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광탈이었지만, 좋은 추억입니다
합법적 부업을 생각하면서, 찾아본 것이 하나는 지금의 브런치와 같은 글쓰기이고, 하나는 공모전이었습니다. 딱히 소송이랑 글쓰기 외에는 재주가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공모전은 에세이 말고도 소설도 많이 열려있었습니다. 특히 단체나 지자체도 있지만, 웹소설 플랫폼에서도 많은 공모전이 수시로 열립니다.
제 동네 소꿉친구중에는 직업이 '도사'인 친구가 있습니다. 직업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적어도 스스로는 본케가 도사이고, 다른 소득을 위하여 하는 모든 일들이 부케이거나 도를 닦기 위하여 부득이 하여야 하는 일들인 것입니다. 그 친구는 건강상의 이유로 의사, 한의사, 교회, 절 등 다양한 곳을 다녀보았는데, 지금의 도술(?)을 연마하면서 건강이 회복되는 것을 보고 그것을 자신의 업으로 삼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가 보는 가장 힙한 도사인 전우치는 바라지도 않고, 배추도사 무도사처럼 두루마기에 지팡이에 수염을 기르는 그런 모습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모습을 하고 카페나 식당에서 만나지만, 골치아픈 점은 종종 수련기간이기 때문에 찹쌀만 먹어야 한다거나(그것도 식당에서), 고기를 먹으면 짐승의 영이 들어와서 정화하는데 오래 걸리니 채식을 해야한다거나, 비과학적인 지식을 이공계출신인 저에게 전파하려고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웃기기도 하고, 언제는 하찮기도 하였으나, 제 다른 소꿉친구들과 정한 것은 "포교활동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계속 친구대접을 해주겠다"입니다. 뭐 반은 진담이긴 합니다.
그 친구는 그러한 사이비적인 가르침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는데, 그러한 실천은 보통 네이버지식인에서 풀고있는 것 같습니다. 즉 고민코너 같은 곳에 상주하면서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게 혹할만한 사이비적인 이야기를 해주다가 감동이 되는 이야기로 마무리하면서 은근슬쩍 자신이 믿는 도리에 대한 이야기를 흘리는 아주 악질(!) 사이비 노릇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제 기준으로는 그렇습니다. 그 친구는 사회복지사자격증 등 다양한 상담이 가능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데, 저에게는 참 꼴뵈기 싫은 모습입니다.
뭐 반은 농담이지만, 저는 친구에게 사이비도사라는 말을 자주 하였습니다. 의사도 아닌것이 건강상담을 하고, 심리상담사자격은 없는 것이 심리상담을 해주는 등 다양한 가짜 전문가 노릇을 하는 것을 보며 처음에는 큰 사고를 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타고다니는 오토바이가 트럭에 박아 폐차하는 것 외에는 태어나서 큰 사고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번개같이 하나의 아이디어가 샘솟았습니다.
현재 웹소설이나 만화, 웹툰 등에는 "이세계 전생"이라는 요상한 기류가 유행을 하고 있습니다. 한참 일본에서 유행한 기조로, 현실에서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던 주인공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는데, 사망하면서 억울한 원한이나 감정이 현실과 다른 이세계로에서 환생하게 되고, 환생하는 조건으로 억울하거나 불만족스러움을 해소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것, 즉 과로와 야근으로 지친 주인공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돈이 벌리거나 배가 부른 조건, 수수한 여학생의 경우 거미로(?), 강도에게 사망한 주인공이 죽는 와중에 너무 아프고 아프지 않다고 빌었던 소원에는 상처가 나지 않는 몸으로 환생하는 그러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사이비도사 친구를 보며, 제 친구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주된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시공부로 삶이 피폐해진 주인공은 결국 취업하게 되었는데, 고시낭인으로 지내며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고, 부모님도 건강을 잃고, 자신도 너무나 괴로운 회사생활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사고로 고독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는 이세계에서 환생하였는데, 분명 이세계에서 환생하면 어떤 소원을 들어주고 그런 초능력을 얻어야 하는데, 그런 초능력을 얻은 기억도 없고 초능력도 없었습니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이 살던 현실세계에서의 지식과 말솜씨로 주변 사람들에게 "진리를 찾아 떠나는 도사"라고 이야기 합니다. 치약이 없는 시대이므로 소금으로 양치를 하면, 주변사람이 왜 소금을 매일 먹느냐는 질문을 하고, 여기에 "선한 말을 하기 위하여 입을 정화하는 것이다"라던지, 괜히 나무 밑에서 복식호흡을 하면서 "도를 닦고 있다"라던지 하는 신비주의로 살아가기로 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사실 특별한 능력이 없으나, 주변 사람들을 현혹시키거나, 속이거나, 때로는 넉살좋게 친해지거나 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제목은 제 친구의 실명을 그대로 쓸 수는 없어서 이를 약간 변형해서 지었습니다.
완성이 되기 전까지 브런치에 저장해두고, 추후에 브런치북이나 웹툰 플랫폼이 올려보려고 합니다.
바로 다음 글은, 이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로 공모전에 나간 일화를 공유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