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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인장 Dec 04. 2024

02.새로운시작

오아시스 카페(1) ...시작

카페는 저층 주택가 동네 골목에 있다.

오픈때 ’오아시스‘라는 카페명은 사막 한가운데 한줄기 빛이 되고자 하는 큰 포부를 갖고 지어졌다.

하지만, 오후 4시가 지나면 주위의 상점이 불이 꺼짐과 동시에 손님도 뚝 끊겼다.

즉 오후 4시 이후의 불빛은 동네골목에서 우리 카페만 유일했다.

사막의 신기루처럼 존재자체가 불분명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나마 1년이 지난 지금 손님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오아시스다.

카페를 왜 하기로 했는지는 오픈한 지금도 확실한 이유가 없다.

기존에 하고 있던 꽃과 관련된 인터넷판매도 예전같지 않고, 바쁘지 않으니 잡생각이 많아졌고, 그와 함께 사는게 지루해졌다.

왠만한 사람들이 갖고 있다는 바리스타자격증을 취득하기로 한건 그 이유였다.

뭔가 배워야할것 같았다. 뇌가 정지하는 느낌이었다.

학원을 다니고 자격증을 취득한 후 바로 카페를 차리는건 무모하다 생각하여 알바를 시작했다.

나이가 40대 초반이라 면접도 보기 힘들었다. 그 와중에 교회카페알바는 거의 봉사개념이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작은교회였지만, 로스팅부터 더치까지 머신기관리까지 실속있는 경험이었다.

6개월의 알바를 마치고 난 카페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목사님도 공부를 더 하고 차리라고 하셨고, 바리스타강사님은 카페힘드니까 창업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귀기울여 듣지 않았다. 배운건 어떻게든 써먹는다 그게 내 모토다. 써먹지 않을거면 뭣하러 시간을 보낸단 말인가!

나에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내 동생은 이런 나를 대단히 보다가도 어이없어한다.


체인점을 할 정도의 자본이 있었던게 아니었기 때문에 개인카페로 가닥을 잡았다.

가게는 총 세군데를 보러다녔다. 그 중 하나를 계약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대책없다 생각이 들지만, 그때는 전혀 내 결정에 의심도 없었다.

계약을 하고 당당히 집에 들어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오빠와 동생에게 말했다.

‘나 카페 계약했어’

동생은 어이없어하며

‘뭐라고? 오늘 가게보러 가는거 아니었어? 그런데 하루만에 계약을 했다고?’

동생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래. 빠르네’

오빠는 뭐라 말해도 지맘대로 하는 나에게 잔소리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몇마디 하지 않았다.


나는 잔소리를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걱정인형인 내 동생은 그런 나를 뒤따라 들어오며 잔소리2절을 시작했다.

‘도대체 뭐가 그리 급해서 바로 계약을했어? 계약금 입금한거야? 어디야? 나하고 한번 가보고 결정하지. 말해봐 빨리‘

‘저기 정동 골목에 있는 가게야. 지금은 뭐 공방인데 조금만 손보면 될것 같아. 깨끗해서 인테리어도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될것 같고

여기, 사진찍어온거 있는데 한번 봐봐’

핸드폰을 받아들며 자세히 보기 시작한 동생은

‘1장 찍어온거야? 내부사진은 없어?‘

‘응’

‘에휴. 말을말자. 나 내일 퇴근하고 같이 가보자’

‘그래’


다음날 퇴근한 동생과 같이 가게에 갔을때는 공방도 끝난 상태고 주위상점들 학원들이 끝난 상태라 어둠만이 맴돌았다.

동생은 전면유리로 되어있는 공방의 이곳저곳을 안좋은 눈으로 자세히 보며 사진을 찍어댔다.

주위가 너무 어두워 사진도 잘 나오지 않을것 같은데도 참 열심이다싶었다.

한참 공방을 눈빠져라 훑어본 뒤 걱정어린 눈빛으로 나에게 말했다.

‘여기 너무 어두운거 아니야? 6시밖에 안됐는데 사람들도 안 지나가고 주위 매장도 다 닫았잖아. 동네골목이라 그런가’

‘아무래도 동네라서 그렇지 퇴근하면 좀 오겠지. 이 주위에 카페가 없어서 소문나면 괜찮을거야. 교회애들도 많다고 건물주가 얘기하더라구’

‘건물주말은 믿을만하지가 못해. 지네 건물이 세상에서 최고일텐데‘

’가게인수는 2주후에 하기로 했어. 이제 카페집기 주문했야지. 크리스마스 이전에는 오픈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할게 없다해도, 2주만에 인테리어가 끝날수 있어? 참 긍정적이다‘

배고프다고 밥 먹으러 가자는 나를 보며 동생은 포기한듯 말했다.

’언니는 참 해맑아, 해맑아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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