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헬스장을 다니면 생기는 일
이글은 다이어트 경과를 다룬 글입니다.
다이어트 방법과 식단은 후속 편에서 다룰 예정이고, 그 중 하나의 링크를 올리자면
; "살 빼려면 유산소운동을 해야 합니다" https://brunch.co.kr/@jiminy/128
나는 운동이 좋다. 지금은 하루라도 헬스장에 가지 않으면 답답하다. 그렇지만 내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물론 어릴 때부터 체육시간을 좋아했고 개인적으로 홈트를 하거나 복싱을 배우는 등 운동과 담쌓고 살던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핑계로 운동을 3년간 하지 않았다. 스트레스로 인해 위염까지 걸려가며 폭식한 결과 고등학교 3학년 체력검사 때 비만이란 결과를 얻게 되었다.
물론 예전에도 날씬한 편은 아니었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듯 1년 사이 자그마치 9kg가 찐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학년 초에 재서 저 숫자이지 후반에는 78kg까지 갔다. 만 18세 여고생이라는 걸 감안하면 객관적으로도 심각한 수치이다. 충격적이었다. 체중계 앞자리가 7로 바뀌는 순간 암담했다. 살이 집혔고 남이 찍어준 사진을 보면 얼굴이 호빵모양이 되었다. 그래도 공부가 먼저라고 생각해 살이 찌든 말든 공부를 했다. 하지만 소화 관련 문제로 병원을 찾았을 때 살 빼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고 수능이 끝난 후 친척들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들은 소리가 "살 빼라"였다. 당시 나는 재수를 생각하고 있어서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지만 일단 헬스장에 등록했다. 너도 나도 하는 운동보단 특이한 종목을 도전하고 싶었지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당시 살았던 아파트 내에 헬스장이 있어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선택했다.
헬스장에 처음 갔을 땐 모든 게 다 새로웠다. 아는 게 러닝머신이랑 자전거밖에 없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그것도 열심히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처음에 트레이너 선생님이 몸무게를 물어보시는데 너무 창피했다. 헬스장에 온 사람들 중 나만큼 뚱뚱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내 형색이 형편없어 보였다. 하지만 본래 부끄러워도 티를 안 내는 편이라 '하다 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PT도 받았는데 내가 운이 좋게도 실력 있고 멋있는 선생님을 만나 잘 배울 수 있었다. 선생님은 한 달에 5kg 빼기 목표인 나를 보고 그렇게 하기 힘들다며 꾸준히 해야 한다고 하셨고 차근차근 유산소운동과 기구와 프리웨이트를 알려주셨다. 걱정과 달리 생각보다 살은 쉽게 빠졌고 원하던 대로 1달에 3~5kg씩 빠져 4달 만에 15kg를 감량할 수 있었다. 물론 선생님 말씀대로 급하게 감량하면 요요가 올 수도 있고 체중에 집착하면 안 되기 때문에 숫자가 기준이 되어선 안되지만 수치적로 보이니 잘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70kg 대일 때의 기록은 사진에는 없다.
나는 재수 중이라 학원이 10시에 끝났는데 헬스장이 11시에 끝나 1시간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원래 1시간 반 이상 해야지 운동 한 기분이 드는데 아쉬웠다. 하지만 재수 중인 내가 헬스를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감지덕지했다. 월요일 헬스장 휴무인 날을 제외하고 난 아프지 않은 이상 하루도 거르지 않고 헬스장을 다녔다. 언젠가부터는 휴무인 월요일엔 저기압이 되기까지 했다. 운동을 하며 달라진 건 체중만이 아니다.
일단 나한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유산소운동으로 사이클 하고 인터벌 하는 것도 상당히 힘이 든다. 그때는 운동에 집중해야 해서 잡생각을 할 수 없다. 웨이트를 할 때는 정자세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올바른 부위에 자극이 오도룩 해야 하니 또한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내 몸이 변화하는 것을 직접 느끼며 몸을 단련시키는 것만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일도 없는 것 같다. 이렇게 1시간 하고 나면 힘이 쫙 빠지며 힘이 생긴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힘을 많이 썼지만 그만큼 체력이 충전됐다는 소리다. 실제로 기초대사량도 올랐고 운동할 때 엔도르핀이 나오니 과학적으로 맞는 얘기다.
자신감도 많이 올랐다. 살을 빼고 처음으로 "몸이 예쁘다."라는 칭찬을 듣기 시작했으며 내가 비만이었던 과거를 고백하면 사람들은 믿지 못하며 대단하다고 얘기해 주었다. 사람들의 칭찬을 제외하더라도 스스로 몸의 변화를 관찰하며 뿌듯했고, 6개월 만에, 20kg를 감량했다는 아무나 하기 힘든 일을 성공해 냈다는데 자신감이 생겼다. 이런 의지면 세상에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만성으로 앓고 있던 허리통증, 목통증도 줄었다. 공부를 하느라 항상 목부터 어깨, 허리까지 아팠는데 pt를 배우고 아픈 날은 의도적으로 어깨위주로 운동하며 근력을 키웠다. 그리고 배운 재활 pt로 폼롤러를 이용해 아픈 부위를 풀어주었다.
식습관도 개선되어 저탄고단백으로 내가 알아서 찾아먹었고 더 이상 과식, 폭식은 하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 좋아하던 고염, 고칼로리 음식은 피하게 되었으며 음료수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나의 식단관리 비법은 후술 하겠지만 평생 이렇게 신경 쓰며 먹는다면 백 년이고 장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보이는 것뿐 아니라 몸이 건강해지고 있었다.
이렇게 쓰는 거 보면 헬스 전문인 같지만 아직 나는 헬스의 ㅎ자도 모르는 초보자이다. 3대 운동도 아직은 못하고 헬스장에 오시는 다른 분들과 비교했을 때도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다이어트를 성공한 사람으로서, 나의 다이어트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