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단지 빠짝 마른 밀납인형이었다.
온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그 언젠가 오래 오래 사시라고 해드린
곱디고운 분홍 색 수의 속에
그렇게 싸여있던
한 줌의 재,
할머니 손을 꼭 잡고 다니던 유치원
비오는 날이면 교실 창밖에서 큰 우산 두개를 들고
그렇게 기다리고 계시던 국민학교,
할머니와 같이 방을 쓰면서
불평도 많이 했던 중 고등학교,
서울에 올라와 할머니와 단 둘이 살던 대학시절, 그리고 수련의 시절,
그 많은 세월이 지나도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소중한 기억을 안고 산다.
장 항아리에 빠진 새를 건져서 씻어 말려 날려보내고
차에 치여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를 데려다가
붕대를 감고 치료해서 살려주시던 분
불현듯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