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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Sep 23. 2024

나는 완벽한 거지다

이기론(利己論) - CH4. 나를 규정하다 11

'이기(利己)'.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가치이자 이유이며

나아가 진정한 이타다.


나를 해체, 재조립하며 깨달은 것들을 통해

나는 내 삶과 나를 바라보고 규정하는 

15가지 관점을 얻었다. 


오늘은 11번째. 

[CH4. 나를 규정하다 11 -  나는 거지다!]




새벽독서 1000일을 조금 넘겼을 때, 그러니까 3년정도 지난 무렵 

나는 알았다.

나의 지식이 형편없는 쓰레기라는 것을.


지식이란 속성 자체가 명시적 지식이든 경험으로 얻은 암묵적 지식이든 과거의 것이다. 과거를 유지하는 것은 유한한 시간을 살게 하는 힘일뿐, 성장을 위해선 변화되어야만 한다. 마치, 음식이 배속에 들어가는 그 순간 쓰일 것이 다 쓰이면 나머지는 변으로 빼내듯 내 머리속의 지식도 마찬가지다. 쓰이고 남은 지식믿고 까부는 것은 뱃속을 변으로 채우고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쓰레기지식은 남기지 않겠다. 

더 이상 머금고 있을 필요가 없다. 

나는 지식의 거지가 되겠다.              



새벽독서 1000일을 조금 넘겼을 때, 그러니까 3년정도 지난 무렵 

나는 알았다.

나의 감정은 무용(無用)한 것임을.


감정에 사로잡혀 숱한 시간 방황하고 아파했던 그 나날들이, 그 일상의 촌각들이 무용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간속에서 너무 과하게 감정을 사용하여 지배당했던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아마도 평생 소모해야 할 감정의 총량이 있다면 이미 나는 다 써버린 듯하다. 꼭 필요할 때 써야 하는지도 모르고 마구 남발했었던 시간 덕에 나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사치가 되어 버렸고 더더군다나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나에게 식민지의 국민과도 같은 굴욕감도 느끼게 한다. 


감정의 지배를 당하지 않겠다.

나는 감정의 거지가 되겠다.         

     


새벽독서 1000일을 조금 넘겼을 때, 그러니까 3년정도 지난 무렵 

나는 알았다.

나의 재산도 내 것이 아님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던지, 23살 근사한 직장에서 출발한 나는 일도 치열하게, 노는 것도 치열하게, 사랑도 치열하게 늘 나를 그렇게 들끓었었다. 연년생을 출산하고 잠깐 일을 접었던 그 시기조차 나는 '이대로 살 수 없다.'를 선언하며 쌍둥이유모차에 연년생을 태운 채 또 사업을 시작했으니까. 이렇게 일군 재산이 그런데 내 것이 아니었다. 


목적없는 삶에서 이룬 재산은 그저 날 훈육시키기 위한 도구였을 뿐. 

돈때문에 사람을 알게 되고 

사람때문에 이해를 알게 되고 

이해때문에 현실을 알게 되고 

현실때문에 나는 이제 미래를, 꿈을 알게 되었으니

이 재산은 내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교육비로 세상에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먹고 사는 인간의 기본권리를 제외한 

모든 재산에서도 거지가 되겠다. (부연글)




새벽독서 1000일을 조금 넘겼을 때, 그러니까 3년정도 지난 무렵 

나는 알았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조차 나를 위한 것이 아님을. 


그간 내가 아닌 남의 삶을 산 시간이 길었고 내가 나로써 살 수 있는 숱한 시간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 시간동안 나태했었다. 자족하며 자위하며 그렇게 짝발 흔드는 거만함으로 시간이 날 이끄는지도 모른채 어느 날 거기에 서 있었다. 착하게 성실하게 사는 줄 알았었는데 그건 좁은 내 시야에서 본 나였을 뿐 경이로운 시선으로 나에게 무한한 시간을 허락한 세상의 배려인데 나는 마냥 나의 당연한 권리인양 굴었었다. 


혜택을 권리로 착각하는 순간 보은을 잊게 되는 꼴사나운 인간이 되는 줄도 모르니 

나는 지금부터 나에게 무상으로 주어지는 인생의 시간에 있어 

오로지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걷는 것으로만 사용할 것이니 

나는 내 시간의 거지가 되겠다.    




새벽독서 1000일을 조금 넘겼을 때, 그러니까 3년정도 지난 무렵 

나는 알았다.

나의 환경도 내가 만든 것이 아님을.  

 

이 깨달음을 인정하기까지가 제일 어려웠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못하는) 것이라곤 태어나고 죽는 것뿐 나머지는 모두 내 선택인 줄 알았었다. 내 선택들의 결과가 지금인 줄 알았었다. 모두들 그리 아는 것처럼 나도 그리 알며 더 나은 선택, 더 효율적인 판단을 위해 공부하고 또 공부했는데.... 


책속의 성인들은 내 선택과 판단 역시 전우주의 이끌림에 의한 도구로서 나를 이용했을 뿐 나의 것이 아님을 알려주셨다. 어떤 거대한 시선, 엄중하고 장엄한 잣대가 있었음에도 나는 나의 선택과 판단이라는 오만을 지금껏 품고 있었으니 이는 내려놓는 것이 옳다고 여기기게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은 내 것이 아니라 오로지 주어진 혜택이라 여기며 감사한 맘으로 

나는 내 모든 환경의 거지가 되겠다.  

  


그렇게  나는 새벽독서 3년이 지날 때쯤 

내가 거지인 것을 알았다.

그리고.


새벽독서 5년이 지난 지금

원하던대로 더 거지가 되어 있는 날 여기 기록한다.


거지가 되니 참으로 편하다    

아무 것도 없으니 아무 것도 안해도 된다.    

없이 살아도 있이 사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으니 정말 아무 것도 안해도 된다.        


지식의 거지가 되니 꺼내쓸 게 없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나에게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고 

비어있는 통에 뭘 넣든 얼마나 넣든 상관없으니 그저 들어오는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감정의 거지가 되니 감정쓸 일 없어 좋다.    

드디어 인간본성인 이성적인간이 되고 있으니 참으로 기특하다. 데카르트(주1)가 알려준 12규칙대로, 사고의 존재를 알아갈 길로 들어선 듯 하여 마냥 기쁘다. 드디어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며 나에게 설파한 이 짧은 한마디의 참의미가 이런건가 싶기도 하다.             


재산의 거지가 되니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이로써 나는 돈에서 멀어졌다. 내가 관심두지 않으니 이 녀석이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내 것이 아니라고 자꾸 밀치는데도 나에게 자꾸만 치근덕댄다. 잠깐 머물다 알아서 가라고 옆을 내주는 것만 하면 된다. 세네카(주2)가 현자의 주머니는 뚫려 흐르지만 결코 비워지지 않는다 했는데 아직 현자가 아닌 나는 묻고 싶다. 

'세네카선생님! 이런거요? 이렇게요?' 

신기하다.              

시간의 거지가 되니 넘 시간이 많아졌다.    

시간의 거지. 

내게서 시간을 없애버렸기에 매 순간, 

시간이 아깝다. 부여잡으로 애쓴다. 

없어지니 이제서야 시간의 귀함을 알게 되었다.


무한정 주어지는 시간앞에 유한의 삶을 사는 나는 하루를 2등분하다가 3등분하다가 한다. 새벽부터 아침나절 비어있는 내 머리통에 새로운 지식을 넣어주고 빼내기 위해 책읽고 글을 쓴다. 위대한 정오가 되면서부터 2~3시까지 새롭게 들어온 지식을 많은 이들에게 그대로 다 흘려 나눈다. 이후 시간부터는 일상의 삶안에서 하루에 해야할 일과들을 해나가며 나는 편함하게 자유를 누린다. 


시간을 제거하니 나는 참 단순해졌다.

아둥바둥 살 필요가 없다.

그렇게 사는 게 더 어려워졌다.

그런데 너무 여유롭다. 

이런 신기한 모순.     


환경의 거지가 되니 충만해진다.    

대자연을 비롯해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 들리는 모든 소리, 느껴지는 모든 감각들의 매개를 알겠다. 내 가슴의 작은 파동은 사람에게서, 자연에게서, 세상 모든 것들이 내게 주는 선물이고 세상 모든 것이 내게로 진입하여 일궈낸 모든 것들은 다시 세상으로 나가 나와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모든 것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쓰이고 있다. 


나를 매개로 흘러간 것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난 몰라도 된다. 

그건 내 몫이 아니다. 

저~~어기 우주의 귀퉁이 어딘가에서 자기 자리잡고서 조화를 이뤄내고 있겠지. 

나는 충실한 안내자이자 매개자로서의 기능만 하면 된다. 

나에게 오는 모든 것들은 나를 통해 세상으로 나가니 나는 얼마나 귀중한 인간인가... 

이 자체만으로도 나는 충만이란 단어로도 모자랄만큼 충만이 넘친다.  



거지가 되어가고 더 거지처럼 살려 하니

세상은 모든 것을 내게 보여주려 들려주려 느끼게 하려 한다.

이 단순하고 고귀한 진리를 가슴떨리게 받아들이는 이 순간...

이렇게 순식간에 내 손가락이 자판을 두드리게 될 줄이야...

지금 이 글 역시 나에게서 쑤~욱 빠져나가 세상 어딘가에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든 자리잡겠지.    


이 글을 쓴 10여분.     

10분여분간 나에게로 진입한 글을 내 손을 통해 세상으로 내보내고     

나는 또 다시 더 완벽의 방향으로 거지가 되었고    

같은 방향으로 충만한 매개자가 되었다.               


아!!!!!

거지인 나는 구걸만 하면 되는구나!   


모르니 알려달라고

없으니 채워달라고

아프니 살펴달라고

보고 싶으니 보게 해달라고

듣고 싶으니 듣게 해달라고

갖고 싶으니 갖게 해달라고

느끼고 싶으니 보내달라고

알고 싶으니 알게 해달라고

주고 싶으니 주게 해달라고

가고 싶으니 가게 해달라고

이렇게 나는 구걸하면 되겠다.         


세상 참 편하다.    

웃음이 터진다.    

진짜 실실 웃음이 난다.    

비워야 채워지는 진리가 이제 가슴으로 들어와 날 간지럽히고    

진정한 앎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함이라는 이치가 나의 이성과 놀자 하니 기분좋고    

그저 세상을 위한 도구로서 존재하는 내가 가장 귀한 나라는 본성이 꿈틀거려 날 더 웃게 한다.


주1> 데카르트, 방법서설, 문예 

주2> 세네카, 세네카인생철학이야기, 동서문화사




[건율원 ]

삶의 가치실현을 위한 어른의 학교, 앎을 삶으로 연결짓는 학교, 나로써, 나답게, 내가 되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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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북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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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5:00a.m. [나는 시골로 갑니다.]

목 5:00a.m. [Encore! '엄마의 유산']

금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토 5:00a.m. [지담과 제노아가 함께 쓰는 '성공']

일 5:00a.m. [Encore! '엄마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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