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와서 두 번째 메주를 쑨다. 첫 번째는 서리태콩으로 메주를 쑤었다면, 이번에는 노란 콩이 재료가 되었다. 2년 전 일이다. 남편의 절친 농부께서 콩 농사를 지었는데, 콩 시세가 별로여서 갈아엎어야겠다는, 쓰디쓴 말과 함께 콩 40킬로를 주셨다. 받기가 너무 미안해서 남편은 농번기 때 일손을 보태겠노라 하고 미안한 마음을 대신하였다. 그때는 너무 바쁜 일정을 보내느라 메주 쑤기를 놓쳤었다. 콩의 일부만 이웃과 두부를 만들어 먹고, 남은 것은 페트병에 잘 보관해 두었었다.
전날 오전부터 콩을 깨끗이 씻어서 불려놓았다.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피며 콩을 삶기 시작했다. 장작불 지기는 남편이었다. 불 때기에 재미를 쏠쏠히 느끼는 남편과 다르게, 나는 눈이 매워서 옆에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콩을 삶을 때, 불 조절은 매우 중요하다. 잘못하면 물이 넘치기 때문이다.
하늘에는 눈발이 하나둘 흩날리고 있다.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민중들의 외침이 왜 이렇듯 마음을 심란하게 자극하고 있는가! 콩이 익어가는 냄새는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데, 나라는 이 지경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노란색에서 옅은 갈색으로 콩이 잘 익었다. 콩을 건져내어 옆집에 있는 기계에 콩을 갈아왔다. 예전 같으면 발로 밟아서 콩을 으깼을 텐데, 참 편리한 세상을 살아간다. 메주 틀에 모양을 잡고 깔아놓은 볏 집 위에 나란히 줄을 세워 놓았다. 가지런하게 줄을 세워놓으니 반듯한 모양을 한 메주들은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나라가 어수선하게 혼란가운데 있지만 반듯하게 줄을 서 있는 메주들은 마음을 정돈시켜 주는 것만 같았다. 겨우내 잘 띄워서 햇살 좋은 날 장 담그기를 해야겠다. 그때는 나라도 혼란에서 벗어나 따뜻한 햇살 아래 평온을 찾았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