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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TAX Jan 01. 2023

제1화 J-1, 저세계에서 이세계로  

클리셰와 욕설이 난무하는 맘대로 써보는 이세계 환생물

“도사님! 도사님!”


이제는 익숙한 목소리가 꼭두새벽부터 집밖을 울린다.


“도사님! 좋은아침이에요! 도사님!”


여기 오기 전에도 원래부터 좀처럼 아침잠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크리스! 5분만 기다릴래? 옷좀 입고!”


사실 옷따위는 넝마가 전부고, 이상한 구슬달린 지팡이는 폼이다. 5분 중에 4분 이상 다시 잠들수 있다. 


채 뜨지도 못한 눈을 다시 감았다. 



“쿵!”


눈을 뜰 수도 없었다. 아니, 눈을 뜨고 싶지도 않았다.


이대로 눈을 뜨지 않기를 바란 날이 셀 수 없다.


“하.. 좆같다.. 지쳤다 지쳤어…!”


삶이 쉬웠던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지금 그대로 영원히 잠들고만 싶었다.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야한다는 사실도 잊고 그대로 잠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정신을 잃었다.


차가운 화장실 타일의 냉기만이 내 오른쪽 볼따구에 스며들 뿐이었다.



한참을 누워있었다. 눈을 감았다가 떴을 뿐인데 냉기는 사라지고 포근한 가운데 싱그러운 냄새도 났다.


지저귀는 새소리, 푹신한 잔디밭, 이마 위로 불어오는 바람…


“부장이 또 지랄할텐데..”


어차피 늦은거, 5분만 더 자도 괜찮겠다 싶었다. 난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는데도, 더 눕자고 더 자자고 생각하는 구제불능이다.


손바닥으로 핸드폰을 찾았다. 사람은 교통사고가 나도 손뻗을 위치에 핸드폰이 있다. 넘어진 몸은 눌린 얼굴과 등어리가 욱씬거리는것 때곤 모든 것이 좋았다.


“늦잠보다 단꿀은 없지… 직장인에게 아침의 5분은 소중하니까”


그나저나, 넘어져 잠이 든 기억만 있었는데, 더듬은 손에는 풀과 돌멩이가 만져지고, 게슴츠레 뜬 눈으로 보니 어느새 나는 나무그늘 밑 잔디밭에 누워있었다. 뜨신 물로 온몸을 지져도 깨지 않던 아침잠이 달아나는 기분이다. 더 나아가 소름도 돋았다.


“씨발..여기가 어디야?”


잠시 내 집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눈을 뜬 것에 놀라고, 거지같은 회사에 엄청나게 지각하겠다는 생각이 온몸을 감쌌다.



좀처럼 늦잠자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 지각하고 김부장의 쌍욕과 조롱, 패드립으로 담배가 배로 늘었는대도, 아침에 눈뜨는게 너무 힘들었다.


수조에 담은 물로 고양이세수를 하고, 소금물에 가글만 겨우 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받은 넝마를 걸치고 나갔다.


“도사님, 궁금한게 있는데, 왜 아침마다 혀를 소금간하세요?”


“음.. 소금의 정화능력이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내 입을 맑게 해주거든”


“정말 도사님은 대단하세요! 도사님, 오늘은 에버레시츠 던전을 가봐요!”


“에버..뭐? 에베레스트?”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대학교 법학과를 입학하고, 개천의 용을 꿈꾸며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사실, 1차도 몇번은 붙어보았다. 그런데 그게 함정이었을까?


판사가 좋다고, 아니 요즘은 또 검사가 좋다고 몇년간 고시원 월세와 학원비를 보태던 부모님은 집을 팔고 퇴직금을 전부 신림동 강사와 고시원 사장에게 가져다 바쳤다. 2차 시험에 떨어진날도 동네 정육식당에서라도 소고기를 먹여야 한다는 부모님은 그와중에 이집 냉면에 계란이 맛있다며 내 앞접시에 덜어주셨었다. 


건강보험료를 안내면 병원비가 어마어마하게 된다는 것을, 냉면 계란 노른자 두개는 텁텁하다고 남기고 집에 들어온 날에도 알 수 없었다.


나이들어서 어지러운거라고, 낮에 자면 괜찮다며 아침밥과 도시락을 챙기시던 어머니가 만성 저혈압으로 쓰러지면서, 사무직으로 은퇴한 아버지가 낮에는 공사인부, 밤에는 병원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더이상 부모님의 꿈이라는 피난처로 달아날 수 없게 되었다.



김부장은 입사 첫날부터 나를 좆같이 대했다.


“이력서가 텅텅 비었네? 몇년을 논거야 대체?


“공부를 했습니다.”


“학교도 별론데, 법전공 했다고 사시같은거 한거야 뭐야?”


“군대 포함 7년 정도…”


“어허.. 그러게, 고시가 벼슬이지?”


“…”


“오빠, 나 기다릴만큼 기다린거 알지? 오빠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니야”


사법연수원 입구에서 내가 찍어준 사진이 제일 잘나온 사진이라며 카카오톡 프로필로 올린 사진이 여의도가 내려보이는 식당 스테이크와 와인잔으로 바뀐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스테이크는 맛있었어?”


“오빠는 지금 그게 중요해? 그래서 오빠가..아니다, 아니야. 오빠도 좋은 사람 만나”


처음 수영이는 내 뒷바라지가 그렇게 행복하다고 했다.


그런데, 사법시험 2차에 두번 정도 떨어졌을때, 덤덤한 나보다 더 서럽게 울었다.


수영이가 나도 잘 아는 수영이의 베프 은하랑 여의도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던 그 날, 은하는 남자친구랑 저녁먹고 강아지 산책을 시켰다고 인스타에 스토리를 올렸다. 


“데려다줄게”


“아니야 오빠, 나 은하랑 보기로 했어”


“은하? 그래..”


카페 건너편 도로에 주차된 E클래스에 기대서 담배피던 그 남자는, 수영이를 보고 손을 흔들다 그녀가 오른손으로 카페를 연신 가르키자 손가락으로 OK를 그리며 얼른 차에 탔다.


‘사랑했다 씨발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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