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와글와글 시끌벅적 아이들의 소리로 들썩거린다. 사람은 살고 있으나 쥐 죽은 듯 조용한 마을에 아이들의 소리는 생기를 돋아나게 하는 묘한 힘을 준다. 방가 후 학교 현장 학습을 위한 체험이 우리 마을 상입석리에서 실시되었다.
마을 어르신이 이야기를 들려주심
500년으로 추정되는우물과 버드나무가 한자리에 남아있는 역사의 현장을 아이들이 찾아왔다. 곰소초, 영전초, 부안동초, 아이들이 직접 두레박으로 물도 길어보고, 물지게도 져보고, 또 똬리를 머리에 받쳐 물동이를 이어도 봤다. 1980년대 초, 상수도 시설이 마련되기까지 마을 주민들은 이렇게 직접 식수를 집으로 운반해 사용했었다.
두레박으로 물을 긷는 모습
이 마을에는 100 가호가 살았었다. 이 신비한 우물의 위력은 어떤 가뭄이 와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어줬다. 마을 주민의 수가 몇 백 명이다 보니, 우물가 주변은 와글와글 사람들이 늘 붐볐었다. 여기에는 여러 소리들도 더해졌다. 물동이와 물지게를 우물가에 두고, 두레박을 우물에 첨벙하고 던지는 소리, 빨래하는 방망이 소리, 대야에 채소 씻는 소리, 여기저기서 이야기로 떠드는 소리, 사람 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런 장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지게를 져보다
500년 동안 우물은 여전히 살아있다. 옆에 서 있는 아름드리 버드나무도 뿌리를 우물에 기댄 채 당당히 살아서 그 위세를 드러내고 있다. 긴 세월 험한 비바람을 이겨내고 말없이 변함없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간직한 채 말이다. 우물과 버드나무에 얽힌 아이러니한 일이 있다. 현존해 있는 마을 어르신들 가운데는 우물과 버드나무가 언제 적부터 있었는지 아는 분이 없다는 사실이다. 역사 유물을 연구하시는 모 대학 교수님으로부터 추정연도를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마을 주민의 생명을 담당한 우물이 대대로 후손에게는 이어져 왔지만 정확한 기록이 희박한 점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물동이를 이어보다
오후의 해가 기울어 간다. 부안의 노을이 붉게 물들어 간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우물과 버드나무’를 주제로 백일장을 열었다. 삼삼오오로 모여서 물감으로 알록달록 그림을 물들이고 있을 때, 여기에 뒤질세라 한쪽에서는 동시를 짓는 어린 시인들도 우물과 버드나무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자연 속에 있는 마을학교가 정겨움으로 가득 찬 하루였다. 이곳에 와서 자연과 하나 되었던 아이들을 말없이 맞아주던 ‘우물과 버드나무’는 바람에 살랑이는 물결과 나뭇잎을 흔들며 기쁘게 환영하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