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톤먼트로 알게된 작가. 많은 이들이 나처럼 이언 매큐언을 어톤먼트(속죄)로 알게되었을 것 같다. 정말 사랑하는 영화라 정말 오래전에 책도 샀었지만 처참히 실패하였다. 이 책도 완독을 못할 뻔 하였다.
끝까지 읽고는 정말 다 읽길 잘했다 생각했고, 나를 괴롭히고 또 괴롭히던 그의 문체가 사실 정말 인간 심리를 탁월히 묘사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감탄하고 내가 아직 이 작품을 음미하기엔 부족하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주인공 페리의 심리를 구구절절(독특한 캐릭터여서 더 그랬다) 써놓았는데 정말 읽으면서 괴로웠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제목인 Enduring Love (우리말 번역: 견딜 수 없는 사랑)라는 주제를 정말 정말 가슴에 남도록 쓴 책이다. 견디고 또 견디고 버티고 또 버티고 인내하고 인내해야 지켜낼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외치고 있다.
모든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마지막에 가서 저 제목 하나로 귀결되는 데 정말 놀라웠다. 치밀하고 세밀한 사람간의 관계와 감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면 굉장히 읽을만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목처럼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작가가 하려는 말은 이 사랑이라는 것이 사랑까지 가기 전에 관계라는 것이 정말 실낱같은 것이라 엉키기는 쉬우나 풀기는 어렵고, 그 팽팽한 줄이 느슨해지도 하며 끊어지기도 쉽다는 것을 여러 등장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정말이지 우리는 사랑이 그 자리에 있는데도 눈이 멀어 보지 못하고, 남이 눈을 가려서도 아니고 내가 혼자 보지 못해 헤매고, 그렇게 헤매다보니 내 곁의 사람을 제대로 보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서로 오해하고 의심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을 놓치게 된다.
황당한 사건으로 책이 시작한다.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열기구에 저렇게 사람이 매달려있는데 그냥 떠올라서 사람을 구조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고, 이 때 서로 관련 없는 주변에 있던 사람이 모이게 되고, 그냥 지나가다 맞닥뜨린 어찌보면 우습기도 한 이 사건 하나가 정말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 일으킨다.
작은 사건 하나가 내가 가려는 길의 각도를 살짝만 틀어도 그 목적지가 달라지게 된다. 우리 삶도 우리가 조망하지 못해서 그렇지 아마 저런 일련의 여러가지 요소 요소들이 우리 삶을 건드리면서 정말 알 수 없는 결과와 원치 않았던 혹은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취향을 타는 책이라 생각하지만, 이제는 날도 선선하니 조금은 답답한듯한 이런 사랑/삶 이야기도 읽어보면 좋을 시간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