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고씨 Oct 20. 2022

어학연수 첫 날, 나에게 필요했던 조언

:: 세부에서 캐나다까지 ::







2017년 10월 28일, 세부 공항에 도착한 나. 아직도 나홀로 공항에 들어서서 커다란 캐리어 하나를 낑낑거리며 옮기고 두리번 거리던 모습이 생생하다. 거의 자정이 다되어가는 시간에도 공항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학원에서는 공항에 도착하면 피켓을 든 현지 담당자가 보일거라고 했는데, 혹시라도 놓치지 않을까 괜한 두려움을 가지고 출구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내가 등록한 어학원 이름을 크게 쓴 피켓하나가 눈에 사로잡히자마자 모든 긴장감이 풀어졌다.


담당자가 안내해주는 봉고차에 먼저 착석했다. 아직 올 사람들이 1명 더 남았다는 말에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30분정도 대기한 끝에 여자한분이 올라타셨고 그분도 내가 있어서 안도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첫번째 동기를 만나게 되었다.


늦은밤 기숙사에 들어가니 나와 함께 방을 쓰게될 친구들은 이미 자고있는 것 처럼보였다. 친구들이 깰까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워 가족들에게 잘 도착했다고 연락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들었던 것 같다.












시작은 누구나 어색하다




수업시작날은 월요일, 오늘은 일요일.

잠에서 눈뜨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오늘 뭐하지?' 였다. 룸메들과도 간단하게 인사나누긴 했지만 다들 일정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의 나라면 첫날부터 당황하지 않고 나름의 방법으로 첫 날을 보낼 것 같지만, 그때는 많이 미숙했다. 생필품 사는것 이외에는 딱히 떠오르지 않던 첫 날 일정. 마음의 여유도 경험도 없던터라 생필품만 사고와서는 반나절을 방에만 무료하게 보냈던 기억이 있다. 저녁에는 어찌어찌 다른 동기들을 만나게되어 함께 밥을 먹으러 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여유의 여짜도 모르던 21살 꼬꼬마였다.   





지금의 나라면 첫날엔 다음과 같이 할 것이다.



1. 1차적으로 짐정리를 한다







2. 필요한 생필품 리스트를 쫘악 작성한다







3. 근처에 있는 큰 마트나 카페 음식점을 찾아보고 마실겸 찬찬히 구경한다.








4. 생필품을 산다




5. 집에 돌아와서 숙소 대청소와 짐정리를 한다.





6.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마시며 기념한다.






이외에 시간이 더 남는 경우라면


근처 유명하다는 관광지나 큰 공원으로 산책 갈 것 같고,

큰 카페에가서 커피한잔 홀짝이며 다이어리를 쓸 것 같다. 










지금보면 '왜 그땐 그렇게 못했지?'라고 생각이 들만큼 소소하고 작은 것인 듯하나, 경험으로부터 오는 여유의 힘이 확실히 크다는 것도 느꼈다.   이후 다른국가로 어학연수를 갔을땐 내가 경험한 나만의 방법으로 즐거운 스타트를 끊는게 참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다운 방법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물론 첫날부터 어학원 동기들을 만나게 되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첫 어학연수, 나에게 필요했던 조언





" 첫 해외생활,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버리기 "



금전적으로 고려를 많이하고 온 탓인지, 나의 어학연수는 첫 날부터 하루하루가 돈처럼 느껴졌다. 왠지 아무 것도 안하면 돈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나중의 이야기지만 언어 정체기가 왔을때도 똑같이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부도 열심히, 노는 것도 열심히.



문제는 이런 생각들이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좀 덜 열심히 산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어쩔수 없다는 생각과 동시에 약간의 죄책감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왜이렇게 피곤한 마음으로 어학연수를 보내고 있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생각이 많은 피곤한 사람이다. 어설픈 완벽주의까지 곁들인.



하지만 어학연수 마지막 즈음에는 결국 모든 순간에 충실했으면 된거지 괜한 부담감을 마음에 두고 지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런 생각덕에 어학연수를 더 알차게 지내려고 했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나를 지치게 만드는 마음가짐인 건 분명했다.



 시작은 어렵겠지만, 결국엔  많은 것들을 경험할 것이고 성장하게 될 것이니, 부담감 보다는 매순간 즐거울땐 즐겁고 열중할땐 열중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힘들때는 죄책감없이 마음편하게 나를 돌보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돌아가면 나에게 조언해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고단했던 어학원 그리고 유학원 고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