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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TAX Jan 01. 2023

'맛집'의 추억

저는 애인사진은 잘 못찍어도 음식사진은 좀 찍습니다.

여자친구와 여행이나 맛집을 가면 남자의 가장 큰 임무는 촬영입니다.


그 장소가 인스타 핫플같은 곳이라면 음식이 차게 식어도 사진에 대한 열정은 살아있어야 합니다.


저는 사실 사진을 배워본 적도 없고, 더욱이 사진기로 무언가를 제대로 찍어본 적도 없습니다.


아버지는 저와 반대로 다양한 사진을 찍으셨었는데, 이제는 사진취미를 접으신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를 찍는 것은 여자친구가 실물보다만큼 이쁘게 나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렌즈는 구형이라 왜곡이 있고, 핸드폰 카메라는 외부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여자친구가 눈에 너무 이쁘게 보여, 막 찍어도 이쁘게만 보입니다. 그러나 검사를 받으면, 99%는 삭제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개그맨 박명수는 방송에서도 굉장한 인물사진 실력을 보인바 있습니다. 앵글부터 프레임까지 찍어낸 작품을 보면 말 그대로 '무엇을 찍어 표현하려고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엄청난 메시지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박명수가 유투버 말왕을 촬영한 사진을 저는 제일 좋아합니다.

유투브채널 할명수에서 공개한 박명수가 촬영한 말왕의 프로필사진

어찌 보면 논 한가운데서 웃통을 벗고 밀집모자를 쓰고 있는 상황만 보면 상당히 기괴하거나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으나, 결과물을 보면 이렇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여자친구는 남자친구에게 이런 저런 요구사항으로 말하고 나름 자신이 자신있는 포즈를 취합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요구사항을 잘 이해못하고 배경이 크게 나오게도 찍었다가, 클로즈업을 했다가, 여자친구를 강조하니 배경이 가려지고, 어딜 간건지도 모르게 찍기도 하고, 그래서 배경을 찍었더니 여자친구는 쥐똥만하게 나오기도 하며, 어찌저찌 찍으니 여자친구 키가 난쟁이같이 나오고, 또 잘 찍었더니 이젠 효과가 안들어간 어플로 찍어서 화장이 뭉게진게 다 나오기도 합니다.


남자친구는 힘들어도 이제 카페나 식당에서 이쁘게 나오는 음식을 이것저것 시키고, 음식이 나오면 배고파도 포크를 들지말고 핸드폰을 들어 찍습니다. 여자친구도 가세하기도 합니다. 그림자에 가려 어둡게도 나오고, 어디서 본 항공샷을 찍으니 김때문에 하나도 안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화난 여자친구의 눈치를 보면서 식은 음식을 먹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그와중에 다행히 음식사진은 좀 찍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음식사진을 잘 찍는 요령은 사실 저도 모릅니다. 다만 아이폰 인물사진모드로 해서 음식을 강조하고, 보정은 색조를 강조하면 음식이 신선하고 맛있어보입니다. 그게 다입니다. 적당히 김치를 찍어도 맛집에서 세팅된 것처럼 보이게 찍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 위에 갈등의 절반은 해소가 되었습니다. 여자친구는 제가 찍은 사진이 더 낫다며 이제는 숙제검사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블로그를 하면서 맛집게시물을 올리지 않는 것은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된 찰나, 이제는 맛집글도 좀 올려볼까 합니다.

2022. 12. 27. 와규몽 구월점 - ANDTAX's blog (tistory.com)

사진 4, 5, 6 : 2022. 12. 27. 와규몽 구월점 - ANDTAX's blog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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