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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이방인 Jun 11. 2024

이집트에서 맥심커피 장사  

#1 치과의사로 살아야 할 이유

*첫 구독자 류귀복님 감사드립니다.


-본 저자는 한인신분 미국 치과의사이다.

-본 저자는 영주권 지원이란 이유로 무너져가는 치과 지점을 강제로 맡게 되었다.

-본 저자는 최소 1년 영주권이 나올 때까지 퇴사를 할 수 없다. 퇴사는 곧 미국 추방이다.

-나는 무기력증과 불안증의 굴레에 헤어 나오기로 다짐하며 다시 펜을 들었다.

-나는 2021년 9월 <사랑을 모른 채로 사랑한다는 것> 에세이를 출간한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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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에 영주권이 나오면 이집트에서 맥심커피를 팔 거야.

그리고 다시 시작할 거야.


무기력증 그리고 불안증으로 아침을 헤매던 나는 매일 밤 운동 후 하늘 사진을 찍기로 다짐했다.

밤하늘을 똑바로 쳐다보면 나의 고민들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인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작은지 아는 이 행위는 셀프 가스라이팅이나 자기 위로가 아니다.

이 큰 밤하늘에서, 나의 삶은 먼지보다 작다는 것을 아는 것이 진정한 메타인지며, 현실 직시이다.


나는 대부분의 어릴 적을 입을 닫고 살았다.

단지 운이라는 이유로,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시는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 유학도 왔기 때문에, 내 입에서 나오는 불평은 아주 쉽게 타인의 분노를 사기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회에 완벽히 적응된 청년으로, 정서적 찐따인 어른이 되었다.


오늘은 사회 심리학을 졸업한 동생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들은 스스로 온전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emotionally deficient 한 감정만이 사랑이라 착각 한다.


무언가를 항상 쫓고 이루는 환경에 살아온 사람들은 고통이 없는 사랑을 사랑이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너무 쉬운? 온전한 사랑의 소중함보다 감정적으로 가학적인 사랑만이 사랑이라 여기며 이리저리 떠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사랑까지 다른 의미로 참 열심히다.


어릴 적 죽어있는 길고양이를 보고 운 적이 있다. 고양이는 우리와 달리 자동차 빛에 반응이 느리다. 고양이의 눈은 차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이 만든 체재 안에 살고 있다. 이 인공적인 무대에서 완벽히 적응한다 한들 우리는 외부에서 완벽한 행복을 찾을 수 없다. 우리는 체재를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호조무사들이 내가 본사를 간 사이 매니저와 다투어 집단 퇴사를 했다.

저번주까지만 해도 분명 휴가 후 사준 한국 화장품을 받고 얼마나 기뻐했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인간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인간은 본래 사랑해줘야 하는 존재라 했는데...


오늘도 운동을하고 밤하늘을 보며 문득 어릴 적 가보고 싶었던 이집트 다합을 상상했다.

그곳에서 팔리지 않을 맥심커피를 얼음에 동동 띄워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싶어졌다.

평생은 아니고 한 한 달 정도.



그날을 위해 오는 여름, 임플란트와 보톡스 필러, 사랑니 수업으로 주말을 채워 넣었다.


이것이 겁쟁이인 내가 현재 극복할 수 없는 무대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이다.


나도 안다. 이집트에도 내가 원하는 행복은 없음을..

그래도 나는 상상해야만 한다.


숨만 쉬는 게 아닌 정말 잘살고 싶으니까.


삶이란 정체성에서 도피하고 싶지 않으니까.


근데 맥심커피는 안 팔릴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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