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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슬 Apr 02. 2023

휠체어로 공항 오가기

지하철 VS 택시

사담이지만, 이틀 전에 2학기 종강을 하게 되어 이제서야 겨우 한숨을 돌리고 있다. 브런치 글을 꾸준히 쓰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구나를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하는 중이다. 거두절미하고, 오늘은 유학생 입장에서 공항을 오가는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휠체어를 타고 있기 때문에, 유학생들 입장에서는 생경함과 공감이 공존하는 에피소드가 될 것 같다.


인천 공항을 떠나 새로운 나라에 착륙하는 순간부터 유학의 긴 여정이 시작된다. 한국인들은 여권 파워(?)로 자동출입국 심사를 받기 때문에 입국장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까지는 다루지 않을 생각이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 이야기해 보자. 보통 처음으로 입국할 때는 온갖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가는 경우를 정말 많이 보고 또 들었기 때문에, 기숙사나 자취 방까지 우버 (Uber) 와 같은 택시를 타고 가는 분들이 많으실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서 달랑 영국에 왔기 때문에, 직접 들고 가는 짐을 최소화시켜야 했다. 필자가 타고 있는 전동휠체어를 조종하려면 무조건 오른손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여야 하는데, 때문에 짐을 끌 수 있는 건 왼손밖에 없다. 대부분의 짐은 영국에 들어오기 전, 미리 우체국 택배를 통해 기숙사로 부친 상태였다. 휠체어 손잡이에 책가방을 걸고, 휠체어의 앉은키와 상응하는 기내용 캐리어 하나를 끈 채로 그렇게 영국에 도착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휠체어로 영국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방법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특히나 한국에서 휠체어로 버스를 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경험조차 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선택지는 택시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우버 어플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던 터라, 그냥 일반 우버 (UberX)를 불렀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크기의 택시가 왔다. 한국에서는 휠체어째로 탑승할 수 있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했었기 때문에 당연히 영국에서도 그런 택시가 올 줄 알았는데... 그냥 일반 승용차였다. 한국에서의 아반떼 사이즈 정도? 전동 휠체어 사용자에게 있어서, 어떤 크기의 승용차가 올지 모르는 택시 서비스는 그 자체로 고역이다. 우선 휠체어를 아무리 접는다 해도, 작은 승용차의 트렁크에 휠체어가 실릴 리 만무하다. 게다가 어찌저찌 트렁크에 휠체어를 욱여넣는 데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택시를 혼자 탑승하기가 어렵다. 여기서 딜레마가 시작되는데, 그나마 턱이 낮아 혼자 탑승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승용차는 휠체어가 들어가기 어렵고, 휠체어가 들어가는 승용차는 높은 턱이 있어 아예 혼자 타기 힘들다. 천운으로 기사님께서 휠체어를 어찌저찌 실어 주시고, 필자가 좌석에 타는 것까지도 도와주셨다. 그러나 휠체어를 싣는 과정에서 계속 설명을 해 드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신 기사님을 보며, 앞으로 영국에서 택시를 비롯한 승용차를 타는 건 매우 어렵겠구나 하고 어렴풋이 직감했다. 한국에서는 거의 항상 차로 이동했었는데, 영국에 오자마자 의도치 않게 뚜벅이가 되었다. 그나마 기숙사에서 학교가 휠체어로 15분 (다른 분들은 도보로 8분에서 10분) 걸리는 위치에 있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장애인 콜택시와 비슷하게 휠체어째로 탈 수 있다던 Uber Access는 런던에서 운행을 하지 않는 것인지, 아예 잡히지 않았다. (실제로 겨울 방학이 시작되고 한국에 가기 위해 며칠 전부터 Uber Access를 미리 예약했는데, 당일날 예약 시간 2시간 전에 우버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오더를 취소하고 환불해 주는 일이 벌어졌다... 지하철이라는 Plan B가 없었다면 매우 곤란할 뻔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유학하는 동안, 공항을 오갈 때 늘 이렇게 택시만 타야 할까?

그건 아니다. 런던의 버스들 (런던 하면 생각나는 빨간 이층 버스 맞다) 은 법적으로 버스에 휠체어 경사로 버튼을 달게 되어 있다. 휠체어 사용자들이 해당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경사로가 내려오며, 휠체어 사용자 본인에 한해 무료로 버스를 탑승할 수 있다. 보통은 버스 앞문을 통해 탑승하자마자 교통 카드, 혹은 애플페이 / 삼성페이 등을 이용해 결제해야 한다. 한편,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정거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탈 버스의 기사님께 열심히 눈짓을 보내면 알아서 경사로가 내려오게끔 해 주시는 경우도 있다. 휠체어 사용자 전용 자리는 1층에만 있으므로, 안타깝게도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2층에는 가 보지 못했다.


지하철은 조금 더 복잡하다. 지하철도 버스와 마찬가지로 역 내부에 들어가자마자 교통카드, 1회권/1주일 티켓, 비대면 카드 인식 등을 통해 결제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도 그러하듯, 휠체어로 다니기 상대적으로 편한 노선이 있는가 하면 엘리베이터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은 역들도 있어서 자주 이용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의 공항철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Elizabeth Line은 휠체어로 다 다닐 수 있고, 공항까지 바로 갈 수 있어서 방학 때 한국에 들어갔다 올 때마다 이용한다. 이때 PassengerAssistance라는 모바일 앱을 활용하면 짐을 옮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제아무리 Elizabeth Line이라고 해도 지하철과 플랫폼 사이의 간격이 꽤나 넓어 경사로가 필요한 역들이 있는데, PassengerAssistance 어플로 지하철을 이용할 날짜와 시간, 목적지를 미리 기입하고 필요한 도움을 기재해 놓으면 역사에 가자마자 알아서 직원 분들이 도움을 주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들어올 때만 우버를 탔었고, 그 이후 겨울방학 때 한국에 갔다 올 때는 모두 Elizabeth Line을 이용했다. 다만 영국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던 시기에는 영국이 교통편 파업을 하고 있을 때라 맞는 지하철을 타도 공항까지 직통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럴 경우에는 Elizabeth Line에서 공항 버스로 환승해 공항에 가기도 한다.



택시는 가지고 있는 짐이 많을 때 효과적인 교통수단이지만, 그만큼 돈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거기에 비싼 영국 물가와 교통 체증이 합쳐지면 (영국의 택시는 가는 거리가 아닌, 택시를 탑승한 시간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택시 한 번에 4~50파운드의 큰 돈이 나가는 걸 체험할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은 그에 비해 훨씬 싼 가격을 자랑하지만 (버스는 한 번 탈 때 1.65 파운드, 지하철은 공항까지 직통으로 탈 경우 12파운드 정도), 짐이 많다면 고생할 수 있다.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게 정답이라고 단정짓지는 않겠지만, 가격과 짐, 그리고 주위에 지하철 역이 가까운지의 여부를 잘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유학 가고 나서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한국에 안 들어올 게 아닌 이상, 공항은 정기적으로 방문하게 될 곳이기 때문이다. 유학의 첫 시작이 공항인 만큼, 많은 분들이 당황하지 않고 새로운 나라에서의 생활을 시작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공유한다.


다음 편에서는 영국에서 장보고 요리해 먹는 일상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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