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영혼을 소유하라고 하지?
매일 새로우라고 하지?
어린 아이와 같이 순수하라고 하지?
초심으로 돌아가라고도 하지?
뭘 자꾸 돌아가...
걸핏하면 초심으로 돌아간대...
근데 앞서 한 말에 어떤 반박도 안되는 걸 보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지...
어린아이와 같은 맑은 영혼이
삶의 질과 행복과 이루고자 하는 꿈에 훨씬 유리한 사고와 마음이라는 것을.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리 되는 것이지?
엄마는 이렇게 생각해.
세상에 전쟁도, 질병도, 사고도...너무 많은데
오늘 새벽 엄마는 건강하게 눈뜨고 어김없이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고
변함없이 책상을 지켜주는 성현들의 책을 펼쳤고
책과 글로 꿈을 꾸는 동반자들과 줌(ZOOM)에서 만난단다.
일관되지.
한결같지.
그래서 다름이 없어.
그런데 말이야.
달라, 엄청.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일관된 하루가 주어졌다는 것은
또 하루.라는 시간을 비롯한 물질, 비물질을 누려도 된다는 권리를 허락받은 것 같아.
간밤에 사건사고가 얼마나 많았니?
세상의 모든 불행들에서 엄마는 이렇게 평안한 하루를 더 부여받았으니,
그리고 어김없이 태양이 뜨고 너희들이 건강하고 엄마도 멀쩡한 것이.
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에 대한 '감사의 무자각'에 '의미'와 '가치'를 보태서
진심어린 '감사'를 느끼고 보내게 됐어.
표면적으로 일관되지만
새로운 날은 새로운 내가 되어야 마땅해.
새로움에는 낡음이 없거든.
어제는 없고 오늘만 존재해.
어제의 엄마는 없고 오늘의 엄마는 지금부터 만들고 싶은대로 만들면 되거든.
읽고 싶은 것을 더 읽을 수 있고
알고 싶은 것을 탐구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말도 해보면 되고
보고 싶은 것도 가서 볼 수 있지.
그만큼 새로운 날에 새로운 내가 되는 것이잖아.
그러면 오늘이라는 하루가 첫날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
그렇다면,
첫날에 드는 마음은 초심이고
새로운 하루에 눈뜬 영혼은 맑을 것이고
새날이니까 처음 사는 아가와 같은 호기심이 가득하겠지?
숫자는 늘 새롭게 변하는데 나는 어제와 같다면 이건 뭔가 언벌런스하잖아.
약간 어긋난 느낌도 들잖아.
뭔가 하지 않은, 얻지 못한 손실감도 있고 말야.
아이야...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자...
오늘이 생애 처음 맞는 하루처럼 여겨보자...
세상에 처음 눈뜬 갓난아기처럼 하루를 살아보자...
어제 봤던 꽃을 다시 보니 조금 더 꽃잎이 벌어진 것도 눈치채고
어제 없던 싹도 새로 돋아난 게 보이고
어제 주먹만하던 호박이 오늘은 주먹을 편 크기만큼 자란 것도 보이고
하늘도 어제랑 다르고 바람도 다르고 다 달라.
어제 먹던 똑같은 밥인데 마음이 다르니까 밥맛도 다르거든.
갓난아기처럼, 막 입학한 초등학생처럼 낯설어서 두려운 것도 처음이라 그런 것이니
굳이 두려움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어져.
이렇게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는 마음으로부터 우리는 새로워지는 것이란다.
매일 맞이하는 새벽의 마음이 초심이어야 한단다.
이성은 쉽게 부러지는 나무와 같은 지팡이(주1)야.
이러한 이성이 고착된 인식이 없이 야들야들 유들유들하면
굳이 영혼을 맑게 하려, 초심으로 돌아가려, 아이와 같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단다.
그 애씀이 낭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하루의 에너지가 그리로 향하지 않고
감사의 마음으로 향하게만 한다면
낭비가 아닌, 투자의 하루를 만들 수 있고
투자의 하루가 지속된다면 인생전체가 소모되지 않고 창조되는 인생이 되겠지.
다시 말하지만,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오늘이 생애 처음 맞는 하루가 되고
그러니 갓난아기처럼 세상을 보게 되고
굳이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으니
늘 맑은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네가 된단다.
아이야...
초심으로 돌아가라.
아이와 같아라.
영혼이 맑아라.
이 말은 초심, 즉 기본에서 멀어졌을 때,
아이같은 순수함을 잃었을 때
영혼이 혼탁해졌을 때 필요한 말이잖아.
세상에 이런 말이 진리처럼 들린다는 것은
기본에서 멀어지고 혼탁한 영혼으로 아이의 순수함을 잃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거야.
순수함은 인간이 꽃을 피우는 것이다. 우리의 천재성, 위대함, 신성함과 같은 것들은 이 순수함의 꽃에서 탄생하는 다양한 열매일 뿐이다. 순수의 수로가 열리면 인간은 그대로 신에게로 흘러간다. 순수함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불순함은 우리를 나락으로 내던진다(주2).
우리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우리를 나락으로 내던지기도 하는
이 4개의 단어.
이 단어를 늘 가슴에 품고 지내보자...
저~어기까지 열.심.히. 달리다가 어느 날 뒤돌아서
다시 되돌아가야 할 때를 만들지 말자...
매일 새로운 날에 감사하고
새로운 네가 되어라...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의 시작이 다른 것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풀지 못하는
자연의, 진리의 비밀이란다...
주1> 루미의 말 '이성만을 맹신하는 자들의 지팡이는 쉽게 부서지는 나무와도 같다.'
주2> 월든, 헨리데이빗소로우, 열림원
# 이제 성인이 된 2아이를 위해 2년간 쓴 30통의 편지를 담은 책입니다.
[지담연재]
월 5:00a.m. [짧은 깊이]
화 5:00a.m. [엄마의 유산]
수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목 5:00a.m. ['대가'에게 배우는 글쓰기]
금 5:00a.m. [나는 시골에 삽니다.]
토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일 5:00a.m.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