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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과지성사 Mar 11. 2023

신바람 이박사 음악의 미학적 가치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은 프로듀서 250의 [뽕]이었다. 다년간 뽕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한 흔적이 남아있는 앨범이었다. 그는 7년간 이 음반을 제작하면서 <뽕을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는데 영상은 항상 이박사의 격언으로 시작된다. 알아듣기는 어렵다.  대강 이런 내용인 것 같다. “후루루휘~하잖아 이걸 에코나가듯이하라고”. 앨범 [뽕]에는 다양한 종류의 뽕이 담겨있지만 그중에서도 이박사의 영향이 크다. 250도 이박사의 음악이 뽕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박사 음악의 탄생

이박사 음악은 관광버스에서 시작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는 관관버스에서 어머님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동네사람들끼리 버스를 대절해 바다나 산으로 떠나고 버스 안에서 격렬한 춤과 음악이 넘치는 관광버스 문화는 우리의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다. 이박사는 그곳에서 어머님들의 팁을 받기 위해 노래를 했다. 하지만 한 많은 우리 어머님들을 만족 시키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에게는 어머님들을의 흥을 돋기 위한 몇가지 방법이 존재했다. 메들리를 부를 것, 자극적인 전자음악, 160bpm의 빠른템포.


메들리를 부를 것

새로운 음악을 듣는 것은 대단히 피곤한 일이다. 마음먹고 놀러온 어머님들이 3분여간 좋은 노래인지여부를 판단할 여유도 없을 뿐더러 우리는 늘 익숙한 음악에 끌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박사는 늘 메들리를 불렀다. 어머님들은 그에게 팁을 주었고 이박사는 메들리를 고수했다. 반응이 좋으니 이박사는 메들리로 테이프를 팔았다. 그리고 많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하지만 트로트 음악계에서는 이런 이유로 그의 음악을 인정하지 않았다. 본인의 오리지널 곡이 없고 자극적인 댄스음악, 일명 뽕짝 음악가라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친숙한 노래를 본인만의 색깔로 리믹스를 해 관광버스 무대를 장악하는 것이 바로 이박사의 음악의 기원이자 특징이었다.


자극적인 전자 사운드

EDM 프로듀서들은 각자만의 사운드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오리지널 곡을 리믹스할 때에 자신의 색깔이 더욱 드러난다. 일명 ‘뿅뿅 거리는 소리’는 이박사 리믹스 음악의 특징이다. 사실 이 사운드는 오래전에 출시된 보급형 신디사이저에 내장된 사운드 중 하나다.  장비의 가격과 출시년도를 생각할 때 이 자극적인 소리는 시끄럽다거나 촌스러운 인상을 줄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강력한 원초적인 자극을 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박사의 음악에는 테크노 사운드와 리듬이 중요하다. 2, 4박에 오픈 하이햇이 올라오는 ‘읏따읏따’ 리듬에 자극적인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어우러지면 옆집 개도 춤을 추지 않을 수없을 것이다. 조성모가 ‘다짐’으로 테크노 열풍을 일으키기 10년 전이었다.


160 BPM의 빠른 템포

하우스 음악의 템포는 보통 120-140BPM이다. 발라드가 50-60BPM 정도 되는 것을 비교해보면 춤을 추기 위한 빠른 템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박사의 음악은 160BPM으로 극단적으로 빠른 템포를 가지고 있다. 250의 표현을 빌리자면 120BPM의 댄스음악은 멋진 음악이다. 하지만 160BPM부터는 어떤 미친 구석이 서려있다. 광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또한 어머님들의 흥을 돋우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보통 멋진 음악으로 당시 어머님들의 스트레스를 풀어드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마치 무당이 굿을 하는 것처럼 정신없고 그 뒷면에는 애환이 숨어 있는 것이다. 


결론

이박사 음악의 기원은 위대한 음악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생계를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훗날에 재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한 많은 어머님들 뿐아니라 우리에게도 숨어있는 뽕의 기운을 건드리는 설득력있는 음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것은 교육기관이나 기성의 음악을 답습하고 이어간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만의 방법으로 음악 세계를 개척했다는 점이다. 최근 재평가되고 있는 이박사의 음악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과 또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뮤지션들에게 좋은 영감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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