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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om P May 31. 2024

상처 받지 않는 영혼 | 마이클 싱어

마음으로부터의 독립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당신이 마음의 소리가 아님을,
당신은 그것을 듣는 자임을 깨닫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영적 지도자'.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단어였다. 뭔가 사이비종교 같기도 하고, 믿음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그들의 책을 읽어보니 이는 터무니없는 편견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여타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이 책은 전반에 거쳐 내 의식을, 마음을 작업했다. 마음에서 떨어져 그것을 온전히 바라보는 것, 마음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 경험과 나를 동일시하는 것... 이것들은 모두 내가 하던 것들 아니던가.


 우울하면 잠이 오고 무기력해진다. 우울한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무력감에 빠지고 침대 속으로 점점 파묻힌다. 그러다가 문득 나를 바라보는 진짜 나의 존재를 깨닫는다. 나는 침대 위에 있다. 나는 내 우울의 밖에서 나를 바라본다. 그런 나는 내 안에 늘 있어왔다. 이것을 깨닫게 해준 책 중 하나가 바로 마이클 싱어의 '상처받지 않는 영혼'인 것이다.


삶이 내면에 혼란을 일으킨다면
물러서지 말고 그것이 바람처럼 당신을 지나가게 하라


 돌이켜보면 나는 늘 마음의 노예였다. 내 의식은 마음 속을 배회하는 부랑자였다. 마음이 차면 치이고, 마음이 따뜻하면 이내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마음에 짖눌려 살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마음이 혼란을 일으켜 나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당근과 채찍을 모두 주었지만, 주로 채찍을 주었다. 내 의식은 채찍질의 흔적 투성이였다.


 나는 세상이 나에게 준 모든 것들을 움켜쥐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양손 가득 움켜쥐고 있자니, 놓는 법을 몰랐다.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놓아도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세상은 나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선물과 짐을 안겨주었다. 마침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때까지, 세상은 내게 그래왔다.


 하지만 세상은 잘못이 없다. 세상은 그저 세상으로서 일으켜지고 있을 뿐이었다. 바다의 파도처럼, 일었다가 접어들기를 반복했을 뿐이다. 그 파도의 모든 물결을 움켜쥐려 한 내 탓이었다. 말도 안되는 통제광이 되어 나는 일말의 것조차 놓아보내지 못했다.


고통 회피에 목적을 둔 행동 습관은 그 자체가 곧 고통으로 통하는 문이 된다.


 나는 늘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며 살아왔다. 오만가지 정신병이나 성격장애와 관련된 내용이 다 내 이야기 같았다. 그것들로부터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하지만 무엇하나 뚜렷하게 내 증상을 완치해줄 방법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여전히 내 고통을 움켜쥐고 어떻게 하면 이것을 뭉게버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음은 그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저 놓아보내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두면 되는 것이었다.


 



 고통스러운 마음은, 그 고통이 어떤 것이든, 그저 받아들이고 놓아보내면 그만이다. 그것들은 영원하지 않다. 그저 일시적으로 마음에 일었다가 접어드는 파도와 같다. 그 사실을 망각한 채 파도를 쥐려하면 바다에 빠져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


 그 어떠한 경우에도, 불행하지 않을 자유는 있다. 그저 가만히 앉아 나를 바라보고, 내 앞에 펼쳐져있는 세상을 바라보면 그만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충만한 삶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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