공사가 직접 지은 집주인 두 분 정도를 한번 만나보고 선택할 거 같다. 시공사가 직접 찍어 올린 사진은 믿을게 못된다. 구해줘 홈즈에서 느껴지는 광각 카메라 사기는 방송사만 하는 게 아니다. 마감재가 씌워지면 집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델하우스 방문객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직접 같이 일을 해본 집주인분들을 몇 분 만나보는 게 어떨까 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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