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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여름 Sep 25. 2024

(원서리뷰) Into the wild

진정한 나를 만나는 험준한 길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설렜다.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야생으로 향하는 이야기인가? 궁금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나는 주인공과 같이 고행을 하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남편은 영화를 봤다고 하며 주인공은 죽어라고 말했다. 나는 스포일러를 당한 줄 알고 화를 냈다. 하지만 화를 낸 것이 너무나 무색하게 책의 시작부터 주인공이 죽는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왜 결국 죽었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라는 마음으로 책을 계속 읽어나갔다.


책은 얇았지만 읽어나가는 것은 이 책의 배경 알래스카만큼이나 험준했다. 일단, 나는 미국의 지명과 위치에 전혀 익숙하지 않다. 특히 주인공이 도보로 여행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지명들이 계속 등장하는데 위치가 어느 쪽인지 헷갈리기 일쑤였다. 미국의 주 역시 중서부, 남부 그 쯤에 있다 정도만 알지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모르다 보니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 헷갈렸다. 


거기에 더해 해당 지역의 기후, 생태는 당연히 알리가 없으니 모르는 단어들이 정말 많았고, 찾아보면 해당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라던지, 동물이라던지... 이걸 내가 알아야 하나 싶었고.. 주인공과 같이 헤매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험준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이 어떤 경위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는 그가 남긴 일기와, 가족의 증언과, 여행 중 그가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퍼즐이 짜 맞춰지게 된다. 하지만 맨 마지막에 가서야 사망 원인이 정확히(이것도 글쎄) 밝혀지게 된다.


일단 책이 참 지루했고, 주인공의 무모함에 화가 났고, 이 사람이 그렇게 특별한가? 책으로 쓸 만큼?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읽고 나서는 여러 마음이 들었다. 


우선, 모든 죽음(다른 말로 하면 모든 사람의 생)은 특별하다. 한 사람의 일생과 생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그것만의 이유가 있고 스토리가 존재한다. 그걸 이해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고,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고 생각해 보면서 내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헤쳐나갈지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주인공의 결정과 행동이 치기 어리다거나 무모하다거나 나아가 무식하다거나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훨씬 나았을까? 난 죽지 않았을까? 혹은 난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었을까? 나는 실수를 안 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되묻는다면 과연 자신 있게 맞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 정도 되는 사람의 말이라면 신랄한 비판도 달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일은 단순하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나서 이 책에 대해 좀 더 찾아보니, 이 책은 미국에서 청소년 필독서이고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 한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 탐험하고, 현대 문명의 혜택이 아닌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자세.. 이런 측면으로 강조되고 있는 듯하다(이건 불확실하다). 


꼭 험난한 곳에 사람이 없는 곳에 자연에 맞서야만 나를 찾는 일이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바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에 대해서는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라면서 사회화가 되고, 그러면서 사회의 눈치를 보고, 발맞춰가려는 습성이 생긴다. 나를 나답게 유지하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아마 서양보다는 동양권에서 더 그럴 것이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 젊은 친구가 아무것도 모르고 알래스카 내륙으로 들어가서 준비도 제대로 없이 살아보겠다고 한 것을 비난하기보다는 자신을 찾고, 자신이 생각한 신념을 실천해 보고, 실험해 보는 그 정신을 한 번 내 삶에도 새겨볼 수 있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시간 낭비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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