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정에 마로니에 나무 몇 이파리가 붉게 물들어 간다. 지나가는 바람이 반가운 듯 이파리를 흔들어 준다. 그 무더웠던 여름은 서늘한 공기에 밀려가고, 어느덧 겉옷 하나를 더 껴입게 한다. 아! 가을이다. 시인의 마음을 훔치는 감성적인 계절이 왔다. 마음 한구석은 쓸쓸함으로 파고드는데, 높고 파란 하늘은 그저 예쁘기만 하다. 피부에 와닿은 바람 한 점이 지난 추억을 소환해 내고 애절한 그리움을 남기고 간다.
조용하지만 나와 이야기를 곧 잘했던 4학년아이가 그리워지고 마음은 이상히도 섭섭해진다. 가을 때문인가, 아니면 정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여린 마음 때문인가.
그 아이는 그랬었다. 반지를 보면 결혼반지냐고 묻고, 젊어 보인데 나이가 몇 살이냐 묻고, 핸드백이 바뀌었다는 등, 나에 대해 관심을 보였었던 아이였다. 그런데 이 아이를 학교에서 볼 수 없게 됐으니, 요 며칠 동안 많이 생각이 난다.
하교시간이 되면 차를 기다리는 동안 나 역시도 사랑스러운 아이의 긴 머리를 쓰다듬기도 하고, 옷매무새를 고쳐주면서 사랑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었다. “선생님 저는 예뻐요? 아니면 귀여워요?”라고 물으면 나는 말한다. “너는 둘 다야.”라고 대답하면서 그런저런 시간이 쌓여 나도 모른 사이에 그 아이와 정이 들고 말았다.
그때가 목요일이었다. 차를 기다리는 아이와 마주하며 서게 되었다. 아이는 조용하고 조금은 수줍은 듯 동그란 얼굴에 살며시 미소를 띠며 말한다.
“선생님 그동안 감사했어요.” 라고 인사를 한다.그리고 등 뒤에서 이마를 붙이고 몇 초 동안 기댄다. 그렇게 섭섭함을 몰래 감추며 아이는 학교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