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성장기록일지
이번 달은 위기가 많았다.
이사와서 첫주 집안정리가 끝나고서는 거의 매일이 마당정리였다. 새로 시작한 브런치북 [나는 시골로 갑니다]에 기록되어 있듯이 밀림이었던 마당에 햇살을 들이고 마당의 형태를 다시 복원하는 일은 나처럼 도시에만 살았던 이에게는 중노동에 가까운 고단함과 피곤함, 근육통에 시달리게 했다.
당연한 것이지만 재밌었다. 아팠지만 너무 신났고 잠자면서도 계속 뒤척거리며 깰 정도로 손가락부터 발끝까지 통증이 있었지만 근육이 생기는 중이라 여기며 버텼다.
신체가 고되면 정신도 그 쪽으로 간다.
그래선지 글은 늘 진통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쓰여졌고
그런만큼 글의 부실함은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2주 전부터 신체가 내 정신에 항복했는지 통증도 줄었고 장작자르는 톱질도 익숙해졌고
덕분에 '쓰고 싶은' 글들이 넘쳐나고 자연으로부터의 배움도 나날이 복리로 증가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역시 '부실'은 '충분'으로, '충분'은 더 나은 길을 위한 '부실'로, 성장은 그렇게 이뤄진다.
감사한 것은
부실한 글에도 여전히 응원과 공감을 주시는 독자들이 계신 것은 내가 천운을 타고나서일까.
그간 여기저기 오리랖부리며 베푼 것들이 여기서 선물처럼 얻어지는걸까.
글이 자기를 더 챙겨달라고 내게서 떨어지지 않고 바둥대며 붙어 있어줘서일까.
글로 먹고 살겠다고 들어선 이 길이 날 허락해준 것일까.
여하튼, 나는 지금 너무 재밌다.
일상이 글이 되고
글이 더 나은 일상을 만들어내는 둥근고리가 만들어진 듯하여
신나고 즐겁고 재밌고
그래서 내 일상에 든든한 근육이 생기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글로 풀어낼 재주가 내게서 샘솟기를.
이 모든 것들을 정신으로 해석해낼 지혜가 내게 샘솟기를.
이 모든 것들을 사랑과 감사로 승화시켜낼 심성이 내게서 샘솟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
브런치라는 공간은 여전히 내게 '글쓰기연마장'이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는 무형의 정신이 유형의 물질로 바뀌는 것의 매개가 되었다.
나에게서 나오는 글이 처음 당도하는 곳은 '한글파일'이다.
나는 이를 '원석'이라 부른다.
원석은 자체로도 커다란 의미이지만 여러 가지로 가공되어 다양한 곳으로 생산된다.
원석의 다음 도착지, 그러니까 1차 가공된 글은 '브런치'로 매일 새벽 5시 발행된다.
그 다음 도착지, 2차 가공된 글은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의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매일 7시 예약발행된다.
여기까지는 매일 에세이 한편이라 그다지 버겁지는 않지만
여기서부터 나의 글들은 조금 더 몸을 움직여 각각의 에세이들이 헤쳐모여를 여러번 시도해야 한다.
서울대 유기윤교수가 수장으로 움직이는 '유북' 플랫폼은 1편의 글이 아닌, 1권의 '미니북' 형태를 지닌다. 따라서, 책의 주제를 정하고 각각의 글들을 열맞추어 주제에 맞게 다시 재배치하여 최소10개 이상의 목차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자기 자리를 잘 찾아 열맞춰진 글들은 이렇게 '유북'에서 12개 언어로 번역된 미니북으로 출간, 전세계로 수출된다.
일상이 글이 되고
글이 더 나은 일상이 되게 만드는 것.
자주 언급했듯이 '일상이 투자'가 되는 삶.
늘 바래왔던 삶인다.
이번 달에는 이 느낌이 자체의 화학변화를 거쳐 현실의 여기저기서 태동하는 듯하다.
그래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나의 삶이 너무나 소중해졌다는 것.
오늘 하루가 너무나 중요해졌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귀중한 자료가 된다는 것.
내 손을 잡고 가는 시간이 나의 이성의 역사가 된다는 것.
내가 있는 이 자리가 나의 정신을 성장시킬 바로 그 자리라는 것.
그렇게 나는
글의 실력을 떠나 포장도 없고 당연히 치장, 분장, 화장, 변장이 없는 글의 맨살을 드러내는 것.
어떤 유혹도 타협도, 현혹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일상에 글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
나의 일상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글에 어울리게 다져지고 단단해지는 것.
내가 글, 시간, 서 있는 자리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든든한 느낌...
계속 걷자.
계속 느끼고
계속 쓰자.
이것이 창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는 내 삶을 창조하는,
내 삶이 창조되는...
소중한 순간순간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내 삶이 내 손을 꼭 잡은 느낌.
꼭 잡은 손을 다시는 놓지 않을 것 같은 느낌.
그렇게 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느낌.
니체(주)의 표현대로 발과 더불어, 개념들과 더불어, 단어들과 더불어, 펜과 더불어 춤추는 느낌.
참으로 감사한 하루하루다.
곧 구독자 4,000명이 된다.
내게 아주 과분한 수치다.
이에 어울리는 내가, 나의 글이 내게서 창조되길 이 새벽...
간절하게 바라고
확실하게 믿어보련다....
주> 니체, 우상의 황혼, 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