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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콤파스 Feb 24. 2023

MZ 세대 개발자에게 재택근무란?

오늘은 재택근무에 대한 나와 내 주변 지인들의 생각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19~20년도쯤부터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집에서도 업무에 그다지 지장이 없는 IT 기업에서는 주 5일 집에서 근무하는 소위 풀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곳도 많다. 특히 개발자 직군은 다른 직군에 비해 혼자 집중해서 해야 하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많이 하는 대표적인 직군이다. 요즘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는 게 기업의 일종의 복지와 같은 수준으로 여겨지고 있어 개발자 이직 시장에서는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기업은 필터링하고 구직하는 경우도 많다. 


음... 그렇다면 재택근무는 무조건 좋을까? MZ 세대이자 팀의 막내 입장에서 재택근무의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일상생활 & 개인 업무

주변 친구나 지인들은 내가 재택근무를 한다고 하면 너무 부러워한다. 맞다, 사실 나도 재택근무가 격하게 좋다. 출퇴근 시간이 줄고 입고 나갈 옷을 고르지 않아도 되고 불필요한 만남이 없고 눈치 안 보고 일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덕분에 돈도 많이 아낄 수 있다. 


단점은 집에서 늘 점심 식사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달시켜 먹어도 되지만 매번 그러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점심 먹을 고민하는 것 하나는 정말 큰 단점이다. 


개인 업무는 확실히 재택근무가 편하고 좋다. 아무런 방해가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발자에게 대부분의 개인 업무란 프로그래밍이기 때문에 차분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팀원 간의 소통

재택근무로 인해 팀원 간의 소통에 문제가 있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이건 정말 의견이 분분한 주제인 것 같다. 업무 소통은 비대면 화상 회의를 통해 상시로 진행하기 때문에 오히려 회의실을 잡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자료를 공유하기도 쉽기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다. 하지만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에 비해 비언어적 소통이 약해지기 때문에 상대방의 미세한 감정과 태도를 정확하게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또한 회사로 출근하면 팀원들과 커피도 마시고 일상 얘기도 하면서 친분을 쌓고 소속감도 느낄 수 있지만 재택근무인 경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다. 


특히 회사에 처음 입사하고 몇 달간은 팀원들과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재택근무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회사에 막 입사했을 때 팀원 대부분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지만 입사 후 일정 기간 동안은 다행히도 몇몇 동료들이 함께 출근해서 이것저것 알려주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고마운 순간들이었다. 바로 재택근무로 시작했다면 회사에 적응하기까지 더 오래 걸렸을 테니까.


사실 회사에서 근무 형태에 관련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는데 결과가 재밌다. 일반 평사원과 조직장 이상의 직급을 가진 직원들과의 설문 조사 결과가 정 반대였기 때문이다. 평사원들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항목엔 조직장 이상들은 대부분이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했다. 반대로 평사원들이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항목엔 조직장 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아무래도 일을 분배받는 입장과 일을 분배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사람의 입장 차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택근무 = 휴식?

재택근무에 대해 주변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재택 근무하면 집에서 놀게 되지 않냐는 것이다. 이것 또한 의견이 분분한 주제다. 이 우려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 시 업무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서 기안을 올리게 하거나 일일 업무 일지 등을 작성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일을 위한 일을 만드는 꼴이다. 


실제로 재택근무 시에는 지금 당장 내가 놀아도 당장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노는 직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업무를 할 수 있다 보니 오히려 업무 시간에는 업무에 집중하게 된다. 잠깐씩 휴식하더라도 회사에서 커피 마시고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보다 오히려 적은 시간을 쉰다. 그리고 결국에는 내가 해야 할 일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놀게 되면 결과가 없기 때문에 마냥 놀 수 없다. 코로나 이전의 직장 생활을 생각하면 오히려 회사에서는 상사가 보는 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업무량에 대해서는 부담이 더 적었다. 실제로 업무 성과는 적더라도 적어도 내가 업무 시간 동안 일했다는 것을 알 테니까.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내가 아무리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더라도 성과가 없다면 내가 일했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 증명한다 하더라도 불필요한 과정이다. 때문에 나 같은 경우에는 재택근무 시 대면 근무 때보다 업무 성과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 더 있는 편이다. 


물론 일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휴식하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참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재택근무를 위해 매일매일 보고서를 쓰는 것도 비효율적이고 그렇다고 개인에게 모든 자율성을 부여하게 되면 누군가는 노는 사람이 생기니까 말이다. 결국 근무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업무의 형태와 기업의 문화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장과 재택근무

재택근무가 편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에 장점이 단점보다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늘 불안감이 존재한다. 재택근무만으로는 실무를 배워나가는 속도가 느리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화상 회의로 동료들에게 많은 것들을 배워나가긴 하지만 대면 근무에 비하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면 근무 시에는 온전히 내 업무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어깨너머로 배우기도 하고 내 업무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의 성장 측면에서는 재택근무가 무조건적으로 좋다고만은 볼 수 없는 것 같다. 


사회생활 측면에서도 동료들을 만나는 것이 필요하긴 하다. 특히 지금 다니는 회사를 잠깐 다니다 이직할 것이 아니라면 주니어 입장에서는 여러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알리는 것이 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기술 기반의 회사이더라도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내 업무는 결국 많은 사람들의 업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의 미래

코로나와 무관하게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시작한 경우가 많다. 이제 일부를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 제한도 풀릴 정도로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의 종식을 선언하고 있다. 또는 재택근무의 비율을 줄여나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재택근무로 인해 오히려 업무 효율이 올라간다는 뉴스가 쏟아졌던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분위기이다. 아무래도 앞서 얘기했듯이 재택근무라는 게 이론적으로는 효율 극대화를 위해 이상적인 근무형태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론 개인의 도덕성과 책임감에 기대는 근무 형태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재택근무에 대해 지금 느끼는 바를 끄적여 봤다. 업종과 업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기업과 근무자가 모두 만족하는 건강한 재택근무 문화를 만들어가는 기업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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