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서른이 됐고 지금 방바닥을 뒹굴며 울고 있다.
지금까지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하며 살았다. 강철 멘털이니까 이 또한 잘 버티고 지나갈 거라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몸이 이상하더니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과호흡이 오기도 하고 일하다 갑자기 쓰러지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몸무게는 7kg 정도 빠졌다. 당연히 불면증은 더 심해져 한숨도 자지 못하고 출근하는 날이 늘어났다. 이 상태로 1년은 더 버티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용기 내 병원을 찾았다.
"불안장애와 우울증이에요."
두툼한 약봉지를 들고 병원 밖을 나오니 따듯한 봄바람이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스치고 지나갔다.
눈을 감고 불어오는 바람에 맞춰 깊게 숨을 두어 번 쉬고 눈을 떴다. 전보다 세상이 가벼워 보였고 홀가분했다. 그리고 매일 밤 기도했다.
'하느님, 저를 데려가세요. 이 밤이 지나면 눈 뜨지 않게 해 주세요.'
어림도 없지. 절대 내 기도를 들어주실 리 없었다. 사실 나는 알면서도 이렇게 계속 외쳤는지도 모른다.
이 말의 속뜻은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저 정말 잘 살고 싶은데 모르겠어요. 완전히 방향을 잃었어요. 저 좀 살려주세요.'
그렇게 방향을 잃은 채 꾸역꾸역 살았고 아홉수를 세게 맞은 스물아홉을 지나 너덜 해진 마음으로 서른을 맞이했다. 그리고 또다시 이 지겨운 우울이 나를 덮쳤다. 잘못 든 새벽 혼자 방바닥을 뒹굴며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정말 살기 싫어. 정말, 정말로!!!'
마음속으로 외치며 우는데 갑자기 번뜩 한 생각이 스쳤다.
언젠가 적어둔 가장 끝자락에 있던 버킷리스트. 내가 절대 해낼 일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적어놨던 그 계획을 실행해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여기서의 핵심은 '혼자'이다. 어느 날 우연히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의 영상을 본적이 있다. 영상 속 사람들은 길 위에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어떨 땐 화도 냈다가 지금 내가 여기 왜 있지 하는 현타(?)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리고 긴 여정의 끝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 그곳을 바라보며 짓는 그들의 표정은 한 없이 벅찼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모두가 그 길을 그리워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궁금해졌다.
대체 저 길에는 뭐가 있길래 짧은 한 달의 시간 동안 수많은 감정들을 최대로 느끼게 하는 것일까.
그 길 위에선 누구도 그저 본래의 자신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정말 언젠가는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 생각해 버킷리스트의 가장 끝자락에 조그맣게 적어놓은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방바닥을 뒹굴면서 눈물과 함께 헝클어졌던 머리를 정리하며 산티아고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도 그 길을 걸으면 조금 달라질 수 있을까?'
'나도... 살고 싶어 지게 될까?'
떠나기 전 사람들이 왜 힘든 순례길을 자처해서 가느냐고 물으면 "그냥~! 그 길이 궁금해서."라고 대답했지만, 사실은 이랬다.
"살고 싶어서."
그렇게 내 나이 서른, 살고 싶어서 떠난 산티아고에서의 33일을 적어낸 기록이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편하게 책을 즐겨주시기를.
그리고 이 책을 덮고 나면 누구보다도 자신을 사랑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