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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는 시간을 쏟은 만큼 쌓인다

AI/ML 엔지니어의 자기 계발

by 뭅즤

첫 직장 때는 일이 많지 않아도 꼭 야근을 했다. 사실 해야만 했다. 아무도 칼퇴를 하지 않았으니까…


아무도 퇴근하지 않는데, 혼자만 컴퓨터를 끄고 나가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신입사원이 눈치 보지 않고 칼퇴하는 건 드라마에만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굳이 남아 앉아 있었다. 일을 더 한 것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까지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야근해야 할 테니 일을 천천히 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다음 직장부터는 달랐다. 다행히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었다. 일이 많을 땐 10~12시간 집중해서 일했고, 여유로운 날엔 4~6시간만 일했다. 하지만 한 달로 따져보면 초과 근무를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퇴근 이후에도 일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회사 업무는 아니었지만 AI, vision 분야 논문을 읽고,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써보고, 간단한 모델을 직접 학습시켜 보는 일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 하는 일을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반, 커리어를 계속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 반이었던 것 같다.


부담이 없으니 즐거웠고, 오히려 그게 삶의 균형을 잡아줬다. 회사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실제 업무에서도 더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처리하는 게 아니라, 미리 실험해 본 경험을 얹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직접적인 업무 외의 경험들이 내 일에 큰 도움이 되었고 그 덕분에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운도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시간들이 내 커리어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커리어에서 뭔가를 잘 해내고 싶다면 결국 그에 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이 회사 안에서의 야근일 수도 있고, 퇴근 후의 공부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방식일 수도 있다. 형태가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그만큼의 시간을 꾸준히 쏟아야만 커리어가 쌓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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